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부산 해운대 엘시티 건축현장에서 지난 2일 추락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85층 초고층 건물의 위용이 위협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엘시티 복합개발사업의 주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서 이행해야 할 안전교육을 두 번이나 실시하지 않아 2016년과 2017년 연이어 두 차례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주상복합 아파트 더샵 센트럴시티 신축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안전고리 미착용으로 추락해 사망했으며, 지난 7일에는 송도 센토피아 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지반 침식으로 펌프 차량이 전복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앞서 언급한 사고들은 모두 포스코건설이 주 시공사인 건축현장에서 발생했다. 올해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한 시공사에서만 6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는 과연 우연일까.

◇ 다단계식 하도급 구조 그리고 안전관리 시스템 부재

업계 전문가들은 포스코건설로부터 시작된 다중 하청계약이 공사과정 내 소통의 부재 그리고 안전관리 시스템의 부재가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 구조상 많은 일들을 시공사 혼자 할 수 없어 하청업체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다중 하청계약과 책임 떠넘기기로 인해 안전교육 미이수, 안전장비 미점검 및 사고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해운대 엘시티 건축공사 역시 주 시공사인 포스코건설로부터 620억원에 외부벽면 마감공사를 수주 받은 A사, A사와 안전작업발판 구조물 관련 계약을 체결한 B사,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지지하는 앵커를 설치한 C사, 구조물 설치 및 이동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을 공급한 D사 등 6개의 회사가 복잡한 하청구조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가 이렇다보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앵커에 대한 책임이 어느 회사에 있는지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엘시티 사고 담당 경찰은 우선적으로 사고 원인 수사를 진행한 뒤, 원인이 밝혀지면 관련 법률을 검토해 사고를 유발한 책임자를 엄중 처벌한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축사협회 정책법제팀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정부기관과 시공사가 건축 관련 협약을 맺을 당시에는 조건과 기준을 충족해 등록된 관계전문기술자만이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면서 등록·미등록에 대한 감시 및 검증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술력 미흡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보건공단 건설안전실 관계자 역시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장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공단 입장에서는 여러 하청계약이 생길 경우 현장감독 당시 실제 작업내용 및 작업자 수가 다른 경우가 있다”며 다중 하청계약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어제오늘이 아닌 포스코건설의 하청업체 갑질·관리 논란

포스코건설 하청계약의 문제는 다중계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유독 포스코건설은 하청업체와의 불화가 잦았다.

2015년 포스코건설은 제주도가 발주한 애월항 내 LNG기지 부지조성공사를 수주해 수중공사와 토공사 업무를 우창해사에 하청했다.

수중공사는 바다에 토사가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안벽을 사석과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조성하는 공사이며 토공사는 안벽 안에 토사를 부어 매립하는 공사를 말한다.

하지만 우창해사는 공사가 완료됐음에도 수중공사 기성금과 지연이자 5억5100만원, 환경관리비와 지연이자 1억4500만원, 토공사비 중 3억9800만원 등 10억9600만원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우창해사 관계자에 따르면, 우창해사는 매립을 위해 당초 토사 계약물량인 66만1548㎥를 투입했지만 포스코건설에서 8만8784㎥가 더 필요하다며 추가매립을 요구했다고 한다.

우창해사가 사용한 토사가 다지지 않은 자연상태의 토사이기 때문에 계약물량을 투입했다하더라도 매립 공정의 87% 밖에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우창해사 측이 계약물량이 덜 반입돼 토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바닷물을 차단하는 콘크리트 안벽 공사를 다 마치기 전에 포스코건설이 준공 차질을 이유로 무리하게 매립작업을 지시해 토사가 바다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항변하자, 포스코건설은 토공사 매립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우창해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2017년 2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 주기적으로 제소했으나 공정위 측에서는 ‘포스코건설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느냐’는 무책임한 답변만 듣고 있다”고 호소했다.

우창해사는 최초 소장 접수일인 2017년 3월부터 현재까지 포스코건설과 지리멸렬한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인 올해 2월 예정됐던 변론일은 포스코건설 측의 변경요청으로 인해 3월 중으로 미뤄진 상태다.

포스코건설의 하청업체 관리문제는 지난 1월 발생했던 포항제철소 질식사 사고에서도 드러났다.

올 1월 25일 오후 4시경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2공장 냉각탑에서 충전재 교체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직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사 했다.

해당 공장은 지난 2013년에도 비슷한 사고로 하청업체 직원 2명이 숨진 바 있어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질소는 무색, 무취, 무독해 흡입할 경우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게 돼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관리가 특히 중요한 만큼, 경찰은 당시 관리 및 감독을 맡은 포스코 직원과 하청업체 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직원에 대한 안전관리규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기술적인 부분과 관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책임자를 찾는 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연구까지 함께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경찰과 협의 중이라 자세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이 달 중순부터 조사결과 공식발표 날짜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포항제철소 사망사고 후 재발방지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 

지난 1월 발생한 포항제철소 질식사 사고에 대해 당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사망한 하청업체 직원 4명의 빈소를 찾아 “사고수습대책반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 2개월 후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또 사망했다.

그리고 또다시 이달 2일 새로 부임한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과 임직원들은 유족들에게 사과하며 “사고가 수습되고 사고원인이 파악되는 대로 현장의 안전관리지침과 설비를 전면 재점검해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반복해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발생한 사고들에 대한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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