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건설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금리, 원가상승, PF 경색 등으로 초래된 시장 침체로 인해 얼어붙은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매출 상승과 넉넉한 수주고로 선방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 덮쳐올지 모르는 '미청구 공사금'의 폭풍과 '영업이익 하락' 등으로 '내실 없는 외형 성장'을 이룬 모습이다.

실적 외에도 건설업계는 '부실시공', '중대재해' 이슈로 많은 사회적 뭇매를 맞으며 악재가 맞물리는 듯한 한 해를 지냈다.

이에 주요 건설사 중 몇몇은 사령탑을 교체하거나 파격적 인사 개편을 하는 등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각양각색의 선택지를 보이고 있다.

<뉴스락>은 시공능력평가순위 '10대 건설사'의 2023년을 되짚어보고, 내년 건설업계 전망을 조명해본다.

뉴스락 건설업계 연말결산. [뉴스락 편집]

7개 건설사 영업이익 하락...삼성·현대 실적 '우수'

10대건설사 대표 및 사옥.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뉴스락>이 올해와 지난해 3분기 10대 건설사의 공시 자료(별도기준)를 분석한 결과, 건설 '투톱'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하며 승자의 미소를 띄었다.

하지만 그 외 건설사는(대우·현대ENG·GS·DL·포스코·롯데·SK) 모두가 영업이익에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공시 자료를 발표하지 않는 시평순위 10위 호반건설 제외)

올해 10대 건설사의 실적(누계 기준)을 살펴보면, 시평순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대표 오세철)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조 6324억 원, 89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4%, 41.8% 상승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

현대건설(대표 윤영준)은 매출이 11조 24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47%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3051억 원으로 3.22% 올랐다.

대우건설(대표 백정완)은 매출 8조 503억 원, 영업이익 385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이 19.67%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2.7% 하락했다.

현대엔지니어링(대표 홍현성)은 6조 440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18.45% 오르는 수치를 보였으나 지난해 1506억 원을 달성했던 영업이익이 올해 209억 원의 손실로 전환됐다.  

GS건설(대표 허윤홍)은 올해 6조 9997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7.36% 상승한 수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영업손실이 4526억 원(지난해 영업이익 2620억)으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사건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습이다.

DL이앤씨((대표 마창민)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매출이 3조 7152억 원으로 3.38% 떨어지고 영업이익이 1589억 원으로 55.2% 대폭 감소했다.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도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했다.

포스코이앤씨(대표 한성희)는 6조 9334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17.98% 오름세를 띄나 영업이익이 1429억 원으로 41.31% 크게 줄었다.

롯데건설(대표 박현철)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 8662억 원, 2536억 원으로 18.23% 증가하고 9.15% 하락했다. 

SK에코플랜트(대표 박경일) 또한 매출이 3조 3266억 원으로 21.6% 떨어지고 영업이익이 14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뒷 걸음질쳤다. 

이처럼 올해 TOP10 건설사 중 2개사를 제외한 대형 건설사들 모두가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였다.

다수 건설사가 실적부진을 겪었음에도, 불행 중 다행인 부분은 건설사의 수주 곳간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10대 건설사의 수주 잔고는 ▲삼성물산 28조 7634억 ▲현대건설 62조 2827억 ▲대우건설 45조 5455억 ▲현대엔지니어링 30조 249억 ▲GS건설 41조 1249억 ▲DL이앤씨 22조 4616억 ▲포스코이앤씨 37조 7천억 ▲롯데건설 46조 ▲SK에코플랜트로 15조 9880억으로, 건설사 모두가 넉넉한 곳간을 채운 모습이다.

하지만 수주 잔고가 기댈 구석이라면, 잠재적 리스크인 미청구 공사금은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올해 10대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금은 '역대급'이라 불려지는 18조 원에 육박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로, 올해 풍족한 수주고를 올린 만큼 받아야 할 '외상금'은 늘어난 것이다.

미청구 공사금은 추후 공사비를 받지 못할시 손실의 가능성이 매우 커 건설사의 대표적인 위험 자산으로 불린다.

10대 건설사 미청구 공사금 18조 원 육박...GS건설 유일 감소

미청구 공사액 표. [뉴스락 편집]

올해 10대 건설사의 '외상금'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대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금(3분기 기준)은 17조 9798억 원으로 확인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3% 증가한 규모다.

먼저, 삼성물산(2조 3734억)의 미청구 공사금은 2조 3734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1조 1503억) 106.3% 급증했다.

현대건설 또한 5조 7579억 원으로, 건설사 중 최대 금액을 기록하며 지난해와 비교해(3조 7347억) 54.2% 급격히 오른 수치를 나타냈다.

대우건설은 1조 3217억으로 지난해(1조 2053억) 대비 9.7% 증가했고, 현대엔지니어링이 1조 6405억(지난해 1조 2268억)으로 33.7% 대폭 상승했다.

이외에도 ▲ DL이앤씨(1조 478억) 27.2% ▲포스코이앤씨(1조 8695억) 37.4% ▲롯데건설(1조 5444억) 5.2% ▲SK에코플랜트(1조 2291억)가 24.3%의 상승률을 보였다.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미청구공사금이 줄어든 곳은 GS건설 한 곳 뿐이다.

GS건설의 미청구공사금은 1조 1955억 원으로 지난해(1조 5213억)대비 21.4% 감소했다.

GS건설은 올해 건축·주택부문에서 대부분의 금액을 회수하면서 리스크를 해소했다.

GS건설은 2022년 미청구공사금이 발생한 개포프레지던스자이(222억 원), 철산자이더헤리티지(767억 원), 장위자이레디언트(132억 원), 브라이튼(476억 원), 흑석리버파크자이(447억 원) 등에서 금액을 모두 걷어 들였다.

GS건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추후 공사 스케줄 등에 따라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미청구공사금을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수장 교체'나선 GS건설과 '연임'택한 DL이앤씨... 두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

(좌) 허윤홍 GS건설 대표 (우)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뉴스락 편집]
(좌) 허윤홍 GS건설 대표 (우)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뉴스락 편집]

미청구 공사금이 '잠재적' 리스크라면, 올해 건설업계를 뒤덮은 쓰나미는 '부실시공'과 '중대재해'다.

올해 건설업계는 지난 4월 인천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불거진 부실시공 논란을 비롯해 지난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부실시공·중대재해 파문으로 심판대에 세워졌던 GS건설과 DL이앤씨는 다소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Xai)는 '순살자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당시의 파장으로 수요자들이 붕괴 걱정 없는 '후순위 아파트'에 눈을 돌리는가 하면, 국토교통부가 전국 427개 민간 무량판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뭇매를 맞은 GS건설은 기업 이미지 제고와 새 도약을 위해  'GS家 4세' 허윤홍 GS건설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세웠다.

이번 허윤홍 대표의 선임으로 GS건설은 10년 만에 전임자인 임병용 대표의 집권기를 끝내고 '오너경영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GS건설은 허윤홍 대표에게 지휘봉을 넘김으로써 무너진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고 경영 재편에 나서는 등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GS건설은 시행사인 LH와 6개월간 책임공방만을 이어가 세간의 빈축을 샀다.

허윤홍 대표는 출범 2개월만에 6개월 간 설왕설래하던 입주민 보상안을 마련해 '해결사'의 면모를 보이며 첫 번째 과제를 마쳤다. 

이처럼 GS건설이 CEO 교체로 '변화와 쇄신'을 도모함과는 달리, 중대재해 논란의 중심에 있던 DL이앤씨는 '안정 속 쇄신'을 택한 모습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DL이앤씨에서는 4차례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사망했다.

2023년에 들어서면서 안전 관리 강화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됐지만, 올해도 3건의 사고에서 3명이 숨져 총 8명의 근로자가 생명을 달리했다.

DL이앤씨는 최다 사망자 배출이라는 불명예를 얻었음에도 마창민 대표의 연임에 무게를 실었다.

마창민 대표는 중대재해, 실적하락으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수장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지만 연임에 성공하면서 수장 자리를 지키게 됐다. 

마창민 대표의 연임을 택한 DL이앤씨는 파격적 인사 재편을 통해 안정 속 쇄신을 꾀하는 모습이다. 

올해 DL이앤씨는 마창민 대표가 CEO와 주택사업본부장, 주택 CSO(최고안전경영책임자)를 모두 겸직했지만, 최근 새 CSO와 주택사업본부장을 영입했다. 

먼저, 새 주택본부장 자리에는 곽수윤 카드를 꺼내 'OB의 귀환'을 알렸다.

곽수윤 대표는 전 DL건설 대표로,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첫 임원 생활을 주택사업본부에서 시작한 '주택통'이다.

업계에서는 DL이앤씨가 '주택통' 곽수윤을 다시 불러들였단 점에서 기존 주력 사업 안정화에 중점을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DL이앤씨는 무수한 비판을 샀던 CSO 분리 건에 대해서도 자구책을 마련했다. 

주요 건설사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CEO와 CSO를 분리해 독립 기구 형태로 운영하고 있지만, DL이앤씨만이 주택 부분에서 별도 분리를 하지 않아 많은 우려와 비판을 받았다.  

DL이앤씨는 최근 새 CSO를 선임하고 전 본부 안전 책임자로 배치했다. CSO 선임을 통해 중대재해 예방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8명이 죽은 시점에서 뒤늦은 CSO 분리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같이 양사가 각기 다른 전략으로 위기극복을 위한 발걸음을 뗀 만큼, 향후 두 대표의 경영능력과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건설 '혹한기'...'부정적' 요인 단기 해소 어려워

주요 건설지표 동향.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제공 [뉴스락]
주요 건설지표 동향.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제공 [뉴스락]

올해 건설업계가 고금리, 공사비 상승, 부동산 PF 경색 등으로 혹한기를 보내고 새로이 다가올 봄을 기대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생존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2024 종합건설 산업전망'에 따르면, 내년 건설업계 실적전망은 '저하', 신용등급 방향은 '부정적'으로 제시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기준 건축착공면적은 5200만㎡로 전년 동기 대비 40.4%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건설업 선행지표 가운데 건설착공면적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향후 2~3년간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이하 건정연) '2024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2년 1분기부터 감소한 착공물량을 주된 근거로 선행지표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2024년까지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건정연은 내년 건설시장의 '키포인트'를 '금융시장여건', '건설 인플레이션 안정화', '선행지표 악화의 부정적 파급효과' 등으로 분석했다.

먼저, 레고랜드 발 PF 사태로 건설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심화되는 PF 경색은 건설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설시장이 회복하기 위해 자금시장 불안 해소가 전제돼야 하나, 부정적 환경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지는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의 압박이 전망 악화에 힘을 싣고 있다. 

과거에는 시장 침체의 요인이 유동성 증가, 수요급증, 환율급등 등이였다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과 지역봉쇄 등 외부 요인까지 더해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부진한 건설 선행지표에 더해 건설공사 물량 자체도 크게 줄어든 상황으로 평가돼 내년에도 시장 침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건설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건설수주, 건축허가, 착공, 분양 등 지표가 역대급으로 부진한 상황이다"며 "내년 건설경기는 금융시장 여건 개선, 건설 인플레이션 안정화 여부, 선행지표 악화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건설시장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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