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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범죄, 영화 감독 : 박누리, 주연 :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개봉일 : 2019년 3월 20일, 관객수 : 300만 돌파(2019년 4월 8일 기준), 사진=네이버 영화 이미지 다운로드

[뉴스락] "숫자 뒤에 0이 몇 개든 무슨 상관인가. 그래 봤자 그냥 숫자인데. 난 그냥 부자가 되고 싶었다"

주인공 조일현(류준열)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다. 그의 직업은 주식 브로커. 영화는 초반에 증권 거래소 주식 브로커의 하루를 보여준다. 이들의 일상은 꽤나 흥미롭다.

매일 아침 9시 장이 열리면 브로커의 하루가 시작된다. 브로커가 하는 일은 고객이 시키는 대로 주문을 체결시키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오후 3시가 되면 장장 6시간의 치열한 장이 마감하고 브로커들의 시선은 사무실 중앙 모니터로 향한다.

이들은 모니터로 그날의 성적을 확인한다. 모니터에는 그날 벌어들인 수수료가 순위별로 나타나고 '숫자의, 숫자에 의한, 숫자를 위한' 이들의 삶은 또 한번 숫자로 희비가 갈린다.

장이 마감하면 퇴근이냐고? 아니다. 이제는 영업맨으로서의 2차전이 시작된다. 주식 브로커의 고객은 펀드 매니저다. 매니저들이 언제 어떤 정보를 흘릴지 모르기 때문에 브로커는 그들의 모든 말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밤낮 없이 일했지만 일현(류준열)의 통장에 꽂힌 수수료는 0원. 말 그대로 ‘열심히’만 한 그는 동기 전우성(김재영)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잘생긴 외모, 화려한 입담, 잘나가는 무역회사 아들. 3박자를 고루 갖춘 우성(김재영)은 증권사의 에이스다. 빽도 없고 줄도 없는 일현(류준열)은 한숨만 늘어간다.

번호표(유지태) [뉴스락]
번호표(유지태) [뉴스락]

해고 직전의 위기로 몰리고 있는 이때, 일현(류준열)은 선배의 조언으로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게 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거래를 제안받는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일현(류준열)은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작전 당일 일현(류준열)은 시키는대로 주문을 넣을 뿐인데 순식간에 실적 1위를 달성한다. 평생 만져 보기 힘든 억대 수수료도 그의 통장에 입금된다.

한번 돈맛을 본 일현은 계속해서 위험한 거래에 동참한다. 어리버리한 예전과 달리 금융감독원의 감사에 뻔뻔스럽게 대처한다. 온갖 사치품을 사들이고 직장 여 대리와 바람을 피며 변화를 거듭한다.

일현의 성장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돈의 참맛을 알게해주면서도 씁쓸함을 남긴다. 돈으로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다니... 변해가는 건 일현(류준열)뿐만이 아니다. 영화의 스토리도 막나가기 시작한다.

사진 한지철(조우진) [뉴스락]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벌지 않았냐"

 “재밌잖아”

한편, 승승장구하는 일현 앞에 번호표의 뒤를 쫓던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조우진)이 나타난다. 일현은 점점 좁아지는 수사망에 불안해진다. 돈으로 인생을 즐기고 모든 걸 손에 넣은 듯하지만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일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번호표(유지태)는 불법 공매도로 부실기업을 도산시킬 계획을 세운다. 여기엔 동기 우성(김재영)의 아버지 무역회사도 포함돼 있다. 초조해진 일현은 번호표에게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벌지 않았냐"며 버럭 화를 낸다. 일현에 물음에 그는 “재밌잖아”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진다.

기자는 번호표의 범죄 동기가 단순 ‘재미’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돈에 대한 욕망을 잘 그려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일현(류준열)을 제외하곤 나머지 인물에게서 돈을 향한 욕망, 마치 돈에 ‘미쳤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물론 번호표(유지태)가 계획한 작전을 위해 공장에 불을 지르고 수많은 브로커를 죽이지만, 이 또한 금융 범죄자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단순 살인마라면 모를까.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작전을 성공시키고 금감원 직원 지철(조우진)을 따돌렸다면 좋았겠다.

결국 일현은 번호표를 배신하고 동기와 지철(조우진)을 도와 번호표를 잡는 데 성공한다. 공매도 작전을 동기에게 미리 알리고 동기 아버지 회사의 도산을 막아준다. 지철(조우진)에게 그간 번호표와의 거래가 담긴 녹취록과 휴대폰을 넘기며 번호표를 체포할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한다. 일현(류준열)은 지철(조우진)과 참고인 조사를 받기로 했지만, 약속을 어기고 도망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는 주인공 일현(류준열)에게 관대하다. 악당을 배신하고 동기와 지철(조우진)을 돕는 것으로 일현(류준열)을 쉽게 용서한다. '모두가 지철(조우진)의 꾀에 넘어가 수갑을 찼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스토리는 아쉬웠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빛난 영화 '돈'.

전문 용어가 많이 나와 어려울 수 있지만, 영화는 초조한 눈빛, 바빠지는 타이핑 소리 등 시각적 이미지로 관객들을 쉽게 이해시킨다.

영화의 제목인 '돈'처럼 돈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지만 증권가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한 번쯤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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