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 기자의 나대로 명작 보기 ③] 우상[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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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기자의 나대로 명작 보기 ③] 우상[idol]
한줄평: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나!
  • 김수민 기자
  • 승인 2019.04.13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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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스릴러 한국 144분 2019 .03.20 개봉 [국내] 15세 관람가 / 누적관객 : 182,263명(04.12 기준)감독 : 이수진 출연 : 한석규(명회), 설경구(중식), 천우희(련화)

[뉴스락] 단순한 듯, 난해하기도 한 이수진 감독의 영화 <우상>.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믿고 보는 한석규(구명회 역)와 설경구(유중식 역), 두 배우의 미친 연기에 끝까지 보게 되는 그런 영화. 그리고 천우희(련화 역)의 완벽스럽다 못해 살벌한 재중동포 어투에 또한번 깜놀. 다만 너무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했는지, 대사가 귀에 ‘팍’ 와 닿지 않았다는 게 아쉽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젊은 여배우 천우희의 또한번 성장가능성을 본 듯해 느낌 좋은.

영화 우상은 이 세 배우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낸다. 감독이 영화에서 무얼 말하고자 대충 제목에서도 읽히듯이 우상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 중심인물에 대한 자아실현이자 욕망에 맞춰진 듯하다. 내 느낌은 그랬다.

우상을 풀어내는 방식은 마치 안갯속에 뒤덮인 듯 모호하고 의뭉스런 장치와 표정(표현)들이 곳곳에 배치돼 관객들로 하여금 ‘이게 뭐지?’ ‘대체 왜?’ 의문을 품게 만들지만, 끝내 영화의 장막이 내려질 때까지도 물음표가 남게 만든다. 대개 관객에게 답이 아닐 수 있는 답을 찾게 만드는 영화가 그렇듯이 우상 역시 그랬다.

다만 세 주인공의 각기 다르게 살아온 방식과 사연을 한정된 러닝타임에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다보니,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하게끔 만드는 꽤나 머리 아픈 영화.

우상[idol]의 사전적 의미는 존경과 사랑 그리고 숭배의 대상이다. 영화 우상은 각기 다른 사연과 욕망을 가진 세 주인공이 품은 우상에 대한 얘기다.

대중으로부터 존경받는 전도유망한 정치인 구명회(한석규 분)와 발달장애 아들을 키운 지체 장애를 가진 홀애비 유중식(설경구 분) 그리고 사람을 죽이고 불법 체류를 모면하기 위해 중식의 아들과 결혼까지 하게 된 며느리 련화(천우희 분).

세 주인공은 각기 다른 우상을 품고 있다. 이들이 가진 우상은 사전적 의미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우상은 선(善)을 대표한다면, 영화 우상은 선 이면에 감추진 악(惡)도 우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굳이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의 4대 우상론이 떠오르는 나뿐일 지 모르겠으나, 철학의 깊이가 고등학교 시절 도덕책 수준에 머물러있는 터라 영화 우상과 철학자 베이컨이 말한 4대 우상론을 비교하는 건 불가하다.

아무튼 베이컨이 주창한 4대 우상론을 고등수준 정도에서 핵심만 말하면 인간이 범하는 편견과 오류 그리고 선입견을 마음속에서 ‘제거’할 때 비로소 우상이 확립된다는 것이다. 베이컨 역시 이 우상을 얘기하면서 편견과 오류, 선입견이 곧 우상일수도 있음을 은유로 얘기하는데, 영화 우상 역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차례대로) / 사진=영화 우상 포스터

우상에 대한 감독의 불편하고도 발칙한 은유는 영화 곳곳에서 나온다. 이중 영화의 처음과 후미에 나오는 중식의 대사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의 성적 욕망을 대신 풀어주고, 부끄러웠지만 돌이켜보면 미련이 남는...그럼에도 중식은 아들의 과도한 욕망을 해소하지 못해 ‘거세’까지 시켜버린 못난 아버지가,

결국 자신의 그릇됨을 깨닫고 명회를 엿먹이기 위해 광화문 이순신 동상의 머리를 ‘제거’해 명회의 도시사 선거를 낙마로 이끌어내며 본인은 감옥행 버스 실려가면서 하는 대사,

대중은 제거한 원인과 이유의 실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어찌보면 동상에 불과한 것에 호들갑스러워하는...대중의 우상은 그런 것이다.

남자에게 학대와 오직 성적 대상으로 변해버린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순응하는 련화는 이미 중국에서 사람을 죽이고 한국으로 넘어올 때부터 이미 제정신이 아닌 그런 여자다.

영화 우상에서 련화의 행동은 오버스럽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님을 감안하면 꽤 자연스럽다. 련화 역시 자신의 우상을 찾아가는 존재다. 남성의 노리개감인 자신이 한탄스러우면서도 어렵사리 도망쳐온 한국 땅에서 추방될 것이 두려워서 중식의 거세된 아들과 결혼하게 되고, 생존에 대한 욕망은 남보다 몇 배나 강한 탓인지 자신을 쫓는 살인청부업자의 거시기까지 ‘절단’ 해버리기도 하고, 결국 자신을 모욕한 명회 어머니의 혀까지 ‘뭉개’버리고 자신마저 불살라 버리는 이 영화에서 어쩌면 가장 애틋한 캐릭터가 련화다.

영화 우상에서 가장 명료하고 사전적 의미의 우상을 실현한 인물은 명회. 명회 역시 우상을 실현하기까지 자신 앞에 놓인 걸림돌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간다. 물론 대가는 감내해야만한다.

부성애는 중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중식의 아들을 죽인 아들을 죽이고픈 마음이 환각으로 표출되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들임에는 변함이 없다.

어머니와 아내마저 련화에게 죽고, 본인마저 목소리도 제대로 못낼 정도의 심각한 화상을 입었지만, 그는 어느 강단에서 서서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당당히 설파하면서 청중의 박수를 받는 그야말로 ‘군중의 우상’이 된다.

명회를 우상으로 삼은 대중은 우상의 실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우상인 것이다.

나의 우상은 무엇일까.

영화 우상은 두 세 번 봐도 좋은 영화라고 단언하지만 마음 불편한 게 싫다면 한번만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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