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보험업계는 올해 금리인상, 천재지변 등 파고를 수차례 넘었다.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악화된 RBC비율 복구에 나섰으며 태풍 힌남노가 손해율에 영향을 미칠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분주했던 보험업계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보험업 안정화에 힘을 보탰다. 

금융당국은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기준을 강화했으며 내년 1월부터는 보험사기 신고 포상금을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2배 올리기로 해 보험사기 예방에 나섰다.

또 지난 1월에는 금융위원회가 중심이 돼 지속 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발족하는 한편 금감원은 브로커 조직이 유인하는 실손의료보험사기를 유의해야 한다는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각종 장애물을 넘어 새 회계제도를 준비하고 있는 2022 보험업계를 <뉴스락>이 돌아본다.

(왼쪽부터)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 김기환 KB손보 대표,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왼쪽부터)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 김기환 KB손보 대표,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 각 사 제공 [뉴스락]

 

실적 희비 엇갈린 손보와 생보

홍수, 태풍 힌남노 등 천재지변이 일어나고 코로나 19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등 예상치 못했던 변수와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한 금리 인상에 보험업계는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손해보험업계과 생명보험업계 모두 살아남기에 총력을 다했지만 엇갈린 실적에 양 업계의 희비가 갈렸다. 

금융감독원의 2022년 3분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치)에 따르면 손해보험 31개사의 당기순이익은 4조 817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3조 9390억원 대비 22.3% 증가했다.

4대 손보사의 3분기 누적순이익은 연결기준 삼성화재 1조 1019억원, DB손해보험 8524억원, 현대해상 5023억원, KB손해보험 5207억원으로 나타나 4사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성장한 실적을 기록했다. 

손보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장기보험의 손해율 하락 등으로 보험영업이익이 개선됐고, 환율 상승으로 외화환산 이익 증가에 따른 투자영업이익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생명보험 23개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 943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3조 6975억원 대비 20.3% 감소했다. 보험료 수익감소로 인한 영업손익 악화와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자산 처분손익 감소로 투자영업이익도 감소해 생명보험사 실적 하락의 원인이 됐다.

3대 생보사의 3분기 누적순이익을 살펴보면 한화생명 8063억원, 삼성생명 6404억원, 교보생명 4667억원을 기록해 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금리인상 보험업계 전반 영향미쳐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대표가 지난 8월 16일 충남 부여를 방문해 태풍,홍수 피해현황을 점검하고있다. NH농협손해보험 제공 [뉴스락]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대표가 지난 8월 16일 충남 부여를 방문해 태풍,홍수 피해현황을 점검하고있다. NH농협손해보험 제공 [뉴스락]

금리인상의 여파는 보험업계에도 들이닥쳤다.

금리인상이 연이어 단행되며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의 평가 손실이 늘어났고 이는 자본 규모를 축소시켜 RBC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RBC비율이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부채대비 자산 비율로 책정한다. '지급해야 하는 돈 대비 줄 수 있는 돈'의 비율을 계산하는 것으로, RBC비율이 높을 수록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좋다고 여겨진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RBC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10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보험업법상 조치가 취해진다. 지난 상반기 보험사의 RBC비율이 줄줄이 떨어지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월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급여력평가 등 전사적 자본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부분 RBC비율 복구에 성공했지만 떨어지는 RBC비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보험사도 있다. MG손해보험의 RBC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88%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9%를 기록했다. MG손보의 재무건전성이 회복되지않자 금융위원회는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주주인 JC파트너스와 금융당국의 법적 공방 끝에 현재 금융당국의 관리인들이 MG손보에 파견됐으며 예금보험공사가 주축이 돼 매각을 추진하고있다.

금리인상은 RBC비율 뿐 아니라 생보사의 저축성 보험 금리의 고공행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고금리 상품이 출시되자 저축성 보험 가입은 감소하고 보험 해지는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있다. 저축성보험 매출이 급락하면서 보험사의 실적도 악화돼 생명보험사들은 앞다퉈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출시했다. 

지난 11월 한화생명이 연 5.7%, 교보생명이 연 5.8%의 저축성 보험 상품을 출시한 바 있으며 이달 초에는 동양생명과 KDB생명이 연 5.95% 금리의 상품을 출시했다.

저축성 보험상품 시장이 과열로 치킨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지난 11월 금감원은 생보사에 유의사항 공문을 보내 저축성 보험 금리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금감원의 자제 당부가 브레이크가 돼 연내 6%를 넘길 듯 보이던 금리경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돼 생보사들의 금리경쟁이 지속될지, 신 회계제도(IFRS17)에 대비해 저축성 보험판매 감소에 나설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있다. 

빅테크 VS 보험대리점업계...이권 다툼 심화

보험대리점 업계와 보험영업인 노동조합 연대가 지난 8월 ‘온라인 플랫폼 보험대리점 진출 저지 및 45만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제공 [뉴스락]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보험비교 추천 혁신금융 서비스도 하반기 보험업계를 달궜다.

온라인 보험비교 추천 혁신금융 서비스란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인바운드 영업용 상품과 대면용, 아웃바운드 영업용 상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비교하고 추천하는 서비스다.

지난 8월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2차 회의에서 시범운영을 결정하고 소비자는 10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빅테크업계와 GA업계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며 서비스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보험상품을 비교하고 추천받을 경우 소비자들은 간편하게 보험상품을 접할 수 있어 편의성 증대가 기대되며, 불필요한 보험 가입을 줄이고 소비자 본인에 맞는 혜택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보험대리점업계는 핀테크의 보험업 진출은 오히려 불완전판매 증가와 과다 수수료 부과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보험설계사의 생존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대대적인 반대에 나섰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보험대리점업계 및 보험영업인노동조합연대는 지난 8월 온라인 플랫폼 보험대리점 진출 저지 및 45만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해 빅테크 보험업 진출은 골목상권 침해이며, 보험설계사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행위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금융위원회는 빅테크가 보험사에 불리한 거래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방카슈랑스 25%룰을 참고해 보험사가 빅테크사에 종속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또 빅테크가 보험업에 진출하며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 즉각적 보상이 가능하도록 영업보증금을 예치하게 하는 등의 안전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팔고 팔리는 보험업계

얼어붙은 자금시장에서 보험업계의 인수시장은 비교적 뜨거운 양상을 보였다.

한화생명의 판매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 11월 피플라이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피플라이프 인수로 한화생명 금융서비스는 총 2만명 5000여명 규모의 보험설계사를 보유해 초대형 판매채널을 구축하게 됐다. 

한화생명은 내년 1월 피플라이프에 대한 인수 후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자회사 GA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 6월 라이나금융서비스 8개 영업조직을 흡수한 것에 이어 7월에는 다올프리에셋을 인수했다. 다올프리에셋은 다올지사로 명칭을 변경해 영업을 이어가고있다. 

GA인수 뿐 아니라 보험사 자체가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지난 11월 산업은행은 내년 2분기 거래 종료를 목표로  KDB칸서스밸류 PEF가 KDB생명보험을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를 공식 개시한다고 밝혔다.

산은은 지난 2009년 KDB생명을 인수해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매각을 시도했다. 그 중 지난 2020년 JC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듯 보였으나, JC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선정되며 무산됐다. KDB생명이 이번 매각 공고에서는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손보업계, 보험료 줄인하

손보업계가 정치권의 보험료 인하 요구에 손을 들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힌남노 피해 등 자연재해에도 손해율이 하락하고, 호실적을 기록하자 금융당국의 보험료 인하 압박이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주요 손보사의 평균 누적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79.6%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인하한 보험사는 2.9% 인하한 롯데손해보험으로 메리츠화재가 2.5% 자동차 보험료를 낮춰 뒤를 이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도 자동차 보험료를 2% 인하했다.

4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85%를 상회하고 있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보험료 인하 소식에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손보사들은 내년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년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돼있고 신 회계제도 도입, 야외활동 증가 등이 변수가 돼 손해율 등 경영지표가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 보험료 인하까지 겹쳐 손보사의 내년 성적표는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편 자동차 보험료 인하는 다가오는 2023년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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