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을 앞두고 유통업계에 기대감과 위기감이 교차한다.

유통업계는 '규제혁신'을 예고한 새 정부가 반가우면서도 '튼튼한 안보'를 위해 제시한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이 현실화될지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중 특히 면세점 업계는 지난 2017년 사드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경제 보복에 이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고 아직까지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면세점 업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뉴스락>이 들여다봤다.

사진 윤석열 공식 홈페이지. [뉴스락 편집]
사진 윤석열 공식 홈페이지. [뉴스락 편집]

코로나19와 동행한 2년... 궁지에 몰린 면세업계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2019년 24조 8586억원, 2020년 14조 5855억원, 2021년 17조 8334억원으로, 코로나19로 심한 타격을 받았다.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은 2019년 2002만명, 2020년 329만명, 2021년 67만명으로, 코로나19 본격적인 확산세 이전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호텔롯데가 다이궁에게 전달한 수수료를 포함한 지급 수수료는 1조 4934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알선 수수료는 1조 611억원으로,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다이궁은 구매대행 상인으로, 한국 면세점에서 면세품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중국에서 팔아 수익을 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국내 면세점은 다이궁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다이궁 유지를 위한 수수료에 수익 대부분을 쏟아 붓는 상황이다.

외국인 이용객이 감소할수록 다이궁 의존도는 증가했고 여기에 루이비통, 샤넬, 롤렉스 등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 시내 면세점을 줄줄이 이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는 루이비통 철수 배경에 대해 국내 시내 면세점의 높은 다이궁 의존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다이궁이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다이궁이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상품을 대량 구매하고 중국에서 이윤을 붙여 되팔거나 가품을 끼워 파는 경우가 많아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반기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줄이탈이 높은 다이궁 의존도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최근 명품 브랜드 철수 선언이 면세점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며 "철수한 브랜드들이 경쟁국인 중국으로 이동하게 된다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이런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희망적인 전망을 토대로 명품 브랜드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료 한국면세점협회 제공 [뉴스락 편집]
국내 면세점 매출액 및 외국인 이용객 추이. 자료 한국면세점협회 제공 [뉴스락 편집]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면세업계...부실한 정부 지원 

면세업계가 궁지에 몰리자 정부는 △공항면세점 임대료 매출 연동제 △재고 면세품 내수판매 허용 △무착륙 관광비행 이용객 면세쇼핑 허용 △특허수수료 50% 감면 △면세점 구매 한도 폐지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지원책으로 국내 면세점이 살아남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빗발친다.

중국 면세점은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로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특수를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중국 국영면세품그룹(이하 CDFG)가 처음으로 세계 상위 면세 10개 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9년에는 4위로 올라서더니 1년 만에 세계 1위 면세점에 등극했다.

중국은 지난 2019년 면세품 소비 촉진 계획을 발표하고 하이난 섬을 중심으로 면세시장 규모 확대 정책을 시행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되자 중국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했다.

중국은 △하이난성의 연간 1인당 면세 쇼핑 한도를 기존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확대했으며 △제품 당 8000위안이었던 단일품목 가격 제한도 폐지했다.

또한 △하이난 방문 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으며 △휴대폰, 컴퓨터, 주류, 시계 등이 면세품목에 새롭게 추가되면서 과거 18개에 그쳤던 면세상품 품목을 45개로 늘렸다.

국내외 면세업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중국의 면세 시장만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자 한국 면세점을 찾던 상당수의 다이궁이 하이난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앞서 발표한 지원책과 함께 가장 최근에는 5000달러로 묶여 있었던 출국 내국인 대상 면세점 구매 한도를 43년만에 폐지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해외입국 격리 의무화도 면제되면서 내국인 수요가 늘고 있다.

다만, 구매한도 폐지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와 함께 내국인 수요가 늘더라도 실적 회복의 핵심인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매한도를 폐지하더라도 면세 한도 600달러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물건은 한도 없이 구매 가능하지만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금액은 600달러(약 73만원)에 불과하다.

면세점 업계는 공항면세점 임대료 매출 연동제와 특허수수료 지원 등 끝나가는 정부 지원 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지원은 면세점의 적자폭을 줄이는 등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을 줬다"면서 "다만 이런 정책들이 코로나 이전부터 업계에서 개선을 요구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특히 면세 구매한도 폐지와 함께 600달러 면세한도가 조정이 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에 맞춰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계자는 "중국 면세시장의 성장이 한국 면세시장을 위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 내에서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고 쇼핑을 위해 해외 여행을 즐기는 중국인들의 특성상 중국 해외여행수요가 다시 예전수준으로 회복된다면 하이난으로 가던 중국 고객들이 다시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새 정부 규제개혁 예고... 환영하는 면세업계 "사드배치는 곤란"

코로나 확산세가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3월, 김포공항은 썰렁한 모습이다. 사진 최진호 기자 [뉴스락]
코로나 확산세가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3월, 김포공항은 썰렁한 모습이다. 사진 최진호 기자 [뉴스락]

곧 새 정부가 도래한다.

규제 완화를 필요로 하는 면세업계 입장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규제 개혁을 예고했다는 소식은 꽤 반갑다.

그렇지만 윤 당선인이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며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내세운 만큼 면세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앞서 면세업계는 지난 2016년 사드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당시 중국은 한류 제한령, 한국인 대상 상업용 복수비자 발급조건 강화, 방한 중국인 관광객 감축 등 경제 보복을 실시했다.

1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사드부지 계약 직전과 직후 한 달간 인천공항 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이 627억원에서 455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중국인 이용객 수는 48만명에서 31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2017년 사드배치 이후 면세점 업계의 수입 손실액은 연간 4~5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면세업계는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지난 2020년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큰 타격을 입었고 지금은 정부 지원 기간을 요구하면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윤 당선인은 앞서 사드 추가 배치를 빠르게 이행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공약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며 공약 이행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사드 추가 배치가 현실화된다면 중국이 다시 한류제한령 등 경제 보복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면세점업체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국내 면세산업은 꾸준히 성장했으나 2013년 이후 면세특허 5년 한시법 등이 적용되면서 정부의 많은 규제를 받아왔다"라며 "그 결과 국내 면세시장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이 규제완화를 통해 한국을 바짝 뒤쫓아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규제 완화를 통해 지금 세계 1위의 한국 면세시장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라고 새 정부를 향해 강하게 주문했다.

윤 당선인의 사드배치 공약과 관련해서 관계자는 "지금 중국인이 면세점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사드 추가 배치로 인한 한중관계 악화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라며 "차기 정부는 안보와 경제를 적절히 고려해 정책을 반영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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