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코로나 긴 터널을 지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겪으면서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은 연일 울상이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고금리는 경제 전반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가 맞물려 건설사들은 원가부담에 몸서리를 쳤다. 원가부담은 고분양가로 이어지고, 높은 대출 이자 역시 수요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레고랜드발 부동산PF 사태까지 터지면서 건설사들은 부도위기와 자금조달 난항까지 겪고 있다.

정부 역시 부동산 시장의 먹구름을 걷기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타개책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뉴스락>은 부동산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과 전망을 살펴봤다.

안개에 덮인 서울 도심 전경 [뉴스락 편집]

‘고금리’에 주택 소비심리 못 따라가는 공급량... 집값 오를 가능성↑

K-REMAP 지수와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5 미만은 하강, 95-115 미만은 보합, 115 이상은 상승으로 본다. 자료 국토교통부·국토연구원·부동산R114·한국은행 제공 [뉴스락편집]

19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에 따르면, K-REAMP(부동산 시장 진단 및 전망시스템)지수는 지난해 5월 기점(92.1)부터 현재까지 하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 시점과 맞물린다.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건설 자금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처럼 직접적인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금리 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가계대출은 역대 최대인 1080조를 기록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은행권의 대출 금리 인상과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으로 활용되는 코픽스가 연이어 상승하면서 ‘고금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지난해 잇단 금리 인상 이후 올초부터 6회 연속 기준금리(연 3.50%)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0.16%포인트 상승한 3.82%를 기록하면서 지난 1월(3.8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을 비롯한 다수의 경제연구소들이 경고하는 주담대 금리 마지노선인 8%를 연내에 돌파할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이같은 고금리에도 주택매매시장의 소비심리는 증가추세다.

국토교통원 부동산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하강국면을 탈출하고 보합세로 돌아섰다. 이후 지난 7월부터 상승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부동산정보플랫폼 직방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결과를 보면 과반수가 이자에 대한 부담은 늘었다고 느끼지만(58.1%) 연내 부동산 추가 대출 계획(55%)이 있다고 응답했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인허가를 받은 민간 주택 대기 물량은 총 33만1000가구지만 연내 분양 예정된 물량은 15만 7000가구로 절반에 못 미친다.

이 중 6만1000가구는 아직 구체적인 분양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으로, 분양이 미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올해 계획물량 25만 8003가구 중 3분기 까지 분양 실적은 11만 3103가구로 44%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R114는 하반기 공급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한해 총 분양실적은 20만 가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0년 만에 최저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공사비, 금리는 오르고 미분양 손실까지 고려하면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선 (착공·분양) 시기를 미룰 수밖에 없다“며 ”시행사들도 선뜻 신규 주택사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내년에는 분양 물량이 더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 착공과 분양이 미뤄져 소비심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량에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지난 1년간 전국 신규 분양 민간아파트 면적(㎡)당 평균 분양가는 502만 3000원을 기록했다.

9.26 부동산 대책, 즉각적인 체감 어려워... 문제는 '금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 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 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9월 26일, 정부가 12만호 수준의 공공주택 물량을 추가 확보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도입하고 민간 주택사업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만기 연장, 보증 지원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주거 사다리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비아파트의 건설자금을 지원(기금지원 및 보증상품 신설)하고 청약 무주택 간주 기준도 완화한다.

이번 방안을 통해 올해 목표치인 47만호(인허가)를 최대한 달성하고, 내년까지 100만호 이상을 공급해 현 정부 목표인 270만호를 초과 달성할 수 있는 여력을 확중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100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고 윤석열 정부 5년간 270호 공급계획도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며 "이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12만호 수준의 물량을 추가 확보하는 등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허가-착공-분양-준공으로 이어지는 주택공급 프로세스 상 실제 수요자들이 공급받는 시기는 5년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6~7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정책 의도는 긍정적이지만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지난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주택공급 확대는 현시점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외부요인의 영향을 국내 정책으로 상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활로는 미국의 기준금리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0.1%로 나타났다.

12월 회의까지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67.2%,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약 30%다.

내년 부동산 시장, 올해와 비슷 할 것... 수도권 중심 차별화 심화

내년 국내 부동산 가격과 거래수준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고점 대비 80% 초반대로 서울 주요단지는 90%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반면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고점 대비 90% 내외지만, 울산·충청 등을 중심으로 물량부담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연구소는 "매수심리는 완만하게 회복되나 고금리가 지속되고, 대출규제가 강화되며 매수세는 급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쏠림 현상이 심화되며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지난해부터 급감한 착공물량에 오는 2025년 이후 입주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연구소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개선으로 미착공 물량이 착공 전환 가능한지가 향후 공급 부족 수준을 좌우할 것"이라며 "정부가 9.26대책 등을 통해 PF 시장 회복을 유도할 계획이지만, 착공 증가 등 정책효과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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