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바로미터가 된 지 오래다.

지배구조(G) 부문은 기업이 이사회, 주주, 이해관계자 등과의 관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배구조 부문에는 이사회 구성, 주주권 행사, 감사 및 내부통제, 비윤리적 행위 방지 등 다양한 주제가 포함된다.

전 세계적으로 지배구조의 투명화를 추구하는 추세이지만, 국내에서는 친기업적인 정책과 반기업적인 정책이 혼재하면서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혼란과 부담을 겪고 있다.

<뉴스락>은 기업 ESG 평가 전반과 기준(코드)에 대해 E.S.G 세 영역을 차례대로 논해본다.

(G) 지배구조(gover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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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S ESG 평가모형 개정... 지배구조 수준 양호한 기업 감소

한국ESG기준원 유가증권시장 기준 ESG 등급 3개년 변동 추이. 한국ESG기준원 제공 [뉴스락 편집]
한국ESG기준원 유가증권시장 기준 ESG 등급 3개년 변동 추이. 한국ESG기준원 제공 [뉴스락 편집]

한국ESG기준원(KCGS)은 2022년 ESG 평가모형을 개정했다.

모형 개정은 글로벌 공시체계 및 이니셔티브의 최신 동향 반영,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평가모형 고도화, ESG 경영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 강조 등의 방향으로 이뤄졌다.

KCGS는 ESG 평가모형 중 기업의 경영투명성과 책임성을 평가하는 지배구조평가 모형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배구조평가 모형은 △이사회 리더십 △주주권 보호 △감사 △이해관계자 소통 등을 중심으로 등급평가가 이뤄진다.

지난 3개년 동안 지배구조 평가 등급의 변화를 살펴보면, ESG 수준이 양호한 기업(‘B’등급 이상)과 취약한 기업(‘C’등급 이하)의 비율은 2020년 각각 77.7%, 22.3%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양호한 기업의 비율이 93.4%로 크게 증가하고, 취약한 기업의 비율이 6.6%로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나 2022년에는 취약한 기업의 비율이 50.4%로 상승하며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KCGS 관계자는 “전면적인 모형 개정으로 평가 난이도가 상향돼 중위권 기업의 하위권 이동 현상이 두드러질 뿐 아니라 중상위권 기업과 하위권 기업 간 점수 편차가 높게 나타나, 지배구조 관행의 실질적인 개선이 없었을 경우 모형 개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밝혔다.

2021년 양호한 기업의 비율이 증가한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관심 증가와 ESG 평가의 중요성 인식, 그리고 KCGS의 ESG 평가모형 개선에 대한 사전 안내와 컨설팅 등을 들었다.

2022년 취약한 기업의 비율이 증가한 원인으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기업의 경영난과 ESG 투자의 확산, 그리고 KCGS의 ESG 평가모형의 난이도 상향과 평가 항목의 세분화 등을 꼽았다.

KCSG 관계자는 “ESG 수준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이사회 및 최고경영진 중심의 ESG 관행 개선이 전제돼야 하며, 근본적인 ESG 체질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의 ESG 평가 피드백 대응 등 실무진 중심의 ESG 개선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위반으로 과징금과 구속 받은 대기업들

한국ESG기준원은 2002년에 설립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유도하고,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ESG 수준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매년 평가 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주주권, 이사회, 감사, 내부통제, 공시 등에 관한 위반 사례나 행정 처분이 발생한 기업의 등급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2021년에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 일감을 독점적으로 주는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벌이고, 2349억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치를 내렸다.

(왼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혐의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 200억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제공 [뉴스락]
(왼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혐의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 200억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제공 [뉴스락]

이에 따라 KCGS는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지배구조 등급을 A에서 B+, 삼성전자의 등급을 B에서 C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는 직전분기에도 당시 전 부회장이었던 이재용 회장의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된 사실을 반영해 등급이 하락했다. 2분기 연속 지배구조 등급이 하락한 것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21년 최신원 전 회장이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KCGS는 이를 고려해 SK네트웍스의 A+에서 A로 등급을 하락시켰다.

2022년에는 한국타이어의 지배구조 등급이 하락했다.

한국타이어는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의 패턴·디자인·로고 등을 구현하는 틀인 ‘타이어몰드’를 과도하게 고가로 구매한 행위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80억원을 부과받았다.

이에 지배구조 등급이 B+에서 B로 떨어졌다.

또한 올해 1분기에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횡령 및 부당 지원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지배구조 등급이 조정됐다.

이러한 지배구조 등급이 하락한 기업들과 달리 호반건설은 KCGS가 진행하는 지배구조 평가에 참여하지 않아 지배구조 등급의 변동이 없다.

수년째 국회 국정감사 시즌마다 호반건설은 '벌떼입찰' 문제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국정감사 증인채택 현황에 따르면 올해는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이사가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호반건설이 벌떼입찰을 통해 자녀들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며 벌금 608억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호반건설 관계자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ESG평가 관련해서는 담당 부서가 따로 없어서 참여를 하지 않고있다"며  "벌떼입찰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강화와 광복절 특별사면, 정계의 두 얼굴

최근 국회는 대기업의 수출 목적 내부거래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거나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기업 임원들은 광복절 특사를 통해 사면ㆍ복권시켰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친기업적인 정책과 반기업적인 정책이 혼재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혼란과 부담을 겪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발생 시 대주주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과세제도'의 비과세 대상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서 규정하고, 대기업의 수출목적 내부거래를 전면적으로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뉴스락]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발생 시 대주주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과세제도'의 비과세 대상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서 규정하고, 대기업의 수출목적 내부거래를 전면적으로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뉴스락]

지난 9월 27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발생 시 대주주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대기업의 수출목적 내부거래에 대해 국내·외 구분 없이 전면적으로 과세하도록 규정했다.

홍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대기업의 수출 목적 내부거래에 비과세를 적용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홍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매출의 약 50.9%가 수출용 매출로 추정됐다.

홍 의원은 "수출이라는 미명하에 대기업 지배주주의 증여세 부담을 완화한 윤석열 정부의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며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가 사실상 소액주주의 이익을 횡령하고 일감에서 배제된 창업·중소기업의 공정한 사업 기회를 박탈하는 측면이 있음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의 기능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뉴스락편집]
왼쪽부터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뉴스락편집]

그러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는 가운데, 지난해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인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뒷전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STX 전 회장 등을 사면ㆍ복권시켰다.

이들은 모두 증여세로 과세된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기소됐다.

올해에도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광복절 특사을 실시했다.

이번 광복절 특사 대상자 중에는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됐던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등이 포함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특사명단을 발표하면서 “서민 경제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며 “국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회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정치·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국가적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SG 시대에 맞지 않는 기형적인 기업집단 지배구조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 변화.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뉴스락]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 변화.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뉴스락]

지배구조는 ESG 논의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는 기형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며, 일반 주주의 권익 보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국내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이 올해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내부지분율이란 계열회사의 총 발행주식 중 동일인(총수)과 동일인관련자(친족, 계열회사, 비영리법인, 임원 등)가 보유한 주식의 비율(자사주 포함)을 말한다.

올해 5월 1일 기준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82개) 중 '총수 있는 집단(72개)'의 내부지분율은 61.2%로 전년(59.9%)보다 1.3%p 상승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낮은 집단 현황표.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뉴스락]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낮은 집단 현황표.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뉴스락]

총수가 있는 72개 기업집단을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는 전체 계열회사 2889개 중 21.1%인 609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했다. 해당 회사들에 대한 총수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10.6%다.

개별 집단으로 보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집단은 △한국타이어(43.3%) △BGF(37.6%) △크래프톤(36.5%) △KCC(34.9%) △DB(29.0%) 순이다.

반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기업집단은 △두나무(0.21%) △HD현대(0.47%) △카카오(0.51%) △SK(0.51%) △장금상선(0.63%) 순이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지적했다.

국내 지배구조에서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 △기업 내부자의 예고 없는 주식 처분 △M&A 과정에서의 일반 주주 소외 등 일반 주주 보호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2021년 사이 대림산업, LG화학, 만도, SK이노베이션 등이 물적분할을 진행했다.

물적분할 후 재상장을 통해 총수일가가 자신의 지분을 늘리거나, 기업 내부자가 예고 없이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일반 주주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실제로 해당 회사들은 분할 발표 후 적게는 5%에서 크게는 10%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박경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에서 한국은 상장 자회사를 허용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곤 상장 자회사를 두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 상장을 허용하면 모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 충돌이 벌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자회사 상장을 막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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