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미국‧중국‧사우디에 이어 에틸렌 생산능력 4위 자리를 장기간 지켜온 K-석화는 글로벌 굴지다. 

다만 코로나19‧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이-팔 분쟁까지 이어지면서 연일 울상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불러온 전방산업의 수요하락과 출렁이는 유가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뉴스락>은 국내 대표 석화 4사를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올 한해를 되돌아보고 2024년을 조명한다.

은 국내 대표 석화 4사를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올 한해를 되돌아보고 2024년을 조명한다. [뉴스락 편집]

출렁이는 유가에 석화 4사 올해 실적부진 '직격타'

석유화학 4사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편집]
석유화학 4사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 편집]

올해 석유화학 4사의 3분기 실적 성적표는 업황부진이 그대로 반영됐다. 유일하게 3000억 이상의 영업이익을 남긴 금호석유화학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 누계기준(연결) 매출 6조 3301억원, 영업이익 32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68% 감소했다.

한화솔루션(케미칼부문 대표 남이현)은 기초소재 부문에서 4조 1616억원의 매출과 1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이 역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4.9%, 10.6% 줄어든 수치다.

LG화학(대표 신학철)은 수익성 부분에서 가장 크게 하락했다. 석유화학 부문 3분기 누계기준 매출은 13조 9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9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6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계 1조 2404억원의 영업이익과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지난해부터 유동성 위기 평을 받는 롯데케미칼(기초소재사업 대표 황진구)은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올 3분기 누계기준으로 기초소재 부문 매출은 3조 77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 감소했다. 영업손실 부분도 지난해 3분기 4069억원에서 올해 2943억원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은 석유화학산업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원자재인 원유 가격이 분기마다 상승과 하락세를 반복하면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석유화학산업은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Naphtha, 납사), 천연가스 등을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톨루엔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이 기초유분을 원료로 합성수지(플라스틱), 합성섬유(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원료, 합성고무, 정밀화학 중간재(반도체‧배터리 소재 등)와 화성품을 제조한다.

이러한 구조에 국제유가가 출렁임에 따라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도 요동친다.

특히 유가상승기에 구입한 원료의 재고가 하락기를 맞아 수익성을 깎아내리는 래깅현상과 그 반대인 역래깅현상이 실적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실제 에틸렌 가격은 올해 1월 735달러 저점을 찍고 3월 900달러를 돌파하는 상승세였고, 2분기에는 6월 말까지 715달러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9월 말 다시 870달러까지 회복세를 띄고 현재 830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제유가 출렁임에 원료 재고분이 수익성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며 “(영향을 많이 받는)기존 범용 제품을 벗어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이나 이차전지 소재 등에서 (수익성을) 보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석화불황에 '활로' 찾는 석유화학 4社... '사업다각화' 집중

LG화학 충남 대산 사업장. 사진 LG화학 제공 [뉴스락]
LG화학 충남 대산 사업장. 사진 LG화학 제공 [뉴스락]

석화 4사 모두 시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존의 범용 제품을 벗어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이차전지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몰두 중인 LG화학은 스페셜티 제품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증설한다. 

2021년부터 충남 서산에 연산 10만톤 규모의 POE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있으며, 현재 연산 28만톤 수준의 생산능력(CAPA)은 38만톤까지 증가한다. POE는 태양광 필름 등에 사용되며, 최근 태양광 발전량 증가에 힘입어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화솔루션 미국 조지아주 생산 단지. 사진 한화솔루션 제공 [뉴스락]
한화솔루션 미국 조지아주 생산 단지. 사진 한화솔루션 제공 [뉴스락]

한화솔루션은 재생에너지 부문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5.1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가정용·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총 3조 2000억원을 규모의 투자도 단행한다.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솔라허브'를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하고 있다. 

이를 통한 미국 IRA의 수혜(생산세액공제액)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한화솔루션은 솔라허브를 통해 연간 총 1조원 가량의 세액공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왼쪽부터 박인구 경영기획본부장,김 대표,정길수 영업본부장.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박인구 경영기획본부장,김 대표,정길수 영업본부장.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제공 [뉴스락] 

롯데케미칼 역시 2차전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올해 초 동박 업체인 롯데에너지머터리얼즈 인수를 마무리하고 4월부터 실적에 반영했다. 2025년엔 미국 양극박 공장도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그룹인사도 단행했다. 신임 화학군 총괄대표에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인 이훈기 사장을 선임했다. 

이 사장은 그룹 1990년 그룹 기획조정실을 시작으로,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기획부문장, 자회사인 타이탄 법인 대표를 거쳐 2015년 롯데렌탈 경영기획본부장에 오른 인물이다. 2020년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직을 맡아 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총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신사업 추진을 통해 2030년 매출 5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전략과 기획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이 사장의 역할이 막중하단 평가가 나온다.

착공식 행사 참석자들이 시삽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 다섯번째부터 장갑종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 대표, 한승문 한국특수가스 대표, 서정찬 한국환경공단 대표). 금호석유화학 제공 [뉴스락]
착공식 행사 참석자들이 시삽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 다섯번째부터 장갑종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 대표, 한승문 한국특수가스 대표, 서정찬 한국환경공단 대표). 금호석유화학 제공 [뉴스락]

그동안 석유화학 사업에 집중해왔던 금호석유화학도 CUSS(이산화탄소포집기술)사업에 뛰어든다.

지난 1일 전남 여수 제 2에너지사업장에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착공식을 진행했다.

이산화탄소 포집 액화 플랜트는 여수 열병합발전소에서 발생한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액화시킨 후 탄산으로 재탄생시킨다. 의료, 산업용 가스로 판매하는 것이 금호석화의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해 신사업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다른 고부가 탄소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동시에 신규 먹거리와 관련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우외환' 석화업계, 脫정유·중국發 공급과잉 등 내년도 '먹구름'

2023년 에틸렌 가격 및 두바이유 가격 추이. 자료 산업자원통상부 [뉴스락 편집]
2023년 에틸렌 가격 및 두바이유 가격 추이. 자료 산업자원통상부 [뉴스락 편집]

정유업계가 국내외 근심이 가득하다.

안으로는 올레핀 사업에 뛰어든 국내 정유사들과 경쟁해야하고, 밖으로는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자급률 증가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0월 발발한 중동지역 이-팔 전쟁에 국제유가도 계속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망이 어둡다.

석화업계의 실적 지표가 되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수치)는 올 4분기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하회하고 있다. 이에 3분기에 비해 4분기 실적은 저하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내년 전망에서도 석유화학 제품 전반의 공급과잉 기조 및 수요 약세 등으로 부진한 업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증설 물량 감소에 따른 수급 개선으로 국내 석화업체들의 수익성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에틸렌의 경우 2020~2023년 연평균 1000만톤 상회했던 증설 물량이 내년에는 500만톤 미만으로 감소할 예정으로 글로벌 가동률이 2023년을 저점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프로필렌 및 폴리프로필렌(PP)은 중국의 PDH설비 증설 등으로 내년까지도 CAPA 증설 물량이 수요 증분을 크게 상회하며 가동률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PX SM 등의 경우에도 중국 증설에 따른 공급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스프레드 하향 압력이 지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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