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경제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으면서 투자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속에서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주가가 폭등하는 등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예상치 못한 불황에서도 제약·바이오 주와 일부 업종에서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면서 투자에 적기라는 평가도 꾸준히 나온다.

그래선지 최근 3·40대를 비롯 주식에 관심이 없던 10대, 20대들 마저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고 자신이 투자한, 혹은 관심 있는 기업들에 대한 뉴스를 수시로 챙겨 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기존 투자자는 물론 이른바 주린이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식 얘기가 일상화 되고 있고 기업 공시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여기에 기업의 지속가능성, 투명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ESG경영도 덩달아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처럼 ESG경영과 기업 내부경영 정보인 공시에 대한 관심이 어떤 때보다 커지고 있음에도 국내 제약업계는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락>이 제약·바이오 업체들 사이에서 횡행하고 있는 불성실공시 현황에 대해 살펴봤다.

자료출처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편집/뉴스락]
자료출처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 편집]
◆ 코로나19 이전 제약·바이오 불성실공시법인 전체 기업중 12% 수준...133곳중 17곳

공시제도는 기업이 사업 내용과 영업실적 등 중요 내용을 투자자,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것을 의무화한 제도로, 상장 법인이 공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

기업의 공시는 주가를 올리거나 내릴수 있기 때문에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때문에 불성실 공시는 거래정지는 물론 때에 따라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 불성실공시 유형은 크게 3가지로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동 등이 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발생시 해당 공시시점부터 30분간 거래가 중단된다. 이후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경우 법인의 누적벌점이 8점 이상(코스피 10점 이상)이면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1년 이내의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는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관리종목 지정 이후 1년 이내 누적 벌점 15점 이상인 경우 혹은 중과실로 의한 공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시 상폐 여부를 논하게 된다.

여기에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등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시 벌점부과 외에 10억 원 이내에서 공시위반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부과벌점이 10점 이상인 경우 1000만원, 부과벌점이 5점 미만인 경우 400만원에 불과하다.

불성실공시 세부 내용에는 △주요 경영사항 등의 거짓(잘못) 기재, △소송 등에 대한 지연공시, △유상증자 철회, △ 단일판매·계약 해지, △전환사채 납기일 6개월 이상 변경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이 외에도 부정적 소식을 장 마감 직전에 올리는 올빼미공시 등 불건전공시도 있다.

주목할 부분은 국내 코스닥과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서 불성실공시법인은 지난 5년간 꾸준히 늘어왔는데 이 중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10% 이상을 차지해 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년간 코스닥과 코스피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총 82건(코스피 11건, 코스닥 71건)으로 이 중 제약 바이오 관련 기업 24곳이 불성실공시법인예고 혹은 지정(지정 8건 내외) 처분됐다.

전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도 꾸준히 늘었다.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불성실 공시 법인을 살펴보면, 2018년 112건(코스피 11건, 코스닥 101건), 2019년 133건(코스피 14건, 코스닥 119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1월~12월의 경우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 포함) 업체들 중 총 17곳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전체 불성실공시법인지정 건수(133건)와 비교해보면 약 12.7% 수준이다.

지정된 기업들은 비보존헬스케어, 휴온스블러썸, 대한뉴팜, 센트럴바이오, 코오롱생명과학, 파마리서치, 삼진제약, 피에이치씨, 씨티케이코스메틱스, 엔에스엔, 케어젠, 유앤아이, 경남제약헬스케어, 에이프로젠H&G, 큐브앤컴퍼니, 네이처셀, 아미로직스 등이다.

주요 업체들로는 주식교환 이전 결정 철회로 인한 공시번복 비보존헬스케어, 세무조사 추징세엑 221억 가량 선급금 지연공시 삼진제약, 인보사 논란으로 주주들로부터 65억 가량의 손배소를 제기 받았으나 지연공시한 코오롱생명과학 등이 있다.

특히 비보존헬스케어는 최근 계열사 비보존제약이 의약품 임의제조 혐의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인 네이처셀이 단일판매·공급계약에 대한 공시번복으로, 경남제약헬스케어는 전환사채권 발행금액 변경공시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

◆ 코로나 이후 제약·바이오 업체만 불성실공시법인 급증...24개 업체 중 신규 지정 업체만 20건

코로나19 이후 제약·바이오 등 업체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타 업종 대비 실적이 소폭 올랐고 주가도 상당히 높게 형성돼 투자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 상장 법인 중 의약품 관련 업종은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4.40%, 3.66% 올랐다. 의료정밀 업종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37.68%, 82.05% 올랐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전체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가 사실상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오히려 두 배 가량 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 이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2020년 1월~2021년 6월)는 126건(코스피 20건, 코스닥 106건)인데 이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한 해 133건에서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제약·바이오 관련 업체들의 경우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17개 업체(2019년 1월~12월)에서 최근 25개까지 늘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최근까지 25개의 불성시공시법인 중 신규로 지정된 업체만 무려 20개 기업이다.

코로나19 이전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던 업체 17곳 중에서 코로나 이후 재차 불성실공시에 지정된 업체가 4곳(경남제약헬스케어 등)이 있었고 나머지 20개 업체가 신규로 불성실공시법인 예고 및 지정에 들어온 것이다.

새로 지정된 업체들은 지더블유바이텍, 메디콕스, 메디톡스, 젠큐릭스, 조아제약, 코스온, 헬릭스미스, 아이센스, 제넨바이오, 일성신약, 부광약품, 신신제약, 폴루스바이오팜, 한스바이오메드, 크리스탈지노믹스, 인트로메딕, 삼성제약(지정예고·미지정), 디엔에이링크 등이다.

이 중 시가총액이 1조를 넘는 업체는 메디톡스(공시번복), 헬릭스미스(지연공시), 부광약품(지연공시) 등이다. 제넨바이오(공시번복), 조아제약(지연공시), 일성신약(지연공시), 신신제약(공시번복), 삼성제약(공시변경), 한스바이오메드(공시변경), 아이센스(공시번복) 등도 시가 총액이 1000억~6000억 수준이다.

구체적인 지정 사유를 살펴보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의 보툴리눔 톡신 제재 등으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 유무상증자 결정 철회, 헬릭스미스의 경우 경영권 분쟁 소송 등을 뒤늦게 알렸다. 부광약품과 신신제약은 단일판매ㆍ공급계약 정정사실 발생 이후 지연공시, 한스바이오메드는 영업정지 내용 지연공시 사유다.

아이센스는 회사의 물적분할 결정 철회, 제넨바이오는 유상증자결정을 철회했다. 화장품 연구개발 업체 코스온은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 결정 지연으로 지정됐다가 현재는 제무재표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심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제약의 경우 계약금액 50% 이상의 변경공시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 됐으나 감경사유로 현재는 미지정 됐다.

서울 방배동 협회 회관에서 진행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회 진행 모습. 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뉴스락]<br>
서울 방배동 협회 회관에서 진행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회 진행 모습. 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뉴스락]
◆ ESG환경 속 ‘불성실공시법인’ 기업 이미지 영향↑...업계 “금감원 기업편...강력한 제재로 좋은기업 늘려야”

최근 들어 불성실공시가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ESG경영’과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인한 ‘투자자의 증가’ 등이 꼽힌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단연 ESG경영이다. 먼 미래까지 지속가능한 경영환경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으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지표가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의 활용 정도는 물론 탄소배출 감축 규모,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여부 등이 수치화되고 있고 오너일가의 일탈과 복잡한 지배구조 조차 등급을 매겨 평가 받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특히 오너일가의 횡령·배임은 물론 언행, 논란 등에 대해서 언론이 얼마나 다뤘는지, SNS상에서 얼마나 언급되는지도 평가 대상이 되는 실정이다.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이른바 주린이들의 등장이 ESG경영 확대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너일가 사례로는 최근 일동제약 윤웅섭 사장 등은 지난 2016년~2017년 인적분할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계획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 최근에서야 조사가 시작됐다. 결과에 따라 상폐도 논의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슈펙트’ 임상에 대한 세세한 공시가 없는 모르쇠 임상으로 오너일가의 주가부양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타 업종인 사조산업도 최근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배임 등을 언급하면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기폭제가 됐다. 오너일가의 행위와 공시의 성실성 여하에 따라 논란과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불성실공시법인 등에 언급되는 것 자체가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때에 따라 주린이들로부터 반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제약업체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불성실공시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제약업계는 타업계 대비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몇 배 이상 뛰었기 때문에 추후 불성실공시에 주가가 급락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예컨대 신풍제약의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PER(주가수익비율, 1주당 순이익 대비 주식가격)이 5863배로, 엄청난 고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급락에 따른 피해도 커질 수 있는 것이다.

불성실공시 건수가 늘다보니 이미 제약업계 내부에서부터 자성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불성실공시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를 강화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빼미공시의 경우 불건전공시의 일종이지만 사실상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기업들의 불성실공시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가 현재 솜방망이 처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개미들(개인주주)이 늘고 있지만 애초에 금감원 등은 과거부터 기업의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약업체들의 불성실공시 등이 늘고 있다’라고 한다면 그에 따른 제재를 강화해서 주주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좋은 기업의 수를 더 늘리는 방법”이라며 “좋은 기업을 남기고 나쁜 기업은 줄이는 것이 결국 국내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 상장기업들에 대한 제재 수준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