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내러티브] 롯데쇼핑과 한국공항공사간 갈등이 여전합니다.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국내 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 한국공항공사와 대형 유통기업인 롯데쇼핑이라뇨. 그리고 이런 두 기업의 갈등은 장장 7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통업체와 공항공사간 갈등이 이해가 안된다구요? 두 기업의 갈등에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습니다.

바로 김포공항 부지의 시설운영권과 토지사용료 때문입니다.

롯데쇼핑은 롯데쇼핑대로, 한국공항공사는 공항공사 나름대로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이 둘의 상황을 어떻게 판단했고 앞으로 어떻게 판단 할까요.

김포공항 내 위치한 롯데몰 광고판. 사진 최진호 기자 [뉴스락]

롯데·한국공항공사, ‘순탄했던’ 김포공항 내 쇼핑시설 개발 계약체결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2005년 9월 김포공항 내에 ‘스카이 파크(SKY PARK) 공항개발 기본계획’이라는 이름의 민간 사업자 유치 사업 시행자를 모집했습니다.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19만 4874㎡ 범위 내에 호텔, 백화점, 쇼핑시설, 문화시설 등 복합시설 건립·개발·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사업비는 3140억 규모입니다.

당시 9월엔 롯데쇼핑만 단독으로 사업 입찰에 참여해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는데, 그해 12월에 신세계가 입찰에 참여하면서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신세계는 토지사용료 최저수용금액 83억원을 제시했지만, 롯데쇼핑 컨소시엄(롯데쇼핑은 82.6%, 호텔롯데는 12.4%, 롯데자산개발 주식회사는 5%)은 205억원을 제시하면서 2006년 2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지정됐습니다.

해당 부지 건설기간은 2006년부터 약 5년간, 운영기간은 사업 시작일로부터 20년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환경영향평가 등 여러 절차를 거쳐 2008년 1월 처음으로 착공을 시작하고 2011년 경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롯데쇼핑은 2011년 12월 스카이 파크 내 시설물 운영사업을 개시했습니다. 약 20년을 운영한다고 하면 2031년까지 운영하게 되는 셈이죠. 

롯데쇼핑은 계약상 사업시행조건, 추진방식(BOT방식)에 따라 20년동안 소유권을 인정받고 만료시 시설물을 공항공사에 무상으로 귀속하거나 롯데쇼핑의 부담으로 철거를 시행하기로 합의합니다.

사업개시 시점인 2011년부터 롯데쇼핑은 한국공항공사에 토지사용료를 납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토지사용료는 물가지수 변동률을 반영해 책정됐습니다. 연간 납부한 토지사용료는 240~250억원 수준.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김포공항 내 롯데몰 광고. 사진 최진호 기자 [뉴스락]
김포공항 내 롯데몰 광고판. 사진 최진호 기자 [뉴스락]

한국공항공사, 롯데쇼핑에 소송 제기...“롯데쇼핑 증여계약 가등기절차 이행해야”

두 업체는 준공 완료시점인 2011년까지는 다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롯데쇼핑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한 이후 증여계약 체결에 대한 승낙의무와 관련한 가등기절차 이행 과정을 진행해야 했지만 한국공항공사와 이를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롯데쇼핑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시설물에 대한 ‘실시협약(실시협약 제13조 제2항)’ 등 내용을 토대로 시설물 증여계약 체결 청약에 대한 ‘승낙의사 표시’ 의무와 ‘가등기절차’를 이행해야 했습니다.

김포공항 내 롯데쇼핑 시설물을 20년간 운영한 뒤 다시 돌려주는 것에 대해 확실히 하기 위함이죠.

문제는 한국공항공사는 롯데쇼핑이 증여계약 체결 승낙의사 표시를 의무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임의적인 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공항공사가 롯데쇼핑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이죠.

여기에 롯데쇼핑은 증여계약 체결 승낙의사 표시 본안 소송을 제기 받음과 동시에 토지사용료 감액 관련 반소를 청구하면서 ‘시설물에 대한 무상 반환 불가’, ‘토지사용료 감액’을 두고 다툼을 이어가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롯데쇼핑의 김포공항 내 백화점 등 시설물 반환 불가 주장은 터무니 없어 보입니다. 한국공항공사와 2006년 당시 사업계약서상 합의했던 내용을 정면 반박하고 있는 셈이거든요.

롯데쇼핑이 돌연 가등기절차 이행을 의무대로 하지 않고 토지사용료 감액을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김포공항 SKY PARK 부지 내 위치해 있는 롯데몰. 사진 최진호 기자 [뉴스락]

롯데, 돌연 ‘무상증여’ 계약 무효 및 ‘토지사용료’ 감액 주장...왜?

롯데쇼핑은 지상물 매수 청구권을 포기한 것을 전제로 한 ‘무상 증여 계약’은 무효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계약상 실시협약에서 토지임차인의 지상물 매수 청구권을 포기하게 하는 조항은 롯데쇼핑에게 상당히 불리한 협약이라는 것입니다. 민법 제643조, 제652조 등이 근거입니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 준정부기관인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에 해당하기에 무효라는 것입니다.

롯데쇼핑이 법률상 보장받는 권리보다 훨씬 불리하게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이미 한국공항공사가 공항 내 롯데그룹 계열사 여러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시설물 총사업비 회수 및 사업기간 갱신청구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지상물 매수청구권까지 포기하게 하는 조항은 ‘밥 퍼주고 주걱으로 뺨 맞는 격’이라는 것입니다.

또 ‘토지사용료’의 경우 롯데쇼핑이 총사업비 3138억원으로 계약을 했음에도 도로설계변경, 사업부지 외 도로설치 요구 등으로 실제 투입된 공사비가 4774억원으로 급증했다고 보고 감액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 628조에 따라 토지사용료 감액 사유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롯데쇼핑의 사업계획서 제출 당시 토지사용료 등 목표 투자 수익률 6.76%에 이르지 못하고 사업계획서상 전체 면적인 19만 4874㎡ 중에서 실제로는 10만 6265㎡만 사용중이기 때문에 감액사유가 된다는 입장입니다.

김포공항 SKY PARK 부지 내 위치해 있는 롯데시티호텔 전경. 사진 최진호 기자 [뉴스락]

법원의 판단은?..."롯데 주장에 이유가 없다" 

법원은 사업 계약 당시와 서울지방항공청장의 사업시행허가서에도 사업시행의 방법이 한국공항공사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BOT방식으로 시행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공공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반드시 복수입찰자, 경쟁입찰 방식을 책택한 점 등을 보면 권리 의무를 확정하는 효력을 갖는 공법상 계약이라고 봤습니다.

‘BOT(build-own-operate)’ 방식은 해당시설 준공 후 일정기간 사업 시행자에게 해당시설 소유권이 인정되며 기간이 만료되면 시설 소유권이 국가 등에 귀속되는 사업방식을 말합니다. 사업시행계획에는 해당 내용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법원은 롯데쇼핑이 한국공항공사가 정한 사업방식에 따라 토지사용료를 원고에게 납부하는 것을 수용하기로 했고, 건설기간 동안 토지사용료 지급 의무를 면제하고 있는점 등에서 계약에 문제가 없었다고 봤습니다.

또, 계약당시 롯데쇼핑은 시설물·운영권 일부를 제3자에게 양도·분양할 수 없다고 하는 소유권 제한을 동의한 점도 ‘소유를 목적으로 토지를 임차한 임차인‘의 지위가 아니었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민법상 임대차계약의 권리·의무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봤습니다. 민법을 근거로 지상물매수청구에 관한 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얘기죠.

‘토지사용료 감액 요구‘와 관련해서는 사업시행자가 사업기본계획상 개발상대면적에 미달해 사업부지를 개발하더라도 원고에게 토지사용료의 조정을 요구할 수 없다고 되어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시협약 제5조 제3항에 따라 한국공항공사는 롯데쇼핑에게 공항건설계획 및 주변개발계획과 이익 및 부지 활용도를 고려, 사업부지의 위치의 조정 또는 증감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죠.

롯데쇼핑으로서는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한국공항공사의 조정요구를 수행해야 되는 셈입니다. 법원은 기지급한 토지사용료 중 일부에 대해서 부당이득으로 인한 반환 주장은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종착역 향하는 롯데와 한국공항공사간 갈등...2심 판결 날짜는

결국 한국공항공사가 제기한 본소에 따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지난 2020년 10월 본안소송에서 최종적으로 롯데쇼핑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한국공항공사의 증여계약 체결에 대한 승낙의무와 관련한 가등기절차 이행 등 일부는 인용하고 나머지는 기각한다"라며 "롯데쇼핑의 토지사용료 감액 반소 청구는 이유 없음으로 모두 기각한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롯데쇼핑에게 불리할 수 있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는 것은 맞지만 △공개입찰을 거쳐 선정됐고 △수개월에 걸친 협상 과정 후 실시협약이 체결된 점 △롯데쇼핑이 해당 내용에 대해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점 △토지사용료를 한국공항공사가 제시한 최소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선정하게 했다는 점을 근거로 롯데쇼핑의 주장을 모두 이유 없다고 봤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끝났다는 것은 아닙니다. 롯데쇼핑은 해당 판결에 대해 항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은 여전히 시설물 무상 증여계약 등 협약은 무효라는 입장입니다. 사업부지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건설기간 5년을 포함해 25년으로 한정되고, 결국은 공항공사에 건물을 넘겨줘야 하는데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고 억지로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피해자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앞서 재판부는 "국내 재계순위 5위권인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한국공항공사보다 경제적 약자에 있지 않다"라며 "한국공항공사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할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협상 과정에서도 롯데그룹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익을 위한 행보에 허용범위가 어디까지 인가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중요해지는 시대이니 만큼 공정과 신뢰 또한 여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니까요.

그래서일까요. 1심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한국공항공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한국공항공사와 롯데쇼핑의 2심 판결선고기일은 오는 4월 28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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