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출범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는 신동빈 회장. 사진=롯데지주 [뉴스락]
롯데지주 출범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는 신동빈 회장. 사진=롯데지주 [뉴스락]

[뉴스락 내러티브]

레알(진짜)?

최근 유통가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업계 1위인 롯데리아가 '버거를 접는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더니 결국 버거 사업을 접고야 마는구나...' 대다수 사람들이 이렇게 인식하며 안타까워했을 겁니다.

더욱이 경기도 안산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햄버거병(출혈성대장균 감염증)으로 인해 정부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 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급식소 4만3000곳을 전수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속 햄버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을 것은 불 보듯 했습니다. 그리고 롯데리아 매장 유리창에 종이 하나가 붙었습니다. 주인장 백(白)의 이름 하에 '버거 접습니다'라고.

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롯데리아가 버거를 접는다고 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액면 그대로 '버거 사업을 접는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뻥(가짜)!

사실은 노이즈마케팅(noise marketing)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노이즈마케팅이란 자신들의 상품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상품의 품질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상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각종 이슈를 요란스럽게 치장해 구설수에 오르도록 하거나, 화젯거리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현혹시켜 판매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을 말합니다.

롯데리아는 버거 사업을 접은 게 아니라, '접어서 먹는 버거' 출시를 앞두고 이목을 끌기 위한 마케팅을 펼친 겁니다. 이 마케팅이 성공하기까지 전사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버거를 접느냐는 질문에 롯데리아 모든 관계자가 노코멘트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재밌고 기발하다!...벗(but)!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롯데리아 공식 유튜브채널에 올라온 영상 중 유일하게 1만 조회수 이상을 기록했으며, SNS 등에 달린 댓글에서도 재밌고 기발하다는 의견이 상당수 눈에 띄었습니다.

중의적 표현을 아주 교묘하게 잘 사용했으며, '마케팅의 달인 인증'까지 선사하는 네티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다는 견해도 상당합니다. 하필 코로나19 시국 속에 다들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그런 식으로 밖에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지적입니다. 진짜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서 사업을 접어야만 하는 상인들에게 더욱 상실감을 안겨준다는 것입니다.

롯데리아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올 1분기 실적은 처참했습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의 1분기 매출은 17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하락, 순손실 8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해외사업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롯데리아는 9년 만에 인도네시아 사업을 완전히 접기로 했습니다.

롯데리아 역시 코로나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진짜 사업'을 접어야 하는 마음을 십분 이해할 터인데 롯데리아는 그러지 않았던 것입니다.

1분기 실적 만회를 위한 전략적 마케팅으로 활용한 것이었습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 그리고 레알(진정성)!

롯데리아를 탓할 순 없습니다. 노이즈마케팅도 엄연히 마케팅의 한 기법이니깐요. 유통에서만 쓰이느냐? 그런 게 아닙니다. 흔히 무명 배우(탤런트)가 시상식에서 넘어져서 중요 부위가 노출돼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든가. 야구 시구에서 핫한 차림으로 등장해 이목을 끌기도 하는 등 연예 방송계에서도 흔히 쓰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명 상품, 상표 등을 의도적으로 베껴 이목을 끄는 행위 등도 다 노이즈마케팅의 일종입니다.

자본시장 자유경제주의 국가에서 롯데리아의 행위를 비난할 자격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것은 아니니깐요. 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롯데리아가 깊게 생각해 볼 점은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재계 5위 롯데그룹이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것 같습니다.

사실 롯데는 계열사 롯데리아뿐만 아니라 마케팅 때문에 구설에 오른 계열사가 꽤 있습니다.

최근 들어선 유독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단골인데요. 얼마 전 롯데칠성음료는 가수 비의 노래 깡을 아무런 동의없이 숙취해소 '깨수깡'에 마케팅 활용하면서 '무단 사용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앞서도 롯데칠성음료는 어려운 시기에 주력제품 가격동결을 했다고 홍보했지만, 알고보니 용량이 줄이는 식의 마케팅으로 '꼼수 논란'이 일며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롯데마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가 한창 확산되면서 마스크 품절현상을 빚고 있든 시기에 롯데마트는 일본 아사히 맥주를 구입하면 ‘KF94' 마스크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가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 이벤트 하루 만에 종료했습니다.

롯데아시히주류는 아시히 등 일본 맥주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기업인데, 롯데칠성음료와 일본아사히그룹홀딩스가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시 인터넷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코로나19 사태 확산 속에 일본 불매 운동까지 일면서 롯데가 일본 맥주 재고 처분을 위해 불안한 소비 심리를 이용한 꼼수 마케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특정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펼친 '타깃 마케팅'이 구설에 올랐습니다. 롯데백화점 수원점은 1천 세대가 넘는 지역 아파트 단지 10곳을 임의로 선정해 해당 아파트 주민에 한 한 고객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선정된 아파트 주민이 아니면 롯데백화점에겐 고객이 아닌 셈이죠.

또 있지만 이쯤해서 줄이고, 재계 5위 롯데는 대체 요즘 왜 이러는 걸까요?

코로나 등 여럿 대내외 악재로 인해 실적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유독 롯데는 그 정도가 심한 편입니다.

매 주말 현장을 찾는 것으로 알려진 신동빈 회장에 대한 각 계열사 CEO들의 충성심의 표출이 무리한 마케팅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신 회장은 지난 5월19일 롯데지주 임원회의에서 "코로나19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와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기존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그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법칙과 게임의 룰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번 위기만 잘 넘기자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에는 우리가 쌓아 온 경쟁우위가 그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신 회장이 '안이한 생각을 해서 안된다'고 하니 '특이한 생각'을 가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레알(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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