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올 한 해 은행권은 금융업계의 곡소리 속에서 홀로 미소를 지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인플레이션까지 가속화되자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렸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 1월 1.25%에서 11월 말 기준 3.25%까지 올랐다.

금리가 잇따라 오르자 지난해 증권시장으로 몰렸던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현상'이 지속돼 은행의 역대급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은행권의 고공 비행에 찬물을 끼얹는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고 급기야 이자장사로 은행만 배불리는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결국 고객의 신뢰를 잃고 국민들이 쓴소리를 하자 지난 10월, 4대 은행장이 5년 만에 국감에 소환돼 이자장사 논란, 횡령 이슈 등에 관한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금융당국은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이상외환거래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뉴스락>이 디지털 금융화 흐름 속에 사상 최대 실적을 이룬 4대 은행을 중심으로 올 한 해를 돌아본다.

(왼쪽부터)
(왼쪽부터) 이재근 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KB국민은행, 노조와의 분쟁에도 견조한 실적 유지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지난 1월 취임사를 발표하고있다. KB국민은행 제공 [뉴스락]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지난 1월 취임사를 발표하고있다. KB국민은행 제공 [뉴스락]

KB국민은행(은행장 이재근)은 3분기 누적순이익 2조 5506억원으로 상반기에 이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상반기 은행권을 이끌던 리딩뱅크 자리는 3분기가 되며 라이벌인 신한은행에 내어줬다. 

좋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예적금 잔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11월 말 기준 예적금 잔액은 189조 9909억원으로, 지난해 말 150조 492억원에 비해 39조 9416억원 늘었다. 지난해부터 점차적으로 늘어난 곳간은 디지털 강화와 외부 인사 영입의 기반이 됐다.

올해 KB국민은행은 비대면, 디지털 금융 강화에 방점을 뒀다. 지난 1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취임사에서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의 완성도를 계속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재근 은행장이 당부한 디지털 뱅크 강화는 고객들의 편의성도 제고했다. 지난 3월부터 KB국민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일반적인 영업시간인 오후 4시를 넘어선 오후 6시까지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72개 영업점에서 시행한 ‘9투6뱅크’ 덕분이다. 해당 영업점의 직원들은 오전조와 오후조를 나눠 고객상담 서비스를 진행해 고객과 직원 모두를 위한 정책이라는 평을 받았다.

또 디지털 제휴 점포를 만들며 금융접근성도 높였다. 지난 5월에 노브랜드와 제휴로 오픈한 NB강남터미널점에 이어 청주 이마트 24에 화상상담전용창구를 설치한 두 번째 디지털 제휴 점포를 개점했으며, 대면채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의 디지털금융과 ESG경영 강화는 적극적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한 조직체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허유심 전 SK브로드밴드 부사장을 영입하며 고객경험디자인센터와 디지털콘텐츠센터를 신설해 플랫폼 주도권 경쟁에 대응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오순영 전 한글과컴퓨터 CTO를 영입해 AI기반 서비스를 고도화 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을 이끌 기반을 다졌다.

자산 운용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지난 7월, 유창범 전 대신증권 전무를 자산운용1본부장에 영입하며 조직 전문성을 강화하고,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신탁, 자본시장 부문 등 일부 본부 조직을 통폐합했다.

KB국민은행은 ESG 정책도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몽골 사막화 지역에 유실수를 식재해 미세먼지 발원지를 관리하고, 지역주민의 자립기반도 지원했다. 이외에도 본사 옥상에 도시양봉장을 조성하는 'K-Bee'프로젝트를 진행해 꿀벌 생태계 회복과 지역상생 기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쏟았다. KB국민은행은 KB드림웨이브를 통해 미취학아동부터 대학생까지 학습멘토링으로 성장 단계별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코딩교육과 SW교육을 실시해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외부인재 영입 등으로 알찬 한해를 보냈지만 노조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 지난 2018년 인수한 인도네시아의 부코핀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순손실 1505억원을 기록하자 지난 10월 KB국민은행은 7930억 규모의 추가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이에 KB국민은행 노조는 부코핀은행에 대한 묻지마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며 금감원 제재를 촉구했다. 또 부코핀 은행 투자 중단 이외에도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4월부터 제공하고있는 알뜰폰 서비스인 '리브엠' 혁신금융서비스 승인 취소 촉구를 하는 한편 임금피크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신한은행, 디지털 금융 강화에 총력...진옥동, 지주 회장으로 내정

뉴 쏠 언팩 행사에서 진옥동 신한은행 은행장이 행사에 참여한 고객들에게 신한은행의 추진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신한은행 제공 [뉴스락]
뉴 쏠 언팩 행사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발표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뉴스락]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도 은행권 횡령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5월 부산 모 지점에서 지난 2억여원의 횡령 정황을 발견하고 전 지점 내부 감사를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상반기 횡령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신한은행은 3분기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은행의 3분기 누적순이익은 2조 5925억원을 기록했으며 예적금 잔액은 164조 8376억원으로 지난해 말 129조6521억원에 비해 35조 1855억원이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대대적인 변화를 천명하며 시작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내부 혁신으로 유연성을 높이고 강력한 실행력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면서 한계를 뛰어넘자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개인뱅킹 앱 고도화와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직원들이 변화를 주도하며, 지속 가능 경영을 통해 사회적 금융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신한은행은 자사 앱인 '신한 쏠'을 '뉴 쏠'로 다시 브랜딩 했다. 지난해 고객 1만명을 모집해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고객 개인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고 AI기술을 이용한 기능을 선보이는 등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대로 성공적으로 새 앱으로의 전환을 마쳤다. 

또 내부 혁신 유연화의 일환으로 직급과 나이에 관계없이 정기인사를 시행했다. 영업 현장에서는 80년생 여성 책임자를 영업점장으로 발탁했고 79년생 여성 인재를 브랜드 전략실장으로 보임했으며 ESG전략실, 경영혁신실 등에는 세대 교체를 위해 젊은 직원을 부서장으로 올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1월 이뤄진 정기인사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1급 부서장 승진 인사를 단행해 본부장 후보군을 다양화했으며 여성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았다.

ESG도 내재화에 초점을 맞췄다. 신한은행은 ESG경영 우수기업 및 협력사를 대상으로 금리우대를 해주는 대출을 출시했다. 또 종이통장 톨이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환경부 주관 한국형 2030 무공해차 전환 100 선언식에 참여해 2030년까지 은행의 모든 업무용 차량을 무공해차로 바꿀 것을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동행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에 금융 지원에 앞장서는 한편 신한은행 어린이 금융체험교실을 운영해 금융권 최초 메타버스 활용 어린이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의 ESG컨설팅을 위한 ESG컨설팅 셀을 신설해 상반기 기준 약 90개 업체의 상담을 활발히 진행하는 등 기업고객과의 상생에도 힘썼다.

은행차원의 다양한 ESG활동을 진행하고 내부 혁신에 힘썼지만 지난 9월 23억 6000만 달러(약 3조 689억원) 규모의 이상 해외송금 거래가 확인돼 검찰에 압수수색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팔이는 현상을 노린 '김치 프리미엄' 거래로 밝혀졌다. 지난 5일 금감원은 신한은행에 대한 검사에서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관리체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지난 7일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며 신한은행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3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이은 새로운 리더는 누가 될 것인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있다. 

차기 신한은행장은 오는 20일 신한금융그룹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우리은행, 실적 고공행진...횡령 사건은 오점 남아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2022 하반기 격영전략회의에서 ‘올바른 윤리의식과 이를 정립할 수 있는 강한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뉴스락]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2022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뉴스락]

우리은행(은행장 이원덕)의 2022년 3분기 누적순이익은 2조 3820억원, 11월 기준 예적금 잔액은 157조 5590억원이다. 이처럼 좋은 실적과 더불어 이원덕 우리은행장 취임 등 우리은행에는 업계의 주목을 받을만한 호사가 많았다.

그러나 우리은행 횡령사건이 금융권을 넘어 국가적 관심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는 '우리은행 횡령사건'에 쏠리게 됐다. 

지난 4월 우리은행 직원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707억원을 횡령했다. 횡령 혐의를 받고있는 전 씨는 기업금융부 직원임을 이용해 사문서를 위조하는 등의 방법을 써 돈을 빼돌렸다. 개인고객의 자산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지만 전 씨가 수년간 횡령을 저지르고 근무를 하지 않는 등의 태도를 보였음에도 은행 본사에서 눈치채지 못한 것은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당국과 고객들의 질타가 이어이자 우리은행은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기존 준법감시실의 내부통제 점검팀과 컨설팅팀, 상시감시 모니터링팀을 법규 준수팀과 영업조직 모니터링팀, 본부조직 모니터링 팀으로 확대 재편했다. 

우리은행은 조직개편뿐 아니라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취임을 시작으로 보수적인 은행 승진 체계를 뒤집는 인사를 단행하며 변화와 혁신의 불씨를 지폈다.

특히 내부 인사 혁신으로 차세대 리더 양성에 힘을 쏟았다. 유도현 본부장을 경영기획그룹장으로, 전성찬 지점장을 경영지원 그룹장으로 임명하는 등 기존의 승진 단계를 뛰어넘는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또 송현주 영업본부장을 투자상품전략단 임원으로 기용해 유리천장 타파에 힘을 쏟았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그룹의 ESG활동과 결을 함께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은행은 고객을 근본으로 해야 하며, 사회적 어려움과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고객이 필요로 할 때 힘이 돼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원덕 행장이 강조한 것처럼 우리은행은 미래세대 지원, 지역사회 상생 등 사회적 금융 지원에 힘썼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농산어촌 금융특성화고 학생 육성 사업을 시작해 진학 역량 강화를 위한 금융 자격증 취득 비용을 지원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초등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도 진행했다. 

또 지난 7월에는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 기금 1억원을 전달하며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의 해소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은행, 조용한 성장세 이어가...여성 리더에 힘 실어줘

하나은행은 18일 오후 하나은행 본점에서 보건복지부와 청년들의 자산형성지원을 위해 도입된 청년내일저축계좌 판매 창구 시범 운영 행사를 가졌다. 청년내일저축계좌 가입신청기간 첫날 박성호 하나은행장(사진 오른쪽)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사진 왼쪽)이 하나은행 영업1부 지점을 찾아 은행을 방문한 청년에게 직접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뉴스락]
박성호 하나은행장(사진 오른쪽)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사진 왼쪽)이 하나은행 영업1부 지점을 찾아 직접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뉴스락]

하나은행(은행장 박성호)은 성장세를 기반으로 4대 은행 중 소리없이 강한 해를 보냈다. 

3분기 누적순이익 2조 2438억이며 11월 기준 예적금 잔액 162조 675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2월 말에 비해 25조752억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금융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영을 하겠다고 밝히며 2022년 조직 개편 및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중점 추진 항목 중 하나인 디지털 퍼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리테일그룹 내에 DT혁신본부를 신설해 디지털 전환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또 단계 간소화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개선했으며 경영 효율성을 제고했다. 

뿐만 아니라 인사에서도 여성인재 중용, 젊은 리더 배치 등 성과를 기반으로 한 특징을 보였다.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등의 여성 인재풀을 활용해 박영미 손님행복본부장과 고금란 영업지원본부장 등 2명을 여성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하나은행의 여성 임원 및 본부장은 총 5명으로, 70년대생 젊은 리더를 전진배치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취약 아동을 위해 태블릿PC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자립준비 청년을 위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인 '열여덟 홀로서기 시즌 2'를 시행했다. 또 친환경 글로벌 전기차 경주대회인 '2022 하나은행 서울 E-PRIX'에 아동을 초청하는 등 소외계층과의 상생에 초점을 맞춘 ESG활동을 선보였다.

그러나 하나은행 자체의 ESG콘텐츠 보다는 하나금융그룹과 함께하는 ESG활동이 더욱 돋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하나은행은 지난 11월 고객의 개인 신용정보를 거래 종료 5년을 초과했음에도 삭제하지 않아 적발됐으며 고객 개인 신용정보를 부당하게 조회해 금감원으로부터 4억 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또, 같은 달 금리인하요구 접수 심사 결과 등과 관련한 증빙서류의 준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기준이나 절차가 마련돼있지 않아 금감원으로부터 개선요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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