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기자양반, 웬만하면 기사 내보내지 말아주세요.”

충남 아산시 인주면 어업계의 한 어민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지난달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기름유출 논란건으로 취재차 아산에 직접 내려갔다. 예상과는 다르게 어민들의 반응은 쌀쌀했다.

그도 그럴만 했다. 어민들은 “언론 보도 후 ‘기름 먹은 고기’라는 오명때문에 먹고살기 힘들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1=천막에 붙어있는 문구들. 사진2=소주와 회, 라면 등 어민들이 끼니를 때우는 것들. 사진3=천막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어민들

어민들이 농성 중인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열댓명의 어민들은 생계를 뒤로한 채 오전 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상주하며 농성중이라고 했다. 어민들은 라면, 회, 소주 등의 음식들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기자에게 사과 한조각을 챙겨주는 어민이 있었던 반면 서울에서 내려온 기자라고 밝히자 ‘취재 하지 말아달라’, ‘우리만 더 피해본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어민도 있었다.

사진1=현대차 양재동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환경단체. 제공=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사진2=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전경. 사진3=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문 입구

◇ "현대차 밖에 없어요"

다행히 미리 연락을 취해놓은 인주면 어업계장인 A씨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비가 오지 않거나 뭘 흘려보내지 않는 이상 평시에는 원래 이렇게 말라 있어요. 유출날짜에 비가 안내렸으니 뭘 흘려보냈다는거 아니겠어요”

현대차 정문으로 부터 우수관로 시작점까지 쭉 내려왔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우수관로는 이끼가 낀 부분을 제외하곤 계장의 말대로 말라있었다.

“이 관로 위로 타고 올라가보면 연결되는 곳은 현대자동차 밖에 없어요”

계장은 아산시, 현대차와 합동조사를 거쳤다고 말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배수로를 쭉 타고 올라가보니 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맨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맨홀 안을 들여다 볼 순 없었다고 한다.

우수관로를 쭉 따라가다 보니 삽교호가 펼쳐졌다. 삽교호와 관로를 잇는 지점에 한가지 장애물로 보이는 것이 설치돼 있었다. 어업계장에게 무엇이냐 묻자 “기름이 삽교호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라고 답했다.

어민들이 농성중인 천막에는 방제작업 시 수거한 방제지들이 조그만 배 위에 모아져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검은 기름때가 묻은 방제지들이 수두룩했다.

사진1=기름때가 묻어있는 방제지. 사진2=방제지를 모아놓은 배

◇국과수 분석결과, 절삭유로 밝혀져...현대차, "경운기 사고때문"

취재를 하던 중 한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아산시청 측에서 기름 방제작업 시 사용 된 방제지를 국과수에 의뢰한 분석결과가 16일 나왔다는 것이다. 국과수 분석결과 절삭유라는 결과가 나와 이 날 오후 2시에 아산시, 현대차, 어업계 3자 협상이 있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절삭유는 쇠를 깎고 가공하는 기름이라 한다. 어민들은 이러한 기름을 쓰는 곳은 인근 현대자동차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가 군대에서 기름을 다뤄봐서 아는데 딱 절삭유더만”

아산시, 현대차와 함께 내부조사에 참여했다던 주민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부조사에서 직접 절삭유를 확인했다고 한다.

“국가기관 아니여. 국가기관이니까 정확하겠지.”

몇몇 어민들은 드디어 현대차에서 기름유출혐의를 인정할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오후 2시 시작된 협상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약 4시경 어업계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다시 천막에 들어섰다.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수차례 협상이 있었지만 국과수 분석결과가 나온만큼 어민들의 기대가 컸다.

“인정을 안합니다. 경운기 사고라고 아직도 말하고 있어요.”

사진1=삽교호로 이어지는 우수관로의 시작점. 사진2=관로와 삽교호가 이어지는 지점에 설치된 장애물. 사진3=현대차가 주장하는 경운기 사고가 일어난 지점

◇ "우리가 뭘안다고..."

현대차에서는 애초 해명했던 데로 경운기사고로 인한 유출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실제 현대차 아산공장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경운기 사고로 인한 유출이며 이미 경운기 차주와 다 조사가 된 상태”라고 일축했다.

경운기 사고가 일어난 지점을 찾아가봤다. 개연성은 있어보인다. 우수관로 바로 옆이 사고지점이기 때문이다.

“경운기 사고가 있긴 있었어요. 그런데 사고는 여름에 났는데...유출시점은 겨울이잖아요. 경운기에 기름이 얼마나 들어간다고, 참나”어업계장과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듯 현대차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간이 늦어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아산시내로 향해야 했다. 계장은 버스정류장까지 태워다주겠다며 기자와 동승했다.

“현대차에서는 ‘입증할 만한 자료를 가지고 와서 법적으로 해결하자’라고 하더군요. 지들은 대기업이고 좋은 변호사, 법무팀까지 다 있을텐데, 우리같은 어민들이 뭘 안다고 상대가 되겠어요.”

계장의 마지막 말이었다. 

기자는 ‘수고하십쇼’라는 말 밖에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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