[뉴스락] 코로나터널을 지나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이어지면서 물가와 금리가 널뛰는 등 경제 불확실성에 세계는 혼돈이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또 내렸다. 지난해 7월부터 5연속 하향 조정이다.

특히 세계 경제성장률은 0.2% 올라 3.0%로 전망했지만 한국은 오히려 퇴보해 의미가 더하다.

이런 가운데 경제 기반인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정부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최근 5년간 성장을 포기하고 뒷걸음질 친 기업들도 271 곳에 이른다.

<뉴스락>은 국내 기업환경을 조명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 10곳 중 3곳은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생각해본 적 있다. 회귀 이유로 절반 이상 기업이 (51.5%) 조세부담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중소기업 정책금융 축소 25.5%, 수위탁거래 규제 등 각종 규제 부담 증가 16.%, 인력·판로 지원 축소 3.5%, 공공조달시장 참여제한 3.5%순으로 응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 10곳 중 3곳은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생각해본 적 있다. 회귀 이유로 절반 이상 기업이 (51.5%) 조세부담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중소기업 정책금융 축소 25.5%, 수위탁거래 규제 등 각종 규제 부담 증가 16.%, 인력·판로 지원 축소 3.5%, 공공조달시장 참여제한 3.5%순으로 응답했다.

중견 10곳 중 3곳 "중소로 돌아갈래"... '피터팬' 만드는 규제 수두룩

자료=대한상공회의소 및 전국경제인연합회. [뉴스락 편집]

경·재계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성장을 멈추고 중소나 중견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실제로 지난 1월 발표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 내 중소기업을 졸업한 국내 중견기업 300개 사 중 30.7%는 중소기업 회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절반 이상이 늘어난 조세부담(51.5%)을 원인으로 꼽았고, 중소기업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도 25.5% 가량 응답했다. 뒤이어 수·위탁거래 규제 등 각종 규제 부담 증가도 16%로 뒤를 이었다.

아울러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양향자 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소기업 회귀 기업이 271개에 달한 것으로 타나났다.

기업들이 부담으로 느꼈던 기업 규제도 촘촘하다. 특히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겹겹이 쌓여간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총 61개 법률에 342개의 대기업 차별 규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지원 수혜를 받는 중소기업부터, 업종별로 3년 평균 매출이 400억에서 1500억에 해당하거나 자산총액 5000억원을 넘기면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진입하면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고 나아가 10조원을 넘길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그동안 받던 지원들이 끊기고 기존에 받던 57개의 규제에 126개의 규제를 더 받게 된다. 또 자산총액이 1조를 넘어서면 2개가 추가되고 2조원을 넘기면 24개 규제가 더해진다.

더욱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65개의 규제가 더해지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여기서 68개 규제가 추가된다.

해외보다 대기업 차별 규제 심해... 정부, "해외와 국내 환경 달라"

2021년 말 기준 중소기업 고용 비중 및 대기업 수 비중 현황. 자료-한국경제연구원 [뉴스락편집]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대기업 차별 규제가 유독 심하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해외의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국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심한 편”이라며 “공정거래법 안에 대기업에 대한 불이익을 주는 규제를 담는 것도 세계에서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기업의 규모별로 억제하는 것 자체가 이미 불공정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경·재계에서는 기업을 억제하는 규제 때문에 신생 대기업들이 생겨나지 않고, 많은 근로자들이 대기업이라는 좋은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꼬집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기준으로 국내 대기업 수 비중은 미국(0.62%)와 비교해 7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주요 5개국(G5)과 비교해도 최소 2배 이상 적다.

이렇다보니 국내 근로자들 10명중 8명 이상이 중소기업에 일하는 상황으로, G5 국가 평균(53.6%)과 비교해봐도 차이가 극명하다.

하지만 정부는 해외와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차이 때문에 규제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단 입장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의 경우 통상적으로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 완전자회사 형태가 주를 이루며, 지배구조도 비교적 투명해 지주회사 체제가 특정 집단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낮은 환경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얽히고 설킨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지주회사 체제가 과도하게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특히 총수일가를 위한 일감몰아주기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폐해가 크다는 점에서 감시·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대기업은 악인가요" 재벌에 대한 부정적 시선... 정부, 평행선 깼다

재벌에 대한 국민 인식과 이유. 자료=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뉴스락편집]

익명을 요청한 대기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대기업이 악인가요. 모두가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지만 재벌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며 “대기업 총수 일가에 부의 집중이 우려되면 막는 방법을 구상해야지 기업 자체에 대한 규제를 늘어놓는 건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9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재벌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3명중 2명 이상이 재벌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유로는 정경유착(25.7%)이 가장 많이 집계됐고, 편법승계(23.6%), 갑질 행태(18.9%), 불공정거래(18.1%), 독단 경영(7.3%)이 뒤를 이었다. 특히 ‘현재보다 강한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는 응답도 56.0%로 절반을 상회했다.

한국은 1950년대 전쟁 이후 정부와 기업들이 힘을 합쳐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지만 이 과정에서 소수(재벌)에 부와 권력이 집중되고 이를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세습해나갔던 부정적인 모습까지 함께 해왔다.

더욱이 비교적 최근인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게이트’가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재벌에 대한 부정인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재벌개혁과 규제완화에 대한 평행선을 깨고 이번 정부는 기업규제 완화에 나섰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집단 동일인의 친족 범위가 혈족 4촌을 인척 3촌까지로 축소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5월 기준 친족수는 6555명에서 3325명까지 절반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친족 범위 축소로 기업의 공시와 공정위의 감사 업무의 부담을 줄어드는 한편, 일감몰아주기와 친족 계열회사의 사익편취 확대에 대한 사각지대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한다.

또 공정위는 연내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을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기존 기준인 5조원을 7조 혹은 국내총생산액(GDP)에 연동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부담도 낮췄다. 법인세 인하와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 시키겠단 목적이다. 지주회사의 금융 및 비금융사 동시 소유 등을 금지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지난 6월에는 내부거래 공시 대상 기준도 50억에서 100억으로 기준을 낮췄다. 더욱이 소규모 계열사의 경우 5억원 미만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공시의무에서 제외해 부담을 덜어줬다.

기업전문가는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흉내내기’에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정부의 기업 규제 완화에 대해선 환영하지만, 핵심적인 규제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그게 안 된다면 흉내내기에 그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대기업 비중이 높은 것은 좋은 일자리 창출에서 그치지 않고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도 함께 올라가는 것"이라며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나아가 폐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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