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코로나 팬데믹 2년차를 보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2분기를 기점으로 중간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대비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지난해 급작스럽게 보릿고개를 넘게 됐던 기업들은, 올해 각자의 생존 전략을 토대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나가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역시 코로나 팬데믹은 여전하다. 때문에 이번 2분기 실적은 기업들에게 상반기 전략을 복기하고, 하반기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지표로 삼을 수 있는 중요한 성적표다.

어수선한 시국 속 특히 국제 경제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정유·화학업계의 2분기 및 상반기 실적은 어땠을까. <뉴스락>이 살펴봤다.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전경.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신학철 LG화학 사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사진 뉴스락 편집.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전경.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신학철 LG화학 사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사진 뉴스락 편집.
◆ ‘실적 회복’ 화학업계, ‘친환경·탄소중립’ 잡아야 산다

지난해 저유가 흐름 속 최대 위기를 맞았던 화학기업들은 본업 회복세와 사업 다각화 전략을 토대로 2분기 및 상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SK에너지·SK종합화학 등 자회사를 통해 정유·화학 그리고 배터리사업(現 분사 결정)을 영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유가 및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 배터리 실적 호조로 2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55.9% 증가한 11조1196억원을,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4563억원 대비 +9628억원 상승한 5065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포함한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18조1789억원에서 올해 20조3594억원으로,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2717억원의 손실에서 올해 1조9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석유사업은 정제마진 하락과 더불어 유가 상승 폭이 작년 말 대비 축소함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감소로 전분기 대비 1830억원 감소한 23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미국·유럽 코로나 백신 접종 확산에 따라 수요 기대감이 오르면서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 제품 크랙이 상승했지만, 중질유 크랙 하락으로 정제마진이 전분기 대비 하락한 탓이었다.

다만 윤활유사업이 정유사 가동률 축소 등 타이트한 기유 수급 상황으로 인해 마진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전분기 대비 894억원 증가한 226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윤활유사업 부문 기준 역대 최고 분기 영업이익이다.

화학사업 영업이익은 PX(파라자일렌) 공정 정기보수 영향 등으로 판매 물량이 일부 감소하고 재고 관련 이익이 줄었으나, 아로마틱 계열 스프레드상승 등 마진 개선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496억원 증가한 1679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사업(가칭 SK배터리 주식회사)과 석유개발사업(가칭 SK E&P)을 분할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분할 출범하는 석유개발사업 부문은 SK그룹 차원에서 추구하는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실현을 위해 ‘카본을 그린으로(Green Transformation)’라는 그린 혁신 전략 실현에 집중한다.

석유가 탄소 발생 이슈가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 중요한 에너지원인 만큼, 오랜 기간 축적한 석유개발 사업 역량을 활용해 석유 생산 단계에서부터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고, 석유 정제 및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다시 지하 깊은 구조에 영구저장하는 그린 사업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시켜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보다 한 발 앞서 배터리사업을 떼어낸 LG화학은 2분기 매출액 11조4561억원, 영업이익 2조230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65.2%, 영업이익은 290.2% 성장한 수치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매출 21조1060억원, 영업이익 3조639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석유화학부문만 전체 실적의 절반이다. 매출 5조2674억원, 영업이익 1조3247억원을 기록한 석유화학부문은 신재생에너지, 위생 등 친환경 소재를 포함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개선이 더해져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첨단소재부문은 양극재 출하량 확대, 엔지니어링 소재 판가 상승 등을 통한 매출 성장 및 견조한 수익성 유지로 매출 1조2969억원, 영업이익 945억원을 기록했으며, 생명과학부문은 매출 2030억원, 영업이익 291억원으로 부문 기준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설립을 통해 배터리부문을 분할한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에서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 ESG 기반 신성장 동력에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의 분해로를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분해로로 전환하기 위해 기술 개발·적용 추진 ▲배출되는 탄소를 직접적으로 포집해 제품으로 전환하는 탄소 포집 및 활용(CCU)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매출 4조3520억원, 영업이익 59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62.3% 상승했으며, 영업이익은 1704.5%나 상승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2018년 이후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대산공장 폭발 사고에 따른 생산 차질 및 복구비용 투입에 손실을 기록했지만, 작년 말부터 공장이 재가동되고 올해 경기가 상대적으로 회복하면서 V(브이)자 반등을 이뤄냈다.

사측 역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친환경·위생소재를 비롯한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및 높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기초소재사업 내 올레핀 사업부문(매출액 1조8977억원, 영업이익 2710억원), 아로마틱 사업부문매출액 5946억원, 영업이익 522억원), 첨단소재사업(매출액 1조1823억원, 영업이익 1260억원) 등 전 분야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롯데케미칼은 탄소배출 저감 계획과 동시에 하반기 수소·헬스케어에 집중, 2030년까지 친환경 매출 6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지난 7월 발표한 ‘2030 수소 성장 로드맵’의 실행과 더불어 국내 최초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공장 신설,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시설 투자 등 신사업을 본격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OIL 울산공장 전경, 왼쪽부터 후세인 알 카타니 S-OIL CEO,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사진 뉴스락 편집.
S-OIL 울산공장 전경, 왼쪽부터 후세인 알 카타니 S-OIL CEO,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사진 뉴스락 편집.
◆ 작년 적자 정유업계, V자 반등…석유화학·수소 등 신사업 확장

정유업계 역시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주요 4사(SK이노베이션, 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총합 누적 적자 5조원을 넘겼지만, 올해 회복세와 함께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2분기 영업이익 5000억원을 넘긴 SK이노베이션에 이어, S-OIL 역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5710억원을 달성하며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2분기 매출은 6조711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배 가량 상승했으며 상반기 매출액은 12조558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의 70%를 차지하는 정유 부문은 정제마진이 하락했지만 작년 대비 수요 회복으로 휘발유, 경유 마진이 조금씩 상승하며 3.1%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S-OIL은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이 반기 영업이익의 58.8%(7057억원)를 차지하며 사업 다각화의 효과를 거뒀다. 특히 윤활기유의 매출 비중은 9.8%(1조1858억원)임에도 영업이익은 39.4%(4734억원)를 창출했다.

사측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던 것이 주효했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가 보릿고개를 넘던 지난해 2~3분기 S-OIL은 주요 생산설비의 정기보수를 단행하고, 2018년부터 5조원을 들여 완공한 신규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의 운영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이후 주요 생산설비는 가동 중단 없이 최대 가동 중이며, 안정화된 신규 시설로 비정유 부문 실적 상승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S-OIL은 3분기 글로벌 경제활동 활성화에 따른 정제마진 반등을 토대로 정유 부문의 실적 상승을 모색함과 동시에, RUC/ODC에 이어 석유화학 설비 및 비중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샤힌(Shaheen, 매)’ 프로젝트에 집중해 사업 다각화를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수소 연료전지 기업인 FCI 지분 투자를 비롯한 신사업 분야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7474억원, 영업이익 3792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67.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약 5000억원이 증가해 흑자전환했다. GS칼텍스 역시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구체적으로 정유 부문은 매출 6조403억원, 영업이익 1343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3.8%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1조3013억원, 영업이익 85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45.1%, 221.4% 증가했고, 윤활유 부문은 매출 4058억원, 영업이익 1592억원으로 각각 53.1%, 188.2% 늘었다.

GS칼텍스도 견조한 정유 부문 실적과 함께 석유화학, 윤활유 등 전 사업 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하며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경기 회복세로 인해 3분기 정제마진 완화가 전망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속도가 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유업계에선 사업 다각화 움직임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GS칼텍스는 최근 여수공장에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증설하며 석유화학 사업 확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유 정제 후 부산물인 에탄 등을 원료로 사용해 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인 MFC는, 현재 시험 가동 중이며 올 하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에틸렌 75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친환경 관련 신사업 확대뿐만 아니라,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 진출을 위해 카카오모빌리티 등 이종기업과 손잡으며 거시적인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 번째 IPO(기업공개) 도전을 준비 중인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7511억원, 영업이익 2657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동기 대비 93% 상승,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은 20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영업이익만 6785억원으로 이미 지난 한 해 영업이익을 넘겼으며,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전망되고 있다.

IPO를 앞두고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완전한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85% 수준인 정유 부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5%로 낮추고,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블루수소 등 3대 친환경 미래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5%까지 높인다는 내용의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에는 석유제품 탱크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현대오일터미널의 지분 90%를 매각(약 1800억원)해 자금을 마련하고, 올해 11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HPC(중질유 석유화학 시설)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납사, 부생가스 등을 원료로 폴리에틸렌 연간 85만톤, 폴리프로필렌 50만톤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또, 지주사 현대중공업 차원에서 ‘수소 생태계’를 조성,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톤을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보유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 정제마진 상승 등 실적 상승 요인 속 정유업계의 탈(脫)석유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하반기 수익 확대를 통해 향후 5~10년 사이 정유업계가 신사업 확대에 매우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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