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글로벌 혁신지수 세계 5위’, ‘수출 세계 6위·수입 세계 9위’, ‘2020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1497달러로 경제규모 세계 10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2년 연속 참여’ 등.

100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전쟁과 외환위기를 뚫고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이뤄낸 지표와 순위다.

국가의 명운이 달렸던 위기에도 범국민적 합심으로 번번이 이를 극복해왔던 대한민국의 저력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또 한 번 빛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대한민국은 주력 분야인 IT, 조선, 건설, 자동차뿐만 아니라 뷰티·영화·음악·게임을 포함한 문화 산업과 유통(푸드), 제약 등 모든 산업에 걸쳐 세계 속에 깃발을 꽂으며 ‘K-OO’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뉴스락>은 전(全) 산업을 아우르는 ‘K-산업’의 관점에서, 최초를 넘어 인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우리 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조명해본다.

네 번째 이야기는 <두산밥캣>이다.

바탕 삼성전자 제공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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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에서 그룹 캐시카우로 거듭나기까지…

두산밥캣을 대표하는 건설기계이자 소형건설기계의 대명사 '스키드 로더'. 사진 두산밥캣 제공 [뉴스락]
두산밥캣을 대표하는 건설기계이자 소형건설기계의 대명사 '스키드 로더'. 사진 두산밥캣 제공 [뉴스락]

두산밥캣의 전신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용접·수리공이었던 루이 켈러, 시릴 켈러 형제가 설립한 ‘멜로이 매뉴팩쳐링 컴퍼니(Melroe Manufacturing Company)’다.

농장주로부터 소형 장비 제작 주문을 받아 조그맣게 사업을 시작한 그들은 M60 제작에 이어 1960년 세계 첫 스키드 스티어 로더(SSL)로 불리는 최초의 4륜 로더 M400을 제작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62년부터 자사 소형건설기계를 밥캣(Bobcat: 북미 지역에 서식하는 고양이과 들짐승)이라는 브랜드로 팔기 시작해, 미니 굴삭기, 미니 트랙 로더, 미니 트랙터 등 소형건설기계 시장에서 이름을 날렸다. 스키드 로더가 아예 밥캣이라는 이름 자체로 통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밥캣을 주시해왔던 두산그룹은 건설중장비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2007년, 49억 달러(당시 기준 약 4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해외 소형건설기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자 했다.

당시 인수자금 4조5000억원은 두산그룹 전체 자산(약 16조원)의 4분의 1 규모이자, 두산인프라코어 자산(2조5000억원)의 2배가량 많은 규모였다. 두산은 인수자금 중 80%를 차입으로 조달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08년 세계금융위기(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가 발생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총차입금은 두산밥캣 인수 전 1조2864억원 규모에서 6조982억원으로 훌쩍 뛰었고, 2010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부채비율이 526.5%까지 치솟았다.

기대와 달랐던 글로벌 환경 때문에 2010년 영업적자 172억원을 기록하며 ‘미운 오리 새끼’가 됐던 두산밥캣은 2011년 미국 건설 경기 반등과 신흥국의 소형장비 수요 증가로 점차 개선세를 보였다.

두산밥캣은 유럽 각 지역에 분포한 페이퍼컴퍼니 등 불필요한 자회사를 없애거나 통폐합하고, 17개에 이르던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산하 법인을 8개로 재편하는 등 조직 효율화 작업을 단행했다.

그 결과, 북미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글로벌 생산 및 판매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게 확대·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또, 스키드 로더 등 주력 상품 개선과 함께 연구개발(R&D)에도 투자해 텔레핸들러, 콤팩트 트랙터, 유틸리티 차량, 툴캣 등 카테고리의 신제품을 꾸준히 시장에 선보였다.

2012년 영업이익 2244억원으로 과거 적자에서 흑자 2000억원대를 돌파한 두산밥캣은, 2014년 3000억원대를 돌파한 뒤 2015년부터 꾸준히 4000억원대의 흑자를 보이고 있다.

2016년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2019년 영업이익 477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이미 4600억원을 돌파해 올해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美 시장 슈퍼사이클로 내년 전망 ‘맑음’, 증설·혁신이 살 길

최근 몇년간 최고점에 있는 미국 NAHB 주택시장지수(왼쪽), 상승하는 미국 신규주택착공지표 및 저점에 위치한 모기지 금리(오른쪽). 표 두산밥캣 제공 [뉴스락]
최근 몇년간 최고점에 있는 미국 NAHB 주택시장지수(왼쪽), 상승하는 미국 신규주택착공지표 및 저점에 위치한 모기지 금리(오른쪽). 표 두산밥캣 제공 [뉴스락]

그간 상대적으로 호황이었던 글로벌 건설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 차례 위축됐다가 백신·치료제 개발, 팬데믹 장기화 등 요인으로 다시 풀어지는 추세다.

이에 두산밥캣에게 주어진 업황은 내년에도 맑을 전망이다.

특히 두산밥캣이 거점을 두고 있는 미국 시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걸었던 200만 세대, 2130억 달러(약 251조원) 규모 주택건축 공약과 함께, 향후 10년간 미국 전역의 도로, 교량, 통신 등 낙후된 인프라 개선을 골자로 하는 1조2000억 달러(약 1400조원) 대규모 인프라 예산법안까지 미국 하원을 통과하면서 간접적인 수혜를 크게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밥캣의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70% 이상을 차지한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두산밥캣은 지난 4월 2600만 달러(약 308억원)를 투입해 미국 미네소타주(州) 리치필드(Litchfield) 공장의 증설을 이미 마무리하고, 7000만 달러(약 830억원)를 투입해 연구개발(R&D) 부문 투자를 포함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테이츠빌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증설 작업은 내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이번 증설과 맞물려 두산밥캣은 북미 지역에서 소규모 농업 및 정원을 가꾸는 가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GME(농경 및 조경 장비) 사업의 공급도 확대한다. 2019년 미국 조경장비업체 ‘쉴러그라운드케어’의 제초장비 제로턴모어 사업부 인수를 통해 GME 제품을 출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번 만큼 투자하는’ 전략은 두산밥캣의 입지를 더욱 넓히는 모양새다.

2019년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장비 원격 조종 기술 ‘맥스 컨트롤(Max Control)’을 선보였으며, 올해 초에는 무인화 솔루션 핵심기술인 레이더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벤처기업 ‘아인슈타인(Ainstein)’에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좁은 공간, 험지 등 환경에 맞는 원격 작업과 장애물 회피, 반자율주행 등 건설장비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완전 전동식 콤팩트 트랙 로더(제품 T7X)를 선보여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완전 전동식 건설장비는 유압시스템을 배터리로 대체하고 구동되는 모든 부위를 전동화해 에너지 효율 극대화 및 소음·진동을 줄여 친환경 제품으로 불리고 있다.

구조조정 마친 두산그룹의 주력으로…북미 외 글로벌 점유율 상승 기대

두산밥캣이 지난 5월, 유럽시장에 새로 선보인 회전식 텔레핸들러. 사진 두산밥캣 제공 [뉴스락]
두산밥캣이 지난 5월, 유럽시장에 새로 선보인 회전식 텔레핸들러. 사진 두산밥캣 제공 [뉴스락]

이 같은 성장세를 통해 두산밥캣은 2014년 총차입금 17억 달러(약 2조112억원)에서 약 7차례에 걸쳐 절반가량을 상환하며 2019년 총차입금 규모를 8억3700만 달러(약 9900억원)로 줄이며 조기 상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두산그룹이 두산타워, 클럽모우CC,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두산건설 등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해 국책은행으로부터 빌린 3조원을 상환할 수 있게 되면서 계열사 재무부담 리스크 또한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은 지주사 ㈜두산으로부터 두산산업차량을 인수해 지게차 등 물류장비 시장 확대에도 순풍을 타게 됐다.

국내 최초로 지게차를 생산해 국내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산업차량은, 매출비중 자체는 해외가 63%로 높아 두산밥캣과의 높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그룹 전체 매출액의 4분의 1 규모를 차지하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편입됨에 따라 주력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의 부담이 다소 커진 상황이다.

두산밥캣의 최대주주이자 그룹의 상징이기도 한 두산중공업의 경우, 수소 등 친환경으로의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두산밥캣이 북미 지역 매출 확대는 물론, 그동안 대비해왔던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거점의 수익성을 대폭 확대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2019년부터 미국 미네소타주에 글로벌 협업센터(GCC)를 설립해 유럽, 중동,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운영하고, 같은 해 2만2000㎡ 규모의 소형건설기계 공장과 R&D센터, 물류센터가 위치한 체코 도브리스에 신사옥을 열어 영역 확장 의지를 더욱 견고히 했다.

이밖에도 소형건설기계 시장 세계 2위 규모인 중국에 신제품 등을 선보여 2023년까지 시장점유율을 두 자릿수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2019년 인도 첸나이 공장 설립을 통해 세계 3위 시장인 인도 시장 공략 본격화에도 나섰다.

정부 차원에서 도로, 철도 등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는 인도 시장은, 두산밥캣 콤팩트 건설장비 ‘스키드 스티어 로더’가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9년 출시한 다목적 건설장비 ‘백호 로더’ 역시 판매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인도 시장 등에서 실적 효과를 본 두산밥캣은 3분기 기준으로 각각 매출이 아시아·남미·오세아니아에서 26.2%, 북미에서 23.1%,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17%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3분기 누적 지역별 매출액 자체로는 북미 25억3978만 달러(약 2조9809억원), 유럽·중동·아프리카 7억321만 달러(약 8325억원), 아시아·남미·오세아니아 3억3205만 달러(약 3931억원)로, 규모 차이가 있어 상승세를 지속 이어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소형 굴착기 신모델, 다목적 중장비 텔레핸들러 등을 유럽시장에 잇따라 내놓으면서 5~10%대였던 유럽 전체 소형건설기계 시장점유율도 어느새 10% 중반(텔레핸들러 제외)까지 상승했다”며 “전 세계에 구축한 딜러망을 통해 시장점유율은 물론, 이제는 수익성 증대까지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 스캇성철박(박성철) 두산밥캣 사장은…

1965년 미국에서 태어난 스캇성철박(사진) 두산밥캣 사장은 2002년부터 약 10년간 볼보건설기계 글로벌 최고정보책임자(CIO)겸 부사장, 프로세스&시스템부문 총괄사장을 맡았다.

2012년 두산그룹에 영입돼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부문 전략기획담당 겸 부사장, 제조전략&품질경영담당 전무직을 맡다가, 2013년부터 두산밥캣 사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건설기계 등 제조업뿐만 아니라 품질경영, 전략기획, 컨설팅 등 다방면에 능하고,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어와 영어 모두 능통해 한국에 본사가 있고 주력사업장이 북미 지역인 두산밥캣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인수 초기 재무부담을 안고 있던 상황에도 수익성 증대와 동시에, 유럽, 중동, 아프리카 및 인도, 중국 등 신흥국으로의 거점 확대까지 추진해 현재 결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도 건설기계 시장에선 다소 생소했던 자율주행, 친환경 등 미래 신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8년째 회사를 이끌어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두산그룹으로부터도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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