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글로벌 혁신지수 세계 5위’, ‘수출 세계 6위‧수입 세계 9위’, ‘2020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1497달러로 경제규모 세계 10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2년 연속 참여’ 등.

100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전쟁과 외환위기를 뚫고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이뤄낸 지표와 순위다.

국가의 명운이 달렸던 위기에도 범국민적 합심으로 이를 극복해왔던 대한민국의 저력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또 한 번 빛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주력 분야인 IT, 조선, 건설, 자동차뿐만 아니라 웹툰‧영화‧음악‧게임 등 21세기 전 세계 문화콘텐츠  산업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유통(푸드), 제약바이오 등도 세계 속에 깃발을 꽂으며 'K-OO'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뉴스락>은 전(全) 산업에 아우르는 ‘K-산업’의 관점에서, 최초를 넘어 인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우리 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조명해본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삼성SD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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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TV 브라운관에서 글로벌 2차전지 제조기업으로 우뚝... "삼성의 혁신 DNA가 만들어낸 뚝심의 결과"

삼성SDI 천안사업장 전지동 준공 및 제품 출하식. 삼성SDI제공 [뉴스락]
삼성SDI 천안사업장 전지동 준공 및 제품 출하식. 삼성SDI제공 [뉴스락]

1970년 삼성전자공업과 일본전기주식회사(NEC)의 합작으로 설립한 삼성-NEC가 삼성SDI(사장 최윤호)의 모태다. 흑백TV 브라운관을 생산하고 반도체 제조에 뛰어 컬러브라운관 및 모니터 등을 생산하는 디스플레이 제조기업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 말레이시아, 중국, 브라질 등 해외 생산법인을 확대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디스플레이 업계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1992년 독일 전자업체인 WF를, 1995년 중국 선진 현대전자(MAC)를 인수하고 1999년 지금의 SDI 이름을 달았다.

충남 천안에 2차전지 공장을 세우고 2000년대에 접어들어 화학·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을 분할해 본격적으로 2차전지에 주력했다. 2005년에 국내 최초 전동공구용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고 2011년부터 10년 이상 연속 1위를 유지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10년 소형 2차전지 사업 부분에서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두각을 나타낸다.

삼성SDI는 2005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BMW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폭스바겐 등 이름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 협약을 맺으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또한 2021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50여개 국에 약 23GWh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했는데, 미국 연간 ESS 시장이 4~500MWh 였던 것을 미루어 봤을 때 약 50배에 달하는 수치다.

삼성SDI는 2014년 제일모직 소재 부문을 통합하고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글로벌 2차전지·전자재료 제조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이르렀다.

사업 분야 대전환이 가능했던 것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삼성SDI가 가진 혁신 DNA와 임직원들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비상...R&D 투자, 배터리3사 중 최고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및 삼성SDI 제공. [뉴스락 편집]

배터리 기업으로 쉬지 않고 달려온 지 20여년. 위기도 있었다. 그리고 삼성의 위기관리 DNA는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2016년 삼성SDI는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강화에 따른 타격과 설상가상으로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해 영업손실만 926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이듬해부터 꾸준한 매출성장세와 흑자전환해 영업이익을 복구하는 등 삼성의 저력을 보여줬다.

위기 3년만에 매출 10조를 달성하고 2021년에는 영업이익 1조라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8조 7902억원 영업이익 751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연구·개발(R&D)에도 열을 쏟고 있다. 상반기에만 5147억원을 투자했는데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3784억, SK온 1040억) 중 독보적인 수치다.

현재 주력 배터리인 gen.5의 차기 모델인 gen.6을 개발 중이며 2024년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또, 지난 7일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 달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으로 삼성SDI가 꼽혔다. 총 2867억원 가량을 순매수했고 이달 들어 삼성SDI 주가는 5.6% 급등했다.

이는 K-배터리가 지난 8월 16일 발효된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안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431조 전기차 배터리 시장, 글로벌 1위를 향해... IRA 대응 '관건'

배터리 셀-모듈-팩.  삼성SDI 제공. [뉴스락]
배터리 셀-모듈-팩. 삼성SDI 제공. [뉴스락]

2차 전지는 1차 전지와 같이 1회성이 아닌 충전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를 말한다.

내부에 쓰인 물질에 따라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배터리 등이 있고 현재 전기차 배터리로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이 리튬이온 배터리다. 다른 배터리에 비해 부피와 무게가 적은 데다 고용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기본 단위인 배터리 셀을 여러개 묶어 모듈을 만들고 이 모듈을 다시 모아 묶어서 팩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 관리시스템(BMS)과 냉각장치 등 보호 시스템을 장착하기 때문에 부피 줄이기에 있어 기술력을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셀→모듈→팩으로 이어지지만 모듈 과정을 스킵하고 바로 팩단계로 넘어가는 셀투팩 기술개발에 배터리업체들 모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 역시 보다 완벽한 전기차 배터리 구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SDI는 2015년 모듈을 없애 공간 효율을 높인 ‘모듈리스 팩’을 공개한 바 있다. 2025년에는 셀투팩 기술의 완성을 예고하고 있고, 2026년부터는 이마저도 뛰어넘는 셀투섀시 개발을 점치고 있다. 팩 단위까지 생략하는 혁신 기술로 자동차 뼈대인 섀시에 배터리 셀을 직접 부착하는 방식이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으로는 헝가리, 중국 서안이 대표적인데, 여기선 중대형 배터리 셀을 주요 제조생산한다. 

팩 거점으로는 오스트리아와 미국 미시건 주가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경우 헝가리 공장과 시너지를 내며 삼성SDI의 셀-모듈-팩 밸류체인을 구축해 유럽 내 배터리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K-배터리는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소형배터리나 ESS(에너지저장장치) 분야에선 세계 1위를 줄곧 유지 중이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삼성SDI는 중국 기업을 제외한 2020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 점유율에서 3위(10.1%)를 차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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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에 223억 달러 규모였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30년에 약 3000억 달러(한화 43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이번 IRA 발효로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미국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K-배터리가 다시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밝은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IRA의 까다로운 조건들로 인해 단기적으로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IRA의 배터리관련 부분만 살펴보면,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 주요 부품은 50% 이상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2023.1.1.적용)돼야 하고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 핵심광물 40%이상 미국 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추출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경우(2023.1.1.적용)에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 주요 부품이나 핵심광물이 해외우려집단(중국 등)에서 조달된 경우 혜택을 받지 못한다.(2024.1.1.적용)

핵심광물의 경우 중국이 많은 부분 차지하며, 배터리 조립 부분에서도 전 세계 배터리 셀의 75%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도 중국의 의존도가 60%가 넘는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 시급하다.

즉 현지 외국 기업들도 중국의 공급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얼마나 발빠르게 중국 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북미 지역의 생산거점 확보도 과제다. 삼성SDI는 최근 북미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 가동될 예정이다.

따라서 IRA에 따른 단기적 피해는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미국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주어진 만큼 K-배터리의 위상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현재 법안이 발효됐지만 세부 시행령이 나오진 않은 상태"라며 "앞으로 나오는 세부 사항에 발맞춰 대응해나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인디애나주 공장 착공 시기와 캐나다 공장신설 등에 대해서는 “모두가 추측성 보도이며 회사가 당초에 발표했던 데로 수순을 밟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 삼성SDI를 이끄는 최윤호 사장은..."진정한 1등을 향해"
최윤호 삼성SDI 사장. 삼성SDI 홈페이지 캡처 [뉴스락]

1963년생인 최윤호(사진) 사장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을 전공했다. 

35년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미래전략실 상무와 전무를 거쳐 경영지원실 사장을 역임하는 등 삼성 내 핵심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2021년 12월 인사에서 삼성SDI 사장으로 임명됐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분야에서 10년간 글로벌 1위, 글로벌TV 15년 연속 세계정상 등 전자·IT산업 발전을 이끌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3월 제49회 상공의 날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최 사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이야말로 10년 후 우리 모습을 결정지을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하며 "진정한 1등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해가 될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노력하자"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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