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전쟁의 공포에 떨고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방산업계만은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2월 벌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으로 푸틴의 핵 사용 언급까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또, 8월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향한 중국의 강도 높은 무력시위 등 국제 안보가 연일 그늘지고 있다.

일본은 내년 방위비에 6조8219억엔(약65조9700억원)의 역대 최고치를 편성했고, 최근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면서 국내도 긴장감이 날로 고조되는 모습이다.

국제적으로 국방안보 긴장감의 끈이 팽팽해지고 이에 따른 방산 물자 수요 증가에 K-방산이 주목받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17~2021년 방위 수출 세계 8위에 자리했다.

특히 성장세는 5년 사이 177% 증가하면서 세계 1위다.

‘검은 토끼해’를 맞은 2023년, K-방산의 뜀박질이 주목받는 이유다.

<뉴스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올 한 해를 되돌아보고 내년을 내다본다.

왼쪽부터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강구영 KAI 대표, 강지찬 LIG넥스원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편집]
왼쪽부터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강구영 KAI 대표, 강지찬 LIG넥스원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편집]

4사 모두 실적 성장세... 수주잔고 1년 사이 19조 ↑

방산 4사 2022년 3분기 누적 실적.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편집]
방산 4사 2022년 3분기 누적 실적.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편집]

<뉴스락>이 방산 4사의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취합·분석해 본 결과,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의 합이 7조 915억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6조4843억) 9.3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113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2694억) 52.67% 늘었다.

특히 1년 새 수주액 성장세가 이목을 끈다. 올해 3분기 기준 4사의 수주잔고는 78조4072억으로 1년 동안 19조4123억(32.91%)를 더했다. 내년에도 수주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항공 및 방산 부문(한화디펜스·한화시스템 포함) 3분기 누적 매출 2조9448억, 영업이익 1070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72%, 29.38% 증가했다. 수주잔고는 40조4031억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보다 10조 가량(30.69%) 늘었다.

KAI는 3분기 누적 매출 1조9180억, 영업이익 1041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4%, 46.21% 상승했다. 수주잔고 20조6637억으로 1년 사이 약 3조(16.81%) 증가했다.

LIG넥스원은 실적에서 올해 가장 두드러진 성장폭을 보여줬다. 3분기 누적 매출 1조6129억, 영업이익 1559억으로 29.11%, 102.47% 늘었다. 수주잔고는 한 해 동안 약 1조 2천억(17.75%) 늘어 7조9556억으로 집계됐다.

현대로템은 방산부문 3분기 누적 매출 6158억, 영업이익 443억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7.15%, 15.06% 증가했다. 수주잔고는 4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여줬다. 한 해 동안 6조 가량 늘어난 9조3848억(158.26%)을 기록했다.

‘빨리 빨리’ 방산에서도 통했다... 폴란드 수출 잭팟

FA-50 경전투기(왼쪽 위), K-9 자주포(오른쪽 위), K-2 전차(왼쪽 아래), K-239 천무(오른쪽 아래).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 
FA-50 경전투기(왼쪽 위), K-9 자주포(오른쪽 위), K-2 전차(왼쪽 아래), K-239 천무(오른쪽 아래).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 

올해 들어 폴란드는 한국 방산 업체들과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전투기 48대, K-239 천무 다연장로켓 288문 등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4일 천무 1차 이행계약에 이어 이달 6일에는 K2전차·K9자주포의 1차 수출물량이 폴란드에 도착했다. 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수출 계약은 약 20.5조 원 규모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폴란드의 K-방산 수입 배경에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에 폴란드의 전차와 자주포 등을 대거 지원한 것이 크다.

군사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초 F-16, M1A2, HIMARS 등의 미국 무기체계 도입을 추진했으나 납기 및 수량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신속한 공급과 가성비가 뛰어난 K-방산이 폴란드 눈에 들어온 셈이다. 실제로 폴란드와 계약 체결한 4개여 월 만에 전차와 자주포를 제공했다.

폴란드 국영방송 TVP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인수 행사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한국 무기의 신속한 인도는 매우 중요하다”며 빠른 공급 속도에 만족한 모습이다.

방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폴란드 수출 대박으로 K-방산이 동유럽권을 비롯해 세계로 뻗어 나갈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방산 수출길 열릴까...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

방산업체들은 올 한 해 폴란드 대박 외에도 해외 수출에 열을 올렸다.

한화시스템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지난 1월 천궁-Ⅱ의 수출 계약(약 1조3000억 원)을 체결했고, 한화디펜스도 천궁 발사대 계약(약 3890억 원)으로 뒤따랐다. 이어 2월에 K-9 자주포(약 2조 원)의 계약을 이집트에서 끌어냈다.  또 레드백 장갑차를 앞세워 호주에서 수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KAI는 말레이시아에 FA-50 18대(약 1조1000억 원)의 계약에 이어 폴란드 효과로 인해 이후 이집트와 필리핀에서도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세계 1위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미국의 훈련기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오는 2024~2025년 약 280대 공군전술훈련기와 220대 해군 고등훈련기 등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미국 수주전에 성공할 경우 훈련기·경공격기 등의 세계 시장에서 최대 공급사로 자리잡을 수 있다"며 "약 56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1월 UAE와 천궁-Ⅱ(약 2조5970억 원)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가 지난달 방한해 양국의 협력 강화(방산·에너지·건설인프라)를 논의함에 따라 사우디에서의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앞서 중동국가 UAE의 수주이력에 더해 이미 사우디에 요격체계 시스템과 대전차 유도미사일 '현궁'을 수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방산분야를 신규 수출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나섰다.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점유 5% 이상을 확보해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동남아와 동유럽에서의 방산 수요가 유럽과 러시아산 비중을 줄이는 흐름 때문에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 대우조선 품고 육해공 아우르는 ‘한국판 록히드마틴’ 도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뉴스락 편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뉴스락 편집]

한화가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최종 인수한데 이어 STX중공업 마저 집어 삼킬 태세다. 

이로써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도약한다는 김승연 회장의 꿈은 더욱 가까워졌다. 

국내 1위 방산기업인 한화는 ‘글로벌 방산 톱10’을 목표로 오는 2030년까지 질주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한화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 방산부문과 자회사 한화디펜스를 흡수하고 방산의 중심에 섰다.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 내 흩어져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모으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함에 따라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글로벌방산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 한화의 방산 시너지에 주목한다.

지난 11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구축함과 잠수함 등 특수선 부문 수주잔고는 55억5000만 달러(약 7조457억 원)로 특수선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에 한화의 무기체계를 탑재하는 등 앞으로의 시너지가 그동안 주춤했던 한화의 성장세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록적인 성장...'가성비 전략' 시장 확대에 한계

2011~2022년 방산 수출 수주액 현황. 자료=국회예산처 재정동향&이슈 제21호. [뉴스락편집]
2011~2022년 방산 수출 수주액 현황. 자료=국회예산처 재정동향&이슈 제21호. [뉴스락편집]

근래 2년 사이 K-방산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방산 수출액은 평균 30억 달러(약 3조8055억 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2021년부터 두배 이상 성장한 72.5억 달러(약9조1966억 원)를 기록하고 올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170억 달러(약 21조 5600억 원)를 예상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내년 국방비가 높은 비율로 증가함에 따라 방위산업 시장 규모가 늘어나고 여기에 더해 이번 폴란드의 수출이 K-방산 열풍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냉전 이후 군비를 축소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남북 대치로 인해 지속으로 무기체계 투자를 지속했던 것이 주효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GDP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은 2.8%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언제든 양산 가능한 상태라는 얘기다.

또, 2006년 방위사업청 출범 이후 내수 중심에서 수출 중심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무기체계의 경쟁력 확보 외에 금융지원과 기술이전 등 다각도의 노력도 한몫했다고 봤다.

이외에도 동유럽 국가의 NATO 표준 무기 도입 본격화에 따라 NATO 표준체계인 K-방산의 수혜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다만 신냉전에 의한 방산 시장 환경이 K-방산에 호재를 가져다 주긴 했지만, 기존의 가성비 전략의 한계도 지적했다.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폴란드 방산 잭팟 이전 K-방산은 정체기였으며 현재까지 수출된 무기체계는 일부 품목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어 향후 정체기가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요국이 고성능을 요구할 경우 기존 방산 선진국의 무기체계와 같은 대안이 많아 '가성비' 전략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또는 방산 기업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개량으로 성능상 우위 유지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지속적인 수출이 가능하다"며 "최신 장비의 대량 도입과 업그래이드, 규모의 경제 확보, 수출을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마케팅 활동 등에는 국민적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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