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저마다의 이유로 IPO 고배를 마셨던 기업들이 올해는 어떠한 방식으로 재도전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IPO 시장은 지난해 역대급 규모로 호황을 이뤘다. 올해 역시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에 이어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등 이른바 ‘IPO 대어’들이 상장 추진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은 벽초부터 들썩인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그동안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IPO 추진 과정에서 주식시장 분위기, 업황, 각 기업별 이슈 등으로 상장계획을 철회·보류하거나 연기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미국 금리 인상 등의 글로벌 부정적인 이슈 등의 국내 증시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락>이 지난 IPO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던 기업들의 올해 ‘완주’ 가능성을 살펴봤다.

픽사베이.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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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악화에 눈물의 ‘상장 철회’, 재도전 가능할까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뉴스락]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뉴스락 편집]

올해 상장이 예정 기업들 중 관심을 모았던 기업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코스피상장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분기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서를, 연말에는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 지난달 25일과 26일에는 기업공개(IPO)에 앞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섰다.

상장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8일 돌연 상장 일정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된 이유는 수요예측에서 받은 성적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00대 1 수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가장 부진했다는 크래프톤의 234대 1과 비교해봐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시를 통해 “회사는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 등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배정하지 아니한 상태이며 일반투자자에게도 청약을 실시하기 이전이므로 투자자 보호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수요예측 부진의 이유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동 붕괴 사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광주 화정동 붕괴 사고’는 지난 1월 11일 광주시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인근 주차된 차량 수십 대가 파손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현대엔니지어링과 현대산업개발은 분명히 다른 회사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투자자들의 건설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의견이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연초, 2021년 대비 2022년 착공과 분양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감이 상향되는 시점에서 나타난 부정적 이슈”라며 “특히 안전 강화로 인해 착공이 지연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주택업종 투자포인트 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 건설사들의 적절한 대응과 착공 지연 우려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6월 6일 이전에 상장 재추진을 할 경우 상장예비심사없이 일정 추진이 가능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 결과의 효력은 6개월까지 유지되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사유로 제출기한의 연장을 요청해 거래소가 승인하는 경우에는 6개월 이내에서 제출기한을 연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 기간이 지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상장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도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상황이었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방식 등이 결정된 것이 없어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삼수생’ 현대오일뱅크, 호실적 등에 업고 2022 각오 '비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 사진 현대오일뱅크 홈페이지 [뉴스락 편집]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부회장. 사진 현대오일뱅크 홈페이지 [뉴스락 편집]

현대중공업그룹의 정유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상장을 노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과, 2018년 상장을 추진했으나 자진철회한 바 있다.

첫 도전인 2012년에는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인한 업황 악화로, 2018년에는 금융당국의 회계감리기간이 길어진 가운데 시장 분위기 악화 등으로 상장을 포기했다.

‘삼수생’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분위기는 현재까지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적 부문이 이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 등을 이유로 매출 20조 6065억원, 영업이익 1조 1424억원을 거두며 그룹의 호실적을 견인했다.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고 효과 확대와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따른 제품 크랙 상승 등의 요인에 힘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친환경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확대되는 사업 계획에 따라 IPO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적절한 시기라는 이유다.

실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그룹의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에 따라 블루수소 등 친환경 미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블루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등 3대 미래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13일에 예비심사를 신청했는데 아직 결과 안나온 상황”이라며 “결과를 기다려보고 이후 절차대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상장이 된다면) 회사가 3대 미래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쪽의 재원으로 쓸 예정”이라며 “사업의 조기 안정화, 가속화하는 데 쓰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보생명, 기나긴 ‘폿옵션 분쟁’ 막바지…“올해는 완주할 것”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 교보생명 제공 [뉴스락 편집]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 교보생명 제공 [뉴스락 편집]

또 다른 상장 추진 중인 기업으로는 교보생명이 있다. 과거 교보생명 역시 두 차례에 걸쳐 IPO일정을 추진했으나 업황, 폿옵션 분쟁 등을 이유로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지난 2021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한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2015년 9월 말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컨소시엄 내 각 주주들에게 풋옵션 권리가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저금리 및 규제 강화 등을 이유로 기간 내 기업공개를 못했으며 이에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풋옵션 가격이 부풀려 졌다고 주장과 함께 안진회계법인 등을 검찰에 고발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후 2018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당시 교보생명은 IPO 추진을 공식화했으나 분쟁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하며 일정 추진이 불발됐다.

분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어피니티와 안진회계법인 공인회계사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이들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상황이 이렇자 교보생명의 IPO 추진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분쟁이 심사에 고려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 질적 심사 기준은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경영의 안정성 및 투자자 보호에 관한 사항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의 계속성은 영업, 재무현황, 경영환경 등에 비춰 판단하며 △경영의 투명성은 기업지배구조, 내부통제제도, 공시체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등 △경영의 안정성은 지분 당사자 간의 관계, 지분구조의 변동 내용·기간 등에 비춰 판단한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심사 중이기 때문에 따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아직까지 없다”라며 “심사 중인 종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교보생명의 IPO 추진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교보생명은 지난해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심사를 받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는 무관하게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IFRS17과 K-ICS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커져가는 증시 변동성에…IPO 시장 위축 가능성↑

사진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편집]
사진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편집]

올해 IPO 시장이 규모면에서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금액은 12조 8100억원으로 지난해 8월 크래프톤 4조 3000억원, 카카오뱅크 2조 6000억원을 합친 8조 7000억원 보다도 월등히 높은 규모다.

2월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를 철회함에 따라 소규모 IPO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2월 IPO는 전반적으로 소규모 IPO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친환경 소재, 메타버스, 반도체 등 최근 각광받는 섹터의 IPO가 여럿 예정돼 있다. 또 최근 증시 부진 속에서도 IPO 종목들의 주가 수익률은 Index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에 따라 2월 IPO 기업에도 주목해 볼만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점으로 지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실제 코스피지수는 15일 현재 2676.54를 기록하며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당연하게도 증시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전반적인 IPO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증시부진은 IPO 시장에 들어오는 기업의 수를 떨어뜨리는 것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보통 증시가 상승할 때 IPO가 확대가 되고 증시가 조정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급격하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시부진이 지속된다면)올해 IPO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뚜렷하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IPO 기업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도 지켜봐야 한다.

최근 회사가 특정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과 기관투자자들의 ‘뻥튀기’ 청약 논란이 제기되며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를 주시하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CEO 간담회’ 이후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것과 관련해 두가지 이슈가 있을 수 있다”며 “소액투자자 보호 문제는 자본시장법 뿐만 아니라 상법에도 게재될 수 있어 금감원도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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