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근 주택시장이 공급난에 직면하면서 '도시정비시장' 활성화의 중요성은 나날이 대두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은 '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하거나 도시 내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의 물리적 환경개선을 위한 계획적 개발과정 또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7월 정비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공사 선정을 조기화하는 조례 개정안을 도입하고 정비시장 속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얼투데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단지는 약 67만호로, 77,862세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노른자' 지역 위주의 '선별수주'로 인한 건설사의 과열경쟁과 지방의 양극화,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 등 정비시장의 균열은 메워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뉴스락>은 정비시장의 발전을 위해 발로 뛰는 이승민 한국도시정비협회 회장과 시장 현황에 대한 대화를 나눠봤다.

이승민 도시정비협회 회장. [뉴스락]
이승민 한국도시정비협회 회장. [뉴스락]

 

정비시장 속 건설사의 '과열경쟁'에 대한 의견 및 대책은

'입찰금지' 등 정교한 제도적 뒷받침 필요

어느 사업이든 경쟁이 없을 수는 없다. 다른 사업에서도 동종회사들의 경쟁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치열하게 벌어진다.

그럼에도 도시정비사업에 있어서 건설사들의 경쟁이 좀 더 부정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도시정비사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적정 수준의 경쟁은 사업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조합원들의 정비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은 조합원 간의 갈등 요소가 되기도 한다.

경쟁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에서도 입찰과정에서부터 과당경쟁방지를 위한 조항을 명문화하고 있는데, 막상 수주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조합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건설사가 나타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문제는 조합이 원칙을 어긴 건설사를 입찰에서 배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배제 후의 후폭풍이 사업을 좌초하게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원칙을 어기 건설사에 대해 도시정비사업에 일정기간 입찰금지 등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도록 좀 더 정교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시공사 간의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정비사업은 '빠른'것이 '바른'것...규제 대폭 해제해야

과거에도 공사비 증가 등으로 인해 조합과 시공사 사이엔 크고 작은 다툼이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계약서를 근거한 양측의 적절한 '협상'을 통해 사업이 진행됐었다.

다만 최근 이런 갈등이 더 첨예해진 것은 금리의 급격한 인상과 자재가격 등의 폭등 등이 협상이 가능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면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상승요소가 뚜렷한 만큼 이를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고, 조합 입장에서는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큰 폭으로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배수진을 치고 맞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대위' 등 내부 갈등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지연돼 공사비 상승 폭이 더 높아지게 되고, 궁극적으로 시공사와의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게 된다.

정부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 조정을 위한 전문가집단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분쟁조정이 강제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장별로 분쟁의 크기와 심각성이 전부 다르기에 일괄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힘들지만, 그나마 가장 좋은 해결책은 사업이 완료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대폭 해제해야 한다.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는 '빠른 정비사업이 바른 정비사업'이라는 말이 금과옥조로 여겨진다. 정비사업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면 단축될수록 사업비가 줄어들고 각종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적어지는 게 수십년 정비사업 역사에서 고스란히 증명된 바 있다.

지역 간 양극화와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활로는

장기적 대책 수립이 우선

먼저, 지역간 양극화는 도시정비사업으로 풀 수 없는 국가적 중대사다.

모든 사업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정해지는데,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아울러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경우 아파트 중심의 정비사업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정비사업이 가능하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견중소 건설사에 대한 부분은 어려운 문제다.

현실적으로 수익이 담보되는 좋은 사업지는 건설사간의 경쟁도 치열하고, 주민들도 이른바 메이저급의 건설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중견규모의 건설사가 참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이는 시장논리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자유로운 경쟁을 막는 규제를 실시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중견·중소 건설사 자체에도 문제점이 있다. 가령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정비사업장에는 이들 업체도 사업성이 별로 없다면서 참여를 하지 않는다.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들만의 강점을 만들어 이를 끊임없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 많아...보완 '시급'

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자연스럽게 도입된 것이 아니라 정책당국의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의 일환으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방식은 부정과 비리가 만연한 것처럼 호도했지만, 신탁방식이라고 해서 기존의 정비사업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신탁방식의 경우 신탁사에 과도할 정도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조합과 조합원에게 손실을 입혀도 그에 대한 책임소재는 불분명하다. 즉 권한만 있고 책임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더불어 일반인들은 금융기관인 신탁사가 주도하는 만큼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나, 건설사들보다 조달금리가 오히려 높거나 신탁수수료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신탁방식은 정비사업 추진방식의 다양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다는 점에서 이를 보완하는 게 시급하다.

정비사업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개선책은

규제책만 남발하는 실정...출발은 인식 개선부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작은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조합,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건설사 등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주체들에 대한 세간의 인식뿐만 아니라 정책당국과 지자체도 기본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원활하게 추진되어 사업을 성공한 사업장도 많은데, 모든 사업장이 분쟁과 비리가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

도시정비사업은 기본적으로 수백명, 수천명의 조합원들의 총의를 기반으로 추진된다. 조합원의 동의가 없으면 단 한 발도 진전되지 못하는 '동의의 사업'이고,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신뢰기반의 사업'이다.

그런데 정책당국에서부터 불신을 보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책만 남발하니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공공지원방식이나 신탁방식이면 각종 심의를 합동으로 한다거나 용적률을 높여주는 등의 혜택을 주면서, 일반 조합방식은 여러 규제만 적용시킨다. 

규제는 대폭 완화하고, 부정과 비리에는 강력하게 제재하는 제도가 정권이나 환경변화와 상관없이 꾸준히 운영될 때 비로소 안정적인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협회 차원에서 앞으로의 방침은

현행 등록기준 개정이 최우선

전국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협회이니만큼 기본적으로는 정비회사들의 권익을 신장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고치고 개선해야 할 점들이 산적해있지만, 우선 현행 등록기준을 개정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현재 정비회사들이 가장 크게 겪고 있는 게 인력난이다.

2003년 도시정비법 시행 이후 사실상 등록기준에 부합하는 신규 전문인력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는 구조다.

기술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이직이나 사망 등으로 인해 인력 이탈이 생겼을 때 충원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일시적 기술인력 미비로 영업정지 등 제재를 받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최우선적으로 이를 개정해 일정 기간 이상 정비회사에 근무한 인력이 전문기술인력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신규 및 기존 기술인력의 보수교육을 통해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을 제도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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