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건설사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돌파구의 하나로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기업 리얼투데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단지는 약 67만호에 달한다.

지역별로는(세대수 기준) 경기도가 187,127세대로 가장 많았고, ▲서울시(175,241세대) ▲인천광역시(163,776세대) ▲부산광역시(148,524세대)가 뒤를 이었다.

또한 올해 재건축·재개발로 분양을 앞두고 있는 단지는 77,862세대에 달한다.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시공사 선정을 조기화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정비사업장에서도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원자잿값 상승, 미분양 공포 확산 등의 우려로 당초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이어지기도 했으나,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의 규제 완화와 연이은 정비사업의 성공적 사례로 다시 핵심지 위주의 수주전에 나서는 추세다.

하지만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사들이 파격적 조건을 내세워 입찰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과열경쟁이 심화되면서 비방전이 난무한다.

무엇보다 조합과 시공사간의 갈등을 비롯해 수도권과 지방, 대형과 중견·중소건설사 간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뉴스락>은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현주소를 꼼꼼히 들여다봤다.

뉴스락 특별기획. [뉴스락 편집]
뉴스락 특별기획. [뉴스락 편집]

 

공사비 인상에 딜레마 겪는 조합...시공사 계약 해지도

현재 조합·시공사 간 갈등 지역. 자료=김병기 의원실 제공 [뉴스락 편집]
현재 조합·시공사 간 갈등 지역. 자료=김병기 의원실 제공 [뉴스락 편집]

건설사들의 수주전 이면에는 시공사와 조합이 공사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건설사들은 고금리와 재잣값,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고 조합은 공사비 인상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시공사 해지 수순까지 이어지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갈등이 봉합된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까지 시공사·조합 간의 잡음이 발생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시공사와의 좁혀지지 않는 공사비 협상으로 조합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하는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 총 27건의 공사비 검증 요청이 접수됐다.

이는 제도가 시행된 지난 2019년 이후 약 13배 증가한 수치다.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 추이. 자료=한국부동산원 제공 [뉴스락 편집]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 추이. 자료=한국부동산원 제공 [뉴스락 편집]

최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피할 수 없는 난기류에 봉착했다.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참여한 2678가구 규모의 재건축 사업이다.

시공사는 지난 8월 재건축 조합에 문화재 발굴,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평당 공사비를 660만 원에서 898만 원으로 인상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9.3개월의 공사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시공사가 요구한 추가 공사비는 총 2168억 원으로 이는 조합원 1가구(1507가구)당 1억 4000만 원이 증액되는 셈이다.

이에 조합원들은 공사비 인상에 대한 일정 부분은 인정하나 전적으로 조합에게만 인상 부담을 요구하는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양측의 견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공사와 조합간의 갈등으로 올 연말 전후로 예정됐던 일반분양 일정 또한 무기한 연기됐다.

또한 지난 6월 '부산시민공원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임시총회를 통해 시공사인 GS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당초 공사비는 3.3㎡당 549만 5000원이었으나, GS건설이 당초 공사비의 약 두배 금액인 987만 2000원을 요구하면서 몇 차례 공사비 협상을 둔 협상위원회가 개최됐다.

하지만 조합의 협상안을 GS건설이 받아들이지 않자 조합은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시공사 재선정을 앞두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 또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반포4지구 조합은 당초 공사비 9352억 원으로 GS건설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GS건설 측이 공사비를 1조 4000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의 불씨는 지펴졌다.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이 점화된 후 신반포4지구 조합은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했다.

한국부동산원은 GS건설이 조합에 요구한 공사비 증액분 4770억 원 가운데 설계 변경으로 인한 3180억 원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고 1000억 원 가량의 감액을 결정했다.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액이 제시됐지만 계약 금액 조정과 금융비용 등 약 1500억 원에 대해서는 검증하지 않아 여전히 적정 공사비에 대한 의구심은 남게 됐다.

신반포4지구 조합원 A씨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재는 부동산원이 제시한 금액에 대해 GS건설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부동산원이 결정한 금액을 조합이 적정하다 부당하다 선뜻 말하기는 어려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이승민 한국도시정비협회 회장은 <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공사비 분쟁 조정을 위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도록 했지만 분쟁 조정이 강제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지을수록 손해' 미분양 공포에 지방 꺼리는 건설사...양극화 심화

전국 미분양 세대 현황. 자료=리얼투데이 제공 [뉴스락 편집]
전국 미분양 세대 현황. 자료=리얼투데이 제공 [뉴스락 편집]

알짜 사업장에서는 건설사 간 난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에서는 조합이 '시공사 모시기'에 전전긍긍이다. 

리얼투데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91대1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은 경상북도가 0.01대1, 경상남도 0.09대1, 부산광역시 0.34대 1, 강원도 2.7대 1 등으로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미분양 역시 서울이 976세대에 그친것에 비해, 강원도 3,728세대, 경상도 12,792세대, 대구광역시 10,779세대, 부산광역시 2,327세대, 전라도 6,309세대, 충청도 10,038세대로 높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에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양극화는 두드러진다.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지방 정비사업에 대해 '지을수록 손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지방 정비사업 정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분양시장이 서울, 수도권을 위주로 살아나고 있으나 지방 분양시장은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리스크를 안고 수주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지방 정비사업 수주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중견건설사는 대형에 비해 브랜드 파워에서 밀려 핵심지 수주가 어렵고, 지방은 미분양 공포 등의 우려로 보수적인 자세를 취한다. 이에 더해 수익성이 높은 서울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이 수월하게 진행되나 지방 도시정비사업은 그렇지 못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중견건설사들이 신규 도시정비사업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말했다.

각광받는 '신탁방식' 사업...정비시장 '구원투수' 될까

조합방식 신탁방식 비교표. [뉴스락 편집]
조합방식 신탁방식 비교표. [뉴스락 편집]

최근 불확실성이 커진 도시정비시장에서는 '신탁방식'의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부동산 신탁사가 조합으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6년 신탁방식의 도시정비사업이 허용된 이후 누적 수주금액은 50조 원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 2022년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하고 250만 호의 공급 목표 물량 중 30% 이상의 물량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으로 계획했다.

그 중 정부는 빠른 정비사업 진행을 위해 '신탁방식' 사업 밀어주기를 택했다.

신탁사업 지원 전략의 일환으로 신탁방식의 정비사업 추진 시 추진위원회 승인과 조합설립인가 등의 절차를 생략하는 혜택을 부여했다.

신탁방식은 이와 같은 단계가 삭제돼 빠른 사업 진행이 가능하고, 조합 대비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시공사와의 협상 또한 수월하게 진행된다.

실제 공사비 협상으로 건설사와 마찰을 빚은 서울 성북구 '동선2구역' 재개발 조합은 착공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례적으로 사업방식을 변경했다.

조합은 지난 9월 개최된 정기총회를 통해 하나자산신탁을 신탁사로 선정했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하나자산신탁은 평당 700만원을 넘겼던 공사비 협상을 600만대 중반으로 낮춰 공사비 갈등을 일단락 시켰다.

신탁방식의 사업은 자금조달에도 큰 강점을 지니고 있다.

조합방식의 경우 시공사가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을 해야하나, 신탁방식의 사업은 신탁사 자체 신용으로 대출을 진행해 시중은행도 대출에 호의적인 입장을 취한다.

현재 알짜 사업지인 서울 여의도 재건축·재개발 지역 16곳 가운데 7곳이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을 택했다.

시범·수정·광장 등 3곳은 한국자산신탁, 한양·공작 등 2곳은 KB부동산신탁, 삼익은 한국토지신탁, 은하는 하나자산신탁을 각각 신탁사로 선정했다.

이처럼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이 주목받는데는 공사비 증액 문제와 조합의 부족한 전문성, 조합 내 비리 등의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남형권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시공사와 조합은 공사비 관련 분쟁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 민간 건설공사의 경우 계약 후 2~3개월 뒤에 착공이 되지만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 후 5~6년이 지난 뒤에 공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물가 변동 등에 영향을 받는다"며 "신탁사는 조합 대비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분쟁이 발생 했을 때 뿐 아닌 첫 계약서를 작성하는 시점부터 전문성이 발휘되기 때문에 복병이라고 할 수 있는 재원 문제와 전문성을 채우는 방안에서 각광받는 사업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탁방식의 사업에서도 잡음은 발생한다. 

높은 '신탁 수수료'가 과연 그만큼의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승민 한국도시정비협회 회장은 <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인들은 신탁수수료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신탁방식은 정비사업 추진방식의 다양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뉴스락 미니 인터뷰] 남형권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민간사업 한계는 공공성 회복 통해 극복 가능해

남형권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뉴스락]
남형권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뉴스락]

Q. 지역 양극화에 대한 의견

지방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있으나, 사업성이 없는 곳에 사업이 되게끔 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은 있다. 

주택공급 차원에서 정비사업은 활성화 돼야 하지만 양극화를 정비사업으로 해소해야 하는가, 해소가 가능한가에 대한 부분은 고민해 봐야 한다. 

Q.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은

정비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재원 조달 구조다.

정비사업은 협력업체에게 자금을 대여하고 시공사 선정 후 상환,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기 때문에 오롯이 건설사 자금에 의존해 추진되고 있다.

또한 활성화된 서울시 정비 사업의 경우에도 사업이 선회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지방은 더 힘들 수 밖에 없다. 

정부 혹은 지자체에서 초기 사업 비용 등을 지원한다면 정비사업이 좀 더 원활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다.

민간사업이라는 제약과 한계는 공공성 회복을 통해 극복 가능하다.

Q. 신탁사업의 실효성은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은 문제가 되는 자금조달, 사업 진행 등에서 긍정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사업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상황에  따라 고려해야 한다. 

사업성이 높아 리스크가 적은 사업체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보수가 낮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지역은 득과 실을 잘 따져 가치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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