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4차 산업혁명 속 코로나 팬데믹 극복, 친환경, 디지털 전환, 신사업 등 굵직한 생존 과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후계자들의 데뷔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과거 1~2세대 경영자들과 달리 유연한 사고를 토대로 디지털 경영에 익숙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그것들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본격 재계에 얼굴을 내비친 오너 일가 후계자들은 기업 대격변의 해가 될 올해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까. <뉴스락>이 임인년 주목받는 오너 3~4세들을 조명해봤다.

사진 픽사베이 및 각 사 제공.
사진 픽사베이 및 각 사 제공.

현대, GS 등 산업계 전반에 부는 ‘젊은 오너’ 바람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뉴스락]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뉴스락]

주요 기업 중에선 현대가(家) 3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노사 임단협, 안전경영,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중요한 과제에 올해 직면해 있다.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그는,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본격 정기선 체제의 문을 열었다.

2013년부터 현대중공업에서 9년째 재직하며 경영을 배워 조선·중장비 등 중후장대 산업에 익숙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이 정통 조선업을 넘어 친환경, AI(인공지능) 등 신사업에 대한 확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1982년생인 그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정 사장은 글로벌 최대 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 참석을 시작으로 국제 무대에서 본격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왼쪽부터) 허서홍 (주)GS 부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사진 GS그룹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허서홍 (주)GS 부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사진 GS그룹 제공 [뉴스락]

GS그룹에서도 4세 경영을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GS그룹은 지난해 임원인사를 통해 허서홍 ㈜GS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장남이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인 그는, 그룹 미래사업팀 수장으로서 국내 1위 보톡스업체 ‘휴젤’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허서홍 부사장이 승진하면서 GS그룹은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 주력 계열사 4세 경영 구축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왼쪽부터)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본규 LS전선 CEO, 구동휘 E1 각자대표. 사진 LS그룹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본규 LS전선 CEO, 구동휘 E1 각자대표. 사진 LS그룹 제공 [뉴스락]

오너 2세 중 막내인 구자은 신임 회장 체제로 경영되는 LS그룹에선 3세 경영 체제가 구축되고 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 구본규 LS엠트론 CEO 부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그룹 최대 계열사인 LS전선 CEO 겸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영업전문가로 불리는 구본규 대표는 농·임업용 기계 제조기업 LS엠트론 해외사업을 맡아 2018년 적자 상태에서 작년 3분기까지 493억원의 흑자를 이끌어내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또, 구자열 LS그룹 전 회장(한국무역협회 회장)의 장남인 구동휘 E1 대표는 지난해 초 E1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된지 두 달 만에 만 39세의 나이(작년 기준)로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그룹의 미래성장 사업을 진단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9월 민간 수소기업 협의체 ‘H2 비즈니스 서밋’ 발대식에 그룹 대표로 참석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구동휘 대표는 1982년생의 젊은 나이에도 오너 일가 중에선 ㈜LS 지분을 구자은 회장(3.63%) 다음으로 많이 보유(2.99%)하고 있는데다, 2세 중 장자인 구자열 전 회장의 장남이어서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로 유력 거론되고 있다.

고(故)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장남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그룹 내 가스사업) 사장이 2020년 사장 선임으로 3세 경영의 문을 열고, 구본규, 구동휘 대표까지 요직을 맡게 되면서 LS그룹은 구본혁, 구본규, 구동휘 중심의 3세 체제를 완전히 구축했다.

(왼쪽부터)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 사진 세아그룹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 사진 세아그룹 제공 [뉴스락]

사촌 분리경영 체제로 경영되는 세아그룹은 지난해 말 이태성 부사장, 이주성 부사장을 각각 사장 승진시키며 본격 3세 경영에 돌입했다.

이태성 사장은 고(故) 이종덕 세아그룹 창업주의 장남 고 이운형 세아그룹 선대회장의 장남이다. 이주성 사장은 이종덕 창업주의 차남 이순형 세아제강지주 회장의 장남이다.

세아그룹은 2018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이순형 세아제강지주 회장이 세아제강지주-세아제강 라인을,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가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를 나눠 맡았다.

이로써 세아제강지주는 이순형 회장에서 이주성 사장으로의 경영 승계를, 세아홀딩스는 기존 부사장 신분이었던 이태성 대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40대 중반인 이태성, 이주성 사장은 각자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올해 선의의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건호 휴비스 사장. 사진 삼양그룹 제공 [뉴스락]
김건호 휴비스 사장. 사진 삼양그룹 제공 [뉴스락]

삼양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김윤 삼양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건호 삼양홀딩스 상무를 화학섬유소재 합작계열사 휴비스의 미래전략담당 사장으로 승진 이동시켰다.

휴비스는 2000년 SK케미칼 화학섬유부문과 삼양사가 합작 설립했다. 김건호 사장은 휴비스 미래먹거리 발굴 및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재계에선 삼양그룹이 그간 사촌경영을 이어오고 있지만, 삼양가 4세 중 김 사장이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다 삼양홀딩스 지분을 2.23%로 4세 중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휴비스 경영 성과에 따라 그를 차기 유력한 후계자로 보고 있다.

“빠른 변화가 소비자를 잡는다” 분주한 유통가 가업 잇기

(왼쪽부터)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 경영리더. 사진 CJ그룹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 CJ그룹 제공 [뉴스락]

유통가에서도 굵직한 오너 후계자들이 잇따라 승진했다.

CJ그룹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을 올해 인사에서 식품전략기획1담당 신임 임원(경영리더)으로 승진시켰다. CJ는 조직 개편을 통해 사장, 부사장, 상무 등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로 통합한 바 있다.

2013년 그룹 공채를 통해 CJ제일제당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작년 초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한 뒤 ‘비비고’ 브랜드-美 프로농구 구단 LA레이커스와 마케팅 계약 체결을 주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선호 경영리더의 누나 이경후 CJ ENM 부사장 역시 2020년 말 임원 승진한 바 있다. 이번 이선호 경영리더 승진으로 일시중단됐던 CJ그룹 경영 승계 작업이 재가동됐다는 분석이다.

신상열 농심 구매담당 상무. 사진 농심그룹 제공 [뉴스락]
신상열 농심 구매담당 상무. 사진 농심그룹 제공 [뉴스락]

농심그룹은 고(故) 신춘호 회장 장남인 신동원 당시 부회장이 지난해 회장직을 물려받은 이후, 그의 후계자를 양성하는 3세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정기 인사를 통해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당시 경영기획팀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수업을 본격화했다. 2019년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2년 만에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하며 원자재 가격·수급 관리라는 요직을 맡게 됐다.

라면을 주력으로 하는 농심의 특성상 해당 부서는 만 나이로 아직 20대인 그가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기에 적절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라면 제품가격이 인상되고 ‘신라면’을 비롯한 농심의 주요 라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신상열 상무가 대내외적으로 충분한 경영 성과를 쌓는다면 3세 경영 체제가 더 빠르게 구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왼쪽부터) 홍정국 BGF 사장, 홍정혁 BGF 부사장. 사진 BGF그룹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홍정국 BGF 사장, 홍정혁 BGF 부사장. 사진 BGF그룹 제공 [뉴스락]

편의점 브랜드 ‘CU(씨유)’로 잘 알려져 있는 BGF그룹 또한 창업주 홍석조 회장에서 2세 경영체제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홍석조 회장은 2020년 말 그의 장남 홍정국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지난해 말 차남 홍정혁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홍정혁 부사장은 편의점 사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BGF그룹 안에서 신사업개발실장 역임과 함께, 친환경 소재 계열사 BGF에코바이오 대표를 겸한 이력이 있다.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가 앞서 2019년 온라인 식품업체 ‘헬로네이처’ 인수를 주도한 경력이 있어, 그룹은 올해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함과 동시에 홍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주지홍 사조그룹 식품총괄 부회장. 사진 사조그룹 제공 [뉴스락]
주지홍 사조그룹 식품총괄 부회장. 사진 사조그룹 제공 [뉴스락]

‘사조참치’로 유명한 사조그룹은 올해 정기인사를 통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 주지홍 식품총괄 본부장을 식품총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1977년생인 주지홍 부회장은 2011년 계열사 입사를 시작으로 2015년부터 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직을 수행해왔다. 그룹에 편입된 동아원 경영 정상화, 사조대림-사조해표 합병 등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사조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사조시스템의 최대주주(39.7%)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고루 확보한 상태이지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배임 등 몇몇 의혹을 주주들로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왼쪽부터)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 허희수 섹타나인 부사장. 사진 SPC그룹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 허희수 섹타나인 부사장. 사진 SPC그룹 제공 [뉴스락]

SPC그룹은 지난해 말 허영인 그룹 회장의 장남 허진수 글로벌 BU(비즈니스유닛)장을 주력 계열사인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2005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그룹에 입사한 허진수 사장은 전략기획실, R&D(연구개발), 글로벌 사업 등을 맡아왔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파리바게뜨 브랜드 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PC그룹은 그동안 그의 장점으로 여겨져온 글로벌 관련 사업에 힘을 실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허영인 회장의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복귀하면서, 이번 허진수 사장 승진을 계기로 SPC그룹 3세 체제의 선의의 경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허 부사장은 그룹의 네트워크 시스템 계열사인 섹타나인(SPC네트웍스) 책임임원으로 선임돼, 디지털 기술투자 및 신사업 발굴 등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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