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해 보험업계는 코로나19 사태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계의 당기순이익은 6조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방심은 금물이다. 3저(저출산·저금리·저성장) 현상으로 보험사들의 성장성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

최근 비대면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전통적인 보험상품과 판매채널의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

더구나 이를 대체할 헬스케어 서비스, 디지털 보험 등 신규 사업모형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새 보험계약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지급여력(RBC) 비율을 높이는 등 자본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이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시행하면서 보험사들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이처럼 한국 보험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AIA생명이 어떤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지 <뉴스락>이 살펴봤다.

피터정 AIA생명 대표 프로필. 사진 AIA생명 제공 [뉴스락 편집]
◇ 지난해 순이익, 전년比 84%↑...'보장성 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

AIA생명은 AIA그룹의 한국 법인으로, 1987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생명보험사다.

AIA그룹은 지난 2019년 AIG와의 분리를 위해 상호를 기존 AIG생명에서 AIA생명로 변경한 바 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AIA생명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7조6639억원으로 전체 생명보험사 24곳 중 14위이며, 임직원 601명과 보험설계사 1202명이 근무하고 있다.

AIA생명의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2조2111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572억9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3.9%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38.14%다.

AIA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수입보험료의 감소 및 대미 환율 하락으로 인한 외환환산 손실이 발생했지만, 책임준비금 전입액 감소 및 주식처분이익의 발생으로 효과를 상쇄시켜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AIA생명의 지난해 책임준비금 전입액은 전년 대비 54.7% 감소한 3542억2800만원을, 투자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9149억2700만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이 증가함에 따라 이익잉여금이 적립되면서 지급여력(RBC) 비율도 개선됐다.

AIA생명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82.15%로 전년 대비 27.2%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생보사 24곳의 평균 RBC비율인 297.3%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금융당국 권고 비율인 150%를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AIA생명이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보장성보험 위주의 상품 포트폴리오가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IA생명의 보험계약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보장성 보험을 나타내는 ‘사망보험’이 379만2689건으로 전체의 96.4%를 차지하며, 여기서 거둬들이는 보험가입금액은 전체 보험가입금액의 93.9%에 달하는 87조5855억원이다.

최창의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보장성보험은 말 그대로 ‘보장’ 위주의 상품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보험 시장은 과거 저축성보험 위주의 성장과 과도한 금리 경쟁을 이어왔다”며 “저금리 기조 아래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락 편집]
◇ 대면영업 줄고 TM채널 늘었다...국내 첫 '달러보험' 출시

AIA생명은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지만 대면 영업을 통한 모집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와 보험산업 차원의 대면 영업 자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AIA생명의 대면 모집을 통한 초회보험료는 전년 대비 40.8% 감소한 2188억300만원으로 집계됐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산업의 경우 아직까지 대면 방식을 통한 보험 가입이 지배적”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대면 방식을 통한 고객 접점 확보가 제한을 받게 된다면 기존의 영업방식으로 보험사 매출을 확대시키는 것은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텔레마케팅(TM) 채널을 통한 모집은 증가했다. AIA생명은 판매 채널 전략으로 멀티(Multi)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면 영업과 전화를 통한 다이렉트 마케팅(DM) 채널을 골고루 운영하고 있다.

TM채널 초회보험료는 △2018년 105억8100만원 △2019년 115억9600만원 △2020년 116억3400만원으로 점점 늘고 있다.

특히 TM채널 중에서도 홈쇼핑을 통한 모집이 눈에 띤다.

AIA생명이 홈쇼핑을 통해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2019년 20억5500만원 △2020년 21억900만원으로, 전체 생보사 24곳 가운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AIA생명은 지난해 6월 홈쇼핑 관련 판매를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업 효율성 강화와 디지털 채널로의 영업 확장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AIA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사업 효율성을 고려해 홈쇼핑을 통한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대면영업과 DM채널, 디지털 채널을 통한 판매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의 불완전 판매 규제에 따른 홈쇼핑 채널 중단은 아닌 것 같다"며 "다른 채널로의 전환을 통한 영업 채널 다각화 측면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TM채널과 관련해 불완전 판매도 발생했다. AIA생명은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 소멸시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는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보험계약을 소멸하게 하는 경우, 해당 보험계약자에게 기존 보험계약과 새로운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비교해 알려야 한다.

하지만 AIA생명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3월 기간 중 계약자 202명에게 중요사항을 알리지 않고 기존 보험계약과 유사한 총 209건의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AIA생명은 43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AIA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감독기관의 조치에 따른 행정 절차를 완료했다"며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독기관의 규정을 잘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AIA생명은 외화보험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부름을 받았다.

최근 금융당국은 외화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 중인 생명보험사 상품담당 책임자들을 한차례 소집한 바 있다.

금융당국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6일 생명보험협회에 삼성생명, 메트라이프, AIA생명 등 생보사 5곳의 상품개발 임원을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 관계자는 외화보험 판매 시 환차손 발생 위험에 대한 설명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상품설명 의무를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해졌다. 아울러 업계가 외화보험 완전판매를 위한 모범규준 등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앞서 AIA생명은 AIG생명 시절 국내에서 처음으로 외화보험을 내놨다.

달러로 보험료를 내고 달러로 보험금을 타는 ‘달러연금보험’은 지난 2003년 9월 판매한 지 2주 만에 약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에도 △골든 타임 연금보험Ⅰ △마이달러저축보험 △골든 타임 연금보험Ⅱ을 차례로 출시했다.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모두 외국통화로 이뤄지는 보험상품으로, 현재 판매 중인 상품에는 ‘미국달러보험’과 ‘중국위안화보험’이 있다. 이 중 80% 정도가 달러보험이다.

최근 저금리 장기화와 환율 변동 기대감으로 소비자의 고수익상품 투자심리와 보험사의 신규수익원 창출 유인이 맞물려 유행세를 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11곳(삼성·신한·DGB·KDB·KB·하나·오렌지라이프·ABL·메트라이프·푸르덴셜·AIA 등)의 외화보험 계약자 수는 2017년 1만4475명에서 지난해 16만5746명으로 4년간 약 11배 급증했다.

◇ 피터정 대표, "한국시장, 떠나지 않는다"...'디지털 전환' 집중

피터정 AIA생명 대표는 지난해 지속적으로 거론된 매각설을 부인했다.

업계에 따르면 AIA생명은 지난 2019년 홍콩 반중 시위 문제로 홍콩 본사의 수익이 급감하면서 매각 이슈에 휘말렸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에 생보업계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오는 2023년 새 보험계약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외국계 생보사들의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당시 미국계 보험사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에 100% 매각되며 AIA생명뿐만 아니라 라이나생명, 메트라이프, ABL생명 등 여러 외국계 보험사들의 매각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피터정 대표는 지난해 11월 헬스케어 플랫폼 'AIA 바이탈리티'를 발표하는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AIA그룹의 변함없는 의지 다시 강조 드린다”며 “아시아 전 지역에 걸쳐 18개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는데 지금까지 어떤 시장에서도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피터정 지난 2018년 국내 출시 이후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AIA 바이탈리티를 소개했다.

AIA 바이탈리티는 AIA생명의 대표적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사람들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보험료 할인과 일상 속 혜택을 제공하며 동기를 부여한다.

유료 멤버십 고객에 한해 바이탈리티 보험 상품에 대한 보험료 할인과 다양한 일상 속 리워드 혜택을 제공한다. 국내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사용자가 170만명에 달한다.

AIA 바이탈리티는 디지털 전환의 일환이기도 하다. 앞서 AIA생명은 같은 해 7월 보험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을 경영 우선 방침으로 정하고 오는 2023년까지 디지털, 분석, 기술 세 가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AIA생명의 이런 계획은 모기업인 AIA그룹이 제시한 비전과도 맞물린 조치다.

AIA그룹은 최근 신임 CEO로 중국의 인슈어테크 선도기업인 ‘핑안보험'에서 15년 동안 최고운영책임자 겸 부사장을 역임한 리유엔시옹을 선임하며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AIA생명 역시 최근 이러한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최고기술디지털책임자(CTDO)를 디지털 역량을 갖춘 전문가로 영입했다.

황지예 CMO는 AIA생명 합류 전 매뉴라이프 홍콩에서 고객경험과 트랜스포메이션 총괄을 맡았다

또한, 카카오뱅크, 라인뱅크 등 디지털 은행 설립을 자문하고 KB국민은행, 라이나생명 등 금융권 주요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참여한 경험이 있는 김영석 언스트앤영(EY) 파트너가 CTDO로 합류했다.

피터정 대표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AIA생명은 세계 제일의 IT 인프라를 지닌 대한민국에서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으로 고객과 직원들에게 더욱 편리한 경험과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앞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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