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재계 26위 영풍그룹(회장 장형진)이 운영하는 경북 영풍석포제련소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영풍석포제련소에서 배출되는 황산 등 중금속 유해물질이 낙동강 상류로 유입돼 생태계 파괴는 고사하고 국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의혹은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만큼 아주 오래된 얘기다. 이곳 환경단체는 주변 산림과 수질오염은 물론이고 낙동강을 타고 유해물질이 흘러내려가 영남민 모두가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는 공장 폐쇄를 주장하고 있지만, 제련소 측은 먼산 불구경하듯하고 세차례에 걸친 국정감사와 단체의 소송에서도 제련소는 오늘도 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원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련소 인근 주민들의 태도도 환경단체의 활동을 무력하게 만든다. 주민들은 제련소가 지역살림에 주축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영풍석포제련소 전경

◇ “여기는 영풍 공화국이에요”

경북 봉화군 청량산에 거주하고 있는 환경단체 관계자 A씨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영풍석포제련소 유해물질 유출 의혹과 논란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25일 경북 봉화에 직접 내려갔다. 서울에서 차로 5시간을 달린 끝에 영풍석포제련소를 만날 수 있었다.

영풍석포제련소는 총 3개의 공장으로 이루어져있다. 1970년 1공장이 완공된 후 2공장을 거쳐 2014년 3공장이 차례로 증설됐다.

영풍석포제련소는 아연괴 등을 생산하는 제련소로 연간 아연괴 350000톤, 황산 600000톤, 환산동 1500톤, 은부산물 28000톤, 인듐 30톤의 생산능력을 가졌으며 근로자 1200명이 근무하고 있다.

1공장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석포역과 석포면 마을이 위치해 있고 1~3공장 모두 영동선을 따라 낙동강 하구로 흐르는 하천 앞에 위치하고 있다.

<뉴스락> 취재결과 영풍그룹은 현재 5공장 증설계획에 있지만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잠정보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4공장은 '4'의 의미때문에 쓰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1=영풍석포제련소 1공장 정문. 사진2=영풍석포제련소 2공장 정문. 사진3=영풍석포제련소 3공장 정문

◇“산이랑 물이 다 망가졌어요”

“연락 잘하셨어요. 잘 오셨습니다 아주.”

미리 연락을 취해놓은 환경단체 관계자 A씨는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영풍석포제련소 1공장 앞에서 A씨의 차를 타고 하천을 따라 쭉 내려갔다.

사진=제련소 인근의 산림

“보세요. 완전 민둥산이잖아요. 저게 다 황산이 유출되서 나무랑 풀이 죽어버린거에요.”

1공장의 끝머리 쪽에 ‘수증기 발생지역’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이 지점이 영풍석포제련소에서 가스 등이 유출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약 1KM 정도를 차량을 타고 쭉 내려왔다. A씨의 말대로 푸른 산은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민둥산으로 변해있었다.

사진1=1공장에서 나오는 소량의 연기. 사진2=수증기 발생지역. 사진3=1공장 옆 산림, 풀과 나무가 다 죽어있다.

“원래는 뿌연데 오늘은 뭔 감사가 있나..조용하네요.”

이날 영풍석포제련소는 조용했다. A씨는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인근에서는 일명 ‘석포구름’이라 불릴 정도로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는 마을 전체를 뒤덮는다고 했다.

사진1=1공장에서 2공장 사이의 산림. 사진2=1공장 건너편 산림

A씨는 1공장을 기점으로 주변 생태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1공장 위쪽으로는 푸른 산림이 우거진 반면 1공장에서 차를 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나무와 풀이 다 죽어버린 산을 볼 수 있었다.

“저게 자연 생태게 파괴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언제든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요.”

사진1,2=산림에 나무와 풀이 부족해 흙이 유실된 흔적

실제 산이 유실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풀과 나무가 없으니 토양이 밑으로 유실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산 뿐만 아니에요. 물도 다 망가져버렸어요.”

1공장 인근의 하천을 촬영한 사진.

A씨의 말과 다르게 물은 육안으로 보기엔 깔끔해 보였다. 이에 의문을 가진 기자가 A씨에 묻자 “중금속이 다 물 밑으로 가라앉아 겉보기엔 문제가 없다“며 ”물 밑에 생태는 완전히 파괴된 상태“라고 답했다.

경상북도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사진=환경단체 제공

A씨는 2016년 당시 국정감사 자료를 보여주며 중금속인 카드뮴 수치에 대해 지적했다. 공단 밀집 지역인 금강에 비해 청정지역이자 낙동강 최상류인 봉화군의 카드뮴 수치가 압도적으로 더 높은 것은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낙동강 상류인데...영남민들 식수원인데..”

“낙동강 상류인데...1300만 영남민 식수원이에요 여기가”

1공장을 기점으로 북쪽으로 20KM 올라가면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이 있다고 했다. A씨는 공장에서 유출된 중금속들은 그대로 낙동강으로 흘러내려가 영남민에게 노출된다 주장했다.

공장에서 침출수를 내보내는 곳으로 추정되는 파이프. 주변 산림은 말라있다.

“정말 다행인게 경상남도 환경단체들이 도움을 주기 시작했어요”

A씨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와같이 말했다. 앞서 경상남도 지역 단체들은 경상북도의 문제인 만큼 관여를 하지 않았지만 낙동강 상류에서의 유출이 경상남도민에게도 피해를 끼친다는 점을 인지해 A씨에 도움을 주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영풍공화국’...“주민들이 도와만 줘도..”

“여기는 완전히 영풍공화국이에요. 지들 세상이야 세상. 주민들이 도와만 줘도..”

A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도 그럴만 했다. 주민들은 영풍석포제련소가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곳곳에 공장을 옹호하는 듯한 플랜카드들이 걸려 있다.

석포면 마을 진입로에 붙어있는 플랜카드

공장 측의 입장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했다. A씨는 공장 측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한다며 공장의 정당성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공장 주변을 둘러봤다. 마을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이 있지만 주민들은 공장의 편만 들고 있는 셈이다.

사진1=마을에서 본 1공장 전경. 사진2=인근에 위치한 석포초등학교

“어릴 적엔 물 반 고기 반 이었는데...언론이 좀 도와주세요”

A씨는 생각에 잠긴 듯 먼 산을 바라보며 기자에게 말했다. A씨는 많은 이들에게 석포면의 상황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석포면을 벗어나자 창 밖으로 보이는 산이 유난히 푸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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