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공정거래법 개편안이 재계를 겨누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당겨온 재벌개혁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개편안의 핵심 내용에 일감몰아주기 기준이 상장·비상장을 막론하고 총수일가 지분율 20%로 일원화되는 것과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이 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재계에서는 지분 매각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범 현대가(家) 기업들은 개편안에 대해 울상인 모양새다. 현대중공업, 현대차, 현대백화점 등 그룹들의 총수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율이 법적 테두리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깊어지는 고심…‘29.9%’ 지분율도 수면 위로

지배구조 개선안을 전면 재검토 중인 현대차그룹이 공정거래법 개편으로 더욱 고심하고 있다.

개편안의 핵심 내용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상장·비상장을 막론하고 총수일가가 지분 20%를 보유한 회사로 일원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지적된 ‘29.9%’의 꼼수가 수면 위로 오를 전망이다.

공정거래법 개편으로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회사인 현대글로비스와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두 회사 모두 정의선 부회장과 총수일가가 29%를 웃도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23.29%, 정몽구 회장이 6.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개편안이 통과된다면 30%에 못 미치는 지분으로 이른바 ‘꼼수’라는 지적을 받아온 나머지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당초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시장의 반대로 재검토에 돌입했다.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거래법 개편 빗겨나기의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매각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 또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노션은 정성이 고문이 27.99%, 정 부회장이 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29.9%라는 꼼수 지분율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기준 이노션의 내부거래 비중은 57.1%에 달했다.

현대차가 공정거래법 개편안의 칼날을 피해가기 위해선 지배주고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초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이라는 큰 틀을 유지한 채 지배구조 개선안을 재검토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공정거래법 개편으로 이또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편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에 있어 정몽구 회장 등 총수일가의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 매각은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정의선 부회장 또한 경영 승계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 지배구조 개선과 지분 매각에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수주 호재’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중공업지주 경영 승계에 발목 잡나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 상반기 친환경 선박 개조분야 1억 2000만 달러 규모의 수주를 확보했다. 지난해 신규 수주의 7배를 웃도는 수치다.

경영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정기선 부사장은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수주 호재는 철강 사업을 둘러싼 연이은 악재에 부진을 면치 못하던 현대중공업과 정 부사장에게는 큰 원동력인 셈이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편으로 상승세를 타던 현대글로벌서비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자연스레 경영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정 부사장의 행보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 일고 있다.

선박 A/S를 영위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현행 공정거래법 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예고된 개정안에는 규제 대상 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기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내부거래 금액은 517억 6000만원. 전체 매출액의 21%를 웃도는 수치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의 계열사로부터 인도받은 선박 A/S를 통해 대부분의 매출을 올렸다.

개선안에 따르면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 금액 200억원을 초과해선 안된다. 이에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내부거래로부터 나오는 매출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이에 재계에서는 공정거래법 개편으로 실적 호재를 이어가던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내부거래가 줄어들 경우 전체 매출 하락 또한 불가피해 정 부사장의 승계 초석 다지기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순환출자 해소한 현대백화점그룹, 현대그린푸드 도마 올라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4월 지배구조 개편 안건을 결의했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정교선 부회장 또한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이처럼 정 회장 일가가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본격화했지만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여전하다.

현대그린푸드는 단체급식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범현대가(家) 기업에 단체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그린푸드의 내부거래액은 262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8% 가량에 해당된다.

이에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5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IT사업부를 분할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IT사업부의 물적 분할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대그린푸드의 오너일가 지분율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12.67%를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고 정교선 부회장이 23.03%, 정몽근 명예회장이 1.95%를 보유하고 있다.

동일인 정 회장을 제외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25%를 웃도는 만큼 개정안의 핵심인 ‘20%룰’을 빗겨가기 위해선 지분 매각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여타 단체급식업계에 비해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신세계푸드와 CJ프레시웨이의 경우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각각 0.77%와 0.60%에 불과하다.

이렇듯 현대백화점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며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에 화답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공정거래법 개편으로 현대그린푸드의 일감몰아주기가 사정당국의 타킷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 최대주주에 올라 정 회장과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이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을 매각해 계열 분리와 함께 공정거래법 개편을 빗겨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