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따른 중고차업계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정부가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던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을 허용해줬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중고차 진출을 위한 밑작업에 분주하다.

특히 지난달 경기도 용인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 입주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최근 들려오면서 중고차업계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용인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는 약 6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70개의 매매상사가 입주하고 있어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뉴스락>은 엄태권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을 만나 중고차업계의 우려섞인 목소리를 들어봤다.

비밀스런 기존매매 단지 입점... 시장잠식 첫 발?

엄태권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엄태권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현대자동차가 기존 매매단지로 입주한다는 건 토끼굴에 호랑이가 들어온 것과 같다. 기존 상권에 대한 침탈이자 겁탈이다. 대기업 체급에 맞는 사업 영위가 아닌 기업윤리에도 반하는 행위다.

엄태권 조합장은 현대차가 기존 매매단지에 입주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엄 조합장은 무엇보다 시장잠식의 첫발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50여년 간 일궈온 업계의 무한한 노력에 금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 신차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중고차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은 시장잠식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차 시장이 연 평균 180만대(약 75조원) 규모인 반면 중고차 시장은 연 380만대(약 30조 원)로 판매량에 있어서 두 배에 이른다.

특히 5년 내 60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현대차 입장에선 탐낼 수밖에 없다.

다만 기존 업계와의 ‘상생’ 과제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이번 용인의 기존 매매단지 입주 계약을 두고 설왕설래다.

중고차업계는 현대차가 건물주에게 비밀유지서약까지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엄 조합장은 “용인 오토허브 매매단지나 현대차에 따르면 비밀유저서약을 써가면서 몰래 입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 매매단지에 입점하는 것이 업계의 반발과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을 예상했던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매매단지 입점이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했다면 비밀유지서약을 쓰지 않고 오히려 널리 알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내놓은 여러 입장과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입주 시설이 매장이 아닌 물류시설에 불과하다는 현대차의 입장을 두고 용인시에 자동차관리사업(매매업) 신규 등록한 사실을 봤을 때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특히 현대차가 취급하는 차량 조건과 품질검사 등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엄 조합장은 “주행거리 5~10만km의 신차에 가까운 차량만을 취급하면서 200가지의 품질검사를 통해 중고차 사업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부풀려진 광고에 가깝다”고 역설했다.

특히 “중고차보다 오히려 신차에서 품질에 대한 민원이 더 많다”며 “주행거리 5~10만km 차량은 이미 이용하면서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된 신차로 보는 게 맞고, 기존의 중고차업계도 품질검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 진출로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권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맞지만 현대차의 기존 매매단지 입점이 기존 상권 소비자 유입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재래시장에 대형마트가 입점한다는 것과 같고, 저도 가격이 비싸도 시장보다는 마트를 이용하는 편”이라면서도 “시장과 마트가 한 곳에 있다면 시장보다는 마트에 사람이 몰릴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보다 과한 중고차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대기업 진출 명분 돼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는 허위매물로 얼룩진 기존 중고차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보다 과장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극소수의 일부의 행위가 전체의 이미지로 비춰졌다는 것.

엄 조합장은 “유튜브에 많이 올라오는 허위매물을 취급하는 사람들은 단기간 돈벌이를 하기 위해 시장에 잠깐 거쳐가는 사람들로, 장기간 노력해온 우리 중고차업계에 편성해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업계 내에서 1%~2%의 극소수 불법행위들이 업계전반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더욱이 이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오히려 대기업의 진출을 위한 설계였다는 의구심도 내비췄다.

그는 “최근에는 대기업 진출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역홍보가 이뤄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현대차 중고차 진입 첫 단추, 갈등의 연속... '소통 부재'

사진=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제공 [뉴스락]
사진=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제공 [뉴스락]

10여년 간 닫힌 관문을 돌파해 올 하반기 시작될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이 첫 단추부터 갈등의 연속이다.

경기침체·고금리에 중고차 수요가 줄어든 시장불황과 기존 중고차업계와의 상생에 있어 계속해서 들려오는 잡음에 현대차 입장에서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상생을 위한 소통이 필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 조합장은 “업계와의 상생은 고사하고 현대차가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우리가 생때를 부리는 것 같이 비춰지고 있지만, 오히려 대화에 나서지 않는 것은 현대차 쪽”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음에 안들면 법적으로 해결하라며 듣는 귀를 닫고 있는 실정이라 답답한 심정”이라며 “자본을 기반으로 대형 로펌을 낀 대기업을 우리가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나, 돈이 없어 억울하게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아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후발주자들, 현대차 반면교사 삼길"

서울시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서울시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조합원들과 업계를 대변해 입장을 반드시 관철해 나갈 것

이제는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들도 알고 있다. 다만 최소한 기존 상권을 위협하는 행위만을 멈춰달라고 호소할 뿐이다.

엄 조합장은 “우리가 현대차의 진출을 막기위해 생때를 부리는 게 아니다”라며 “기존 단지 내 소상공인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를 멈춰달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완성차기업들의 중고차시장 진입도 점쳐지면서 업계의 근심은 이제 시작 단계다.

엄 조합장은 앞으로 진출하게 될 다른 대기업들이 현대차를 반면교사 삼아 상생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그는 “이번 현대차의 진출을 보고 후발주자들이 같은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한다”며 “최소한의 상생은 이뤄졌으면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현대차가 기존 매매단지가 아닌 단독 매장을 설립하라는 것은 억지 주장이 아니다”라며 “조합원들과 업계를 대변해 입장을 반드시 관철해 나갈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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