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신세계건설(대표 정두영)이 그룹 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할 위기다.

지난해까지 신세계건설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을 해소하기 위해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5년 82%에서 지난해 22%로 대폭 감소했다.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면서 신세계건설은 실적 개선을 목적으로 주택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주택사업 확장은 실적 부진을 타개할 묘수(妙手)가 아닌, 재무적 부담을 늘린 악수(惡手)가 됐다. 고금리와 함께 원자재 가격이 끊임없이 상승하고 경기 악화로 인해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자료 및 사진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 신세계건설 제공 [뉴스락편집]
자료 및 사진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 신세계건설 제공 [뉴스락편집]

지난해 10년만에 적자전환, 올해도 추락 거듭...대구 미분양 폭탄

신세계건설이 대구 달서구에서 분양한 빌리브 라디체 투시도. 신세계건설 제공 [뉴스락]
신세계건설이 대구 달서구에서 분양한 빌리브 라디체 투시도. 신세계건설 제공 [뉴스락]

<뉴스락>이 분석한 결과, 올해 신세계건설의 올해 원가율은 99%다.

신세계건설의 주택사업 확장 움직임은 2018년 '빌리브'를 론칭하면서 시작됐다.

빌리브 론칭은 신세계건설의 자립 전략이었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의 민간공사 매출 비중은 60~70%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외형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계열사 일감이 줄어들자 실적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건설이 빌리브를 통한 실적 개선에 실패한 이유를 사업장이 대구에 집중됐다는 점을 꼽는다. 

대구광역시에 따르면 10월 31일 기준 대구지역 미분양 공동주택은 모두 10376가구다. 이는 전국 미분양 58299가구의 17.7%를 차지한다. 악성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903가구로 대구지역 미분양 공동주택의 9%에 해당한다.   

현재 대구에 위치한 신세계건설의 사업장은 빌리브 라디체, 빌리브 루센트, 빌리브 헤리티지 등이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3개 사업장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도합 451억원 규모다.

이렇듯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높은 원가율과 낮은 분양율로 인해 신세계건설의 영업손실은 늘어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20억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10년만에 적자전환 했다. 올해는 1분기 109억원, 2분기 309억원, 3분기 4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903억원에 이른다. 

홀로서기 힘들자 내부거래 비중 또 증가세...신용등급 적신호

<뉴스락>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22%다. 그러나 올해 3분기 내부거래 비중은 33%11% 증가했다.

그런데 적자가 늘어나자, 올해 내부거래 비중이 다시 증가했다. 홀로서기에 나섰던 신세계건설이 다시 그룹 내 일감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또한 내부거래 이외외 수익으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됐던 레저사업도 기대에 미치는 수익을 내지 못했다. 올해 레저사업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7억이다. 

신세계건설 주요 펀더멘탈. 지난달 16일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건설에 대한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 제공 [뉴스락]
신세계건설 주요 펀더멘탈. 지난달 16일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건설에 대한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 제공 [뉴스락]

이러한 상황이 맞물리자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달 16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평)는 신세계건설에 대한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은 해당 기업의 신용도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표다. 재무상황 악화가 지속되면 신용등급을 낮추겠다는 경고로 이해할 수 있다. 

한평은 등급 변경 이유에 대해 ▲민간 건축 사업의 분양 실적 부진으로 인한 사업변동성 증가 ▲공사원가 상승과 미분양사업장 손실 반영에 따른 영업적자 지속 ▲공사비 관련 자금요소, PF우발채무 등에 기인한 재무부담 확대 등을 꼽았다.

한평이 집계한 신세계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규모는 올해 3분기 기준 1000억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PF 연체율은 2.42%다. 지난해 말 기준 1.19% 대비 1.23%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PF사업장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지만, 연체율은 꺾이고 있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금리가 장기화될 수록 PF에 따른 최종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두영 대표 '중대재해ZERO 지속달성' 공언에도 안전사고 발생

신세계건설이 직면한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실적 부진과 PF 리스크 확대 이외에도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일 대구 달서구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하청업체 소속의 60대 근로자 한 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해당 사업장은 공사비 50억원 이상의 규모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신세계건설의 안전사고 관리 문제는 지난 3월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3월 29일, 신세계건설이 시공중인  울산 빌리브 리버런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항타기가 넘어져 원룸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 대원들이 수습을 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지난 3월 29일, 신세계건설이 시공중인  울산 빌리브 리버런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항타기가 넘어져 원룸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 대원들이 수습을 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지난 3월, 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맡은 울산 남구 신정동 빌리브 리버런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항타기(지반 뚫는 중장비)가 주택가로 넘어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항타기가 인근 건물 3곳을 덮쳤고 주민 7명이 부상을 입었다. 5명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당시 정두영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해당 사고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드린다"며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하에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사과문이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5월, 신세계건설은 안전관리 체계에 변화를 꾀했다. 안전보건공단 인증을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KOSHA18001에서 KOSHA-MS로 전환했다. 이를 기반으로 안전보건경영방침을 '중대재해ZERO 지속달성'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중대재해ZERO 지속달성'은 공언은 빈말에 불과했다. 

같은 달 신세계건설이 시공사로 있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스타필드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안전사고로 사망했다. 이어 다음 달에는 부산시 기장군 빌라쥬 드 아난티 리조트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일부 노동자들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건설 현장 노동자에 대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며 "건설사들이 안전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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