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시예저치앙 ABL생명 대표는 올해 깜짝 실적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코로나19에도 흑자전환을 하며 과거의 초라했던 성적을 만회한 결과다. 경영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3저(저출산·저금리·저성장) 현상 심화로 보험사들의 성장성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새 보험계약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지급여력(RBC) 비율을 높이는 등 자본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이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시행하면서 보험사들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이처럼 한국 보험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시예저치앙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지 <뉴스락>이 살펴봤다.

시예저치앙 ABL생명 프로필. 사진 ABL생명 제공. [뉴스락 편집]
시예저치앙 ABL생명 프로필. 사진 ABL생명 제공. [뉴스락 편집]
◇시예저치앙 대표 3연임...내실경영으로 수익 제고

ABL생명은 최근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했다. 올해 들어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에 이어 세 번째다.

ABL생명은 지난 29일 이달 새롭게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BL생명의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32.2%, 보유계약 건수는 10만건으로 전체 실손보험 계약건수의 0.3%를 차지한다. 손해율이란 보험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급한 돈의 비율이다.

ABL생명의 이번 결정으로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는 빅3인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과 흥국생명, NH농협생명 등 5곳만 남았다.

ABL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기존 실손보험의 적은 판매물량과 높은 손해율 등을 고려해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며 "기존 실손보험 가입 고객을 위한 전환용 4세대 실손보험을 (내부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손보험 판매 중단은 올해 경영전략 중 하나인 수익성 가속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연임된 시예저치앙 ABL생명 대표는 각종 이슈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경영 안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ABL생명은 한때 매각설에 휘말렸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에 생보업계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오는 2023년 새 보험계약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외국계 생보사들의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당시 미국계 보험사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에 100% 매각되며 ABL생명뿐만 아니라 라이나생명, 메트라이프, AIA생명 등 여러 외국계 보험사들의 매각설이 나돌기도 했다.

대주주의 부패 혐의도 악재로 작용했다. ABL생명의 대주주였던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그룹 회장은 지난 2017년 자금 모집 사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고, 중국 정부로부터 105억위안(약 1조8900억원)개인 자산을 몰수당했다.

이후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안방보험그룹과 다자보험그룹을 위탁경영했다.

이 과정에서 ABL생명과 동양생명을 비롯한 안방생명보험, 안방양로보험, 안방자산관리공사, 다자재산손해보험 등 보험 계열사가 다자보험으로 재편됐다. 현재는 안방그룹홀딩스가 ABL생명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대주주 지배 구조 안정화로 매각설이 잦아든 지금, 시예저치앙 대표의 연임은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내실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ABL생명은 지난 3월 3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시예저치앙 대표에 대한 재선임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시예저치앙 대표의 임기는 2022년 3월 31일까지이며 1년 단위로 갱신된다.

ABL생명 임추위는 “보험업에 대한 전문성과 다양한 업무 경험, 노하우, 리더십 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보험시장 내의 변동성을 잘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ABL생명의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발 빠른 대처...‘비대면·방카 채널↑’

시예저치앙 대표의 연임은 경영 안정 외에도 흑자전환을 이끌어낸 경영성과가 주효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ABL생명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0조4439억원으로 전체 생명보험사 24곳 중 12위이며, 임직원 856명과 보험설계사 2231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322억1600만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으며, 수입보험료는 2조8366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2019년 대비 흑자전환 한 928억0900만원을 기록했다.

ABL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속에서도 적극적인 대체투자 자산운용수익 확대 노력으로 투자 성과가 증대돼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액에 대한 이연법인세자산 인식으로 법인세 수익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ABL생명은 지난해 사이버마케팅(CM)·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비대면 모집을 강화하며 코로나19에 빠르게 대처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CM 채널 초회보험료는 5억4600만원으로 2019년 3억9800만원 대비 37.19% 증가했다.

ABL생명 관계자는 신상품 (무)ABL인터넷확정금리저축보험 출시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모집도 늘었다.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는 2019년 3441억9500만원 대비 24.38% 증가한 4281억600만원이다.

ABL생명은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무)보너스주는저축보험 △(무)보너스주는달러연금보험 △(무)보너스주는변액저축보험을 판매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지난해에는 국내 생보사의 방카슈랑스 판매 실적이 전체적으로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이 어려워진 보험사는 방카슈랑스, CM 채널 등을 통한 모집을 확대하고, 은행은 비이자 수익 확대를 위해 보험상품 판매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빚어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달러보험도 인기를 끌었다.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모두 외국통화로 이뤄지는 보험상품으로, 현재 판매 중인 상품에는 ‘미국달러보험’과 ‘중국위안화보험’이 있다. 이 중 80% 정도가 달러보험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의 (무)보너스주는달러연금보험은 지난해 4월 판매건수가 2019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달러보험은 지난해 저금리 장기화와 환율 변동 기대감으로 소비자의 고수익상품 투자심리와 보험사의 신규수익원 창출 유인이 맞물려 유행세를 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11곳(삼성·신한·DGB·KDB·KB·하나·오렌지라이프·ABL·메트라이프·푸르덴셜·AIA 등)의 외화보험 계약자 수는 2017년 1만4475명에서 지난해 16만5746명으로 4년간 약 11배 늘었다.

외화보험 판매량이 급증하자 ABL생명과 외화보험을 활발히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부름을 받았다.

금융당국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생명보험협회에 삼성생명, 메트라이프, ABL생명 등 생보사 5곳의 상품개발 임원을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 관계자는 외화보험 판매 시 환차손 발생 위험에 대한 설명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상품설명 의무를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해졌다. 아울러 업계가 외화보험 완전판매를 위한 모범규준 등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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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 비율 높여야...DT·헬스케어로 포스트코로나 대비

흑자전환하며 당기순이익이 대폭 증가했지만 자본건전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ABL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11.55%로 전년 대비 46.7%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생보사 24곳의 평균 RBC 비율인 297.3%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금융당국 권고 비율인 150%를 웃도는 수치다.

ABL생명 관계자는 “채권평가이익 시간 경과, 책임준비금적정평가(LAT) 준비금에 대한 가용자본 차감 비율 증가 및 신계약 물량 증가로 인해 RBC 비율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ABL생명은 자본건전성 강화를 위해 보장성보험 상품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이 큰 저축성 보험은 새 보험계약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건전성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ABL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381억1900만원으로 전체 초회보험료의 5.97%를 차지한다. 생명보험업계 평균이 16.14% 것을 고려하면 적은 수준이다.

ABL생명 관계자는 “올해 보장성 상품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증대할 것”이라며 “종신·보장성 상품 포트폴리오 강화, 유지율 개선 등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창의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보장성보험은 말 그대로 ‘보장’ 위주의 상품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보험 시장은 과거 저축성보험 위주의 성장과 과도한 금리 경쟁을 이어왔다”며 “저금리 기조 아래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사업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 전환(DT)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시예저치앙 대표는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ABL생명은 지난 1월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고객이 카카오톡 접속만으로도 보험 서비스 업무 및 채팅 상담을 받을 수 있는 ‘ABL 챗봇 서비스’를 오픈했다.

ABL 챗봇 서비스는 고객들이 콜센터를 통해 가장 많이 처리하는 △보험료 납입 △보험계약대출 △사고보험금 청구 △나의 정보 변경 등으로 구성됐다.

챗봇 서비스를 개시한 뒤 지난 4월부터는 전국 68곳 영업점의 대면 고객서비스를 종료하고 영업점 방문이 필요 없는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했다.

그중 하나인 화상서비스는 전문 상담원과 실시간으로 얼굴을 마주하며 원하는 업무를 편리하게 볼 수 있어 고객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또한, 고령화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헬스케어 서비스, 보험료 할인 등을 제공하고 있다.

ABL생명은 BMI(체질량지수), 혈압, 요단백, 혈색소, 간기능 수치, 흡연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건강 등급을 1등급에서 9등급까지 산출하고, 이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건강등급적용특약’은 지난해 말 생명보험협회로부터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배타적사용권의 사용기간은 지난달 22일까지였다.

배타적사용권은 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창의적 신상품에 대해 독창성, 진보성, 유용성 등을 평가해 3, 6, 9개월 등 일정 기간 동안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건강등급적용특약은 건강등급 산출을 위해 다양한 건강지표를 적용하고 의료이용기록을 활용하는 등 고도화된 건강등급 모형을 기반으로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창성과 진보성을 인정받았다.

은재경 ABL생명 상품&마케팅실장은 “이 특약은 고객의 실제 건강검진 결과와 의료이용기록을 토대로 매년 고객의 건강등급을 재산출해 보험료 할인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의 실질적인 건강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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