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국내 고혈압 환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5명 중 1명 꼴이다.  

미국 심장학회와 심장병학회가 지난해 고혈압 기준을 낮춘 탓에 고혈압 환자가 급증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실제로도 고혈압 환자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환자 수가 증가한 만큼 해당 치료제의 수요 역시 증가했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는 보령제약의 신약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정’이 독점하고 있다시피 하다.  

이런 까닭에 공급과 수요의 측면에서 해마다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에는 약국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늘 부족했던 카나브정 소포장 수량(30T)이 보령제약이 지난해 오픈한 자사몰에서는 수량이 넘쳐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보령제약의 독점 공급의 횡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 보령제약의 보여주기식 공급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혈압 환자 수는 1200만명으로 전년(2016년) 752만명의 1.5배 이상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심장학회와 심장병학회가 지난해 11월 고혈압 기준을 최고·최저 140/90㎜Hg에서 130/80㎜Hg로 대폭 낮춰 과거 기준에서 환자에 속하지 않았던 이들이 새로 환자에 포함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가이드라인이 낮아진 것은 인구 고령화 등의 이유로 고혈압이 보편적인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4년(707만명), 2015년(721만명) 수치와 비교해도 고혈압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치료제의 수요는 증가했다.

보령제약에서 개발한 국내 15번째 신약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정’은 이 같은 수요증가와 더불어 상승가도를 걷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0년 9월 허가를 받고 생산을 시작한 카나브정은 이듬해 139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한 후 줄곧 국산신약 분야 생산실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생산실적과 달리 약국이나 환자가 가장 많이 찾는 30T(소포장) 수량은 몇 년 전부터 고갈현상을 빚어왔다.

2016년 당시 보령제약은 카나브 병 포장을 300T, 30T 두 가지만 생산하고 있었다. 보령제약은 소포장 공급량을 40%로 맞추고 나머지 물량은 300T 덕용포장으로 생산했다.

한 달 또는 두 달 동안 장기복용하며 복용량을 조정해야 하는 고혈압 특성상 30T 포장단위는 필수지만, 40%의 공급량은 증가하는 고혈압 환자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자연스레 공급 증량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보령제약 김은선 회장과 아들 김정균 상무(좌), 보령제약 자사몰 팜스트리트 홈페이지(우) 사진=뉴스락 DB/팜스트리홈페이지 일부 캡처.

◆ 공급부족난에도 끄떡없는 보령 팜스트리트...“거래량 차이” vs.“독점공급·내부거래”

이 같은 수요 쏠림현상에 보령제약은 30T 소포장 공급량을 지난해 44%까지 늘린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60%까지 늘릴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보령제약이 시정을 약속한 지 2개월이 지난 현재 일선 약국에서는 여전히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들은 지난해 오픈한 보령제약의 자사몰 ‘팜스트리트’를 쏠림현상 미해소 원인으로 꼽고 있다.

팜스트리트는 지난해 1월 약사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서비스, 다양한 가입혜택을 앞세워 보령제약 전문 약사전용몰인 팜스트리트를 오픈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4군데 도매상을 거래하는데 대부분이 재고가 없거나 주문을 해도 수량이 부족하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영업사원이 자사몰에는 30T 재고가 많으니 해당 몰을 이용하라고 홍보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일반 도매몰과 보령제약 자사몰의 수량 비교를 분석해보면 도매몰에서 카나브정 소포장(30T, 60T)이 품절됐지만, 자사몰에는 각각 927개, 1만83개의 재고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보령제약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공급량을 증가시켰음에도 부족하다고 하는 곳은 계속 부족하다고 한다”며 “자사몰의 독점 공급 시도가 아니라 도매상과 약사 개인 간의 거래량이 상이해 생기는 재고 차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매몰과 자사몰의 공급량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관계자는 “공급량 분배를 당장 확인할 방법은 없어 답변이 어렵지만 공급량과 재고 차이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령의 이같은 해명에서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령제약이 고혈압 환자 증가와 소포장 수요 증가를 몰랐을 리 없다”면서 “그럼에도 소포장 공급량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는 것은 소포장 약품이 포장비·배송비가 더 들어가 수익 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보령제약의 계열사가 만든 자사몰이 약품 유통을 독식해 내부거래 활성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팜스트리트는 보령제약의 계열사 ㈜보령컨슈머가 만든 플랫폼으로, 보령컨슈머는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이 이사로 있으며 2017년 4월 감사보고서 기준, 김 회장의 아들 김정균 상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 상무는 유학 시절부터 경영권 승계를 이유로 보령제약 계열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보령컨슈머와 팜스트리트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용 창구라는 주장도 이같은 데서 출발한다.

◆ 공급과 수요 불균형 사태, 알고서도 뒷짐만 진 정부 

고혈압 환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음에도 현실을 반영한 제도와 규제를 마련하는 데 있어 중앙정부와 관련 부처가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제약회사에서 애초에 의무생산량을 지키지 않거나 도매상 등 중간과정에서 매점매석이 발생할 경우 복지부가 제재를 한다”면서도 “카나브정의 경우 관련 신고가 접수된 적이 없고 매점매석 문제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공급량 자체의 증감 규제를 식약처에서 관리하나, 카나브정은 많은 수요를 공급이 충족하지 못해 불균형이 생긴 사례이기 때문에 법적 제재를 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카나브정이 특히 수요가 많아서 티가 날 뿐이지 소포장 수요부족 문제는 전 의약품에 관련한 문제”라면서 “약물 장기복용 환자는 유통기한 등의 이유로 소포장이 필요하지만, 제약회사나 영업사원의 입장에선 단가가 낮음에도 제조비용이 더 드는 소포장을 만드는 것이 손해인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수 제약기업을 선정·지원하는 ‘혁신형제약사’ 제도가 존재하지만 진입 문턱 자체도 높을뿐더러 공급량 증가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신약개발에 대한 지원금은 연구개발비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 지원되고 있으며, 조세감면 역시 정부부처간 의견차이로 쉽지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혁신형제약사 제도 등 신약개발 R&D를 지원하는 만큼 신약 개발 이후에도 이것이 기업 독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원과 규제를 적절히 융합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고혈압 환자의 증가 추이 통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이를 활용한 유동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어 “이러한 현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된다”며 “고혈압 치료제 특성상 장기복용이 필요한 만큼 비용적인 면의 해결과 지속적인 복용을 위해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MINI 인터뷰

[인터뷰] 보령제약 대외협력팀 A 차장

Q. 올 2월 소포장 공급량을 44%에서 60%까지 올린다고 했다. 그 전에는 얼마였었는가?

A. 소포장 의무생산량이 10%인데, 처음엔 40%로 공급량을 정했다. 이후 지난해 44%로 공급량을 늘렸다. 올해 안에 60%까지 올릴 예정이다. 

Q. 도매몰과 자사몰에 공급되는 재고가 각각 다른가? 다르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A. 공급량 분배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답변이 어렵지만 공급량과 재고 차이는 없다. 공급량을 증가시켰음에도 부족하다고 하는 곳은 계속 부족하다고 한다.

Q. 자사몰의 독점 공급 시도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A. 도매상과 약사 개인 간의 거래량이 상이해 생기는 재고 차이다. 지역마다 판매량이 다른데 이를 똑같이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자사몰은 지난해 오픈한 신규 유통창구인 만큼 소문이 덜 나 재고가 남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대한약사회 홍보팀 B 팀장

Q. 소포장 수요과잉 사태가 왜 계속 생겨나는 것인가?

A. 환자들 입장에서는 소포장의 약을 섭취하는 것이 유통기한 보존 등의 이유로 좋다. 특히 장기복용 환자는 더더욱 소포장을 찾는 편인데, 이는 카나브정 약 외에도 전 의약품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Q. 제약사에서 소포장 약품을 반기지 않는 이유는?

A.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소포장 약품이 단가가 낮아 소위 돈이 되지 않는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소포장 생산에 포장비, 배송비가 더 들기 때문에 반기는 편은 아니다.

[인터뷰]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C 연구원

Q. 의약품 수요/공급 불균형에 대한 정부의 제재는 없는 것인가?

A. 복지부는 제약회사에서 애초에 의무생산량을 지키지 않거나 도매상 등 중간과정에서 매점매석이 발생할 경우 제재를 가한다. 하지만 카나브정의 경우 보령제약이 의무생산량 이상으로 생산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수요가 많아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다. 관련 신고도 접수된 적이 없다.

Q.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공급이 부족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거나 증가생산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A. 공급의 증감 규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담당한다.

[인터뷰]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 D 주무관 

Q. 카나브정 공급량 증가에 대한 대책은 없는가?

A. 사실 소포장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라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제조 지원과 관련해서는 현재 관련 제도가 없고 강제적으로 공급량 증가를 지시할 수도 없다. 신약이 공공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사기업에게 이를 부담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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