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기아차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내수 판매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있어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19일 주식 시장에서는 미국 현대·기아차의 에어백 결함 사망 사고 소식에 현대·기아차의 주가가 출렁거리고 있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현대·기아차 모델에서 발생한 ZF-TRW의 에어백 작동 불량으로 인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전수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은 현대의 2011년형 소나타 중형차와 2012년 2013년형 기아 포르테로 총 42만대 규모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5월 조사에 들어간 국토교통부가 현대차의 주력 모델인 아반떼MD 1.6감마GDI 엔진에 대한 제작결함에 대해 이달 중으로 리콜 진행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현대자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 안방서도 해외에서도 외면받는 현대·기아차...곤두박질 치는 실적

현대·기아차가 외형 확장을 위해 주도적으로 내세운 신차들은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이미 일부 차종은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현대차 위기는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지난 16일 진행된 현대차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중국 시장의 유례없는 판매 실적 악화 및 미국, 아중동(아프리카·중동) 사업 부진 등으로 인해 IMF 사태 이후 사업 계획 대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4조원대로 감소했다. 이는 IFRS(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된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글로벌 판매량은 직전년도에 비해 6.4% 감소한 450만6527대를 기록했다. 국내 판매는 68만8939대로 전년 대비 4.6% 늘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381만7588대만 팔려 같은 기간 8.2%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는 755만대(현대차 467만5000대, 기아차 287만5000대)다. 지난해 목표였던 825만대보다 70만대가량 준 수치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이 계속되자 목표치를 낮춰 잡았다.

올해 들어서도 판매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월에 비해 감소했다. 두 회사 모두 국내 보다 해외 판매가 더 부진했다. 현대차는 국내와 해외 판매를 합친 전체 판매량이 8.1% 감소한 31만148대를 기록했다. 국내는 5.5% 감소한데 비해 해외는 8.6% 줄었다. 기아차도 지난달 전체 판매량이 19만5962대로 전년 동월에 비해 9.1% 감소했다. 국내는 5.5% 감소한 3만7005대 해외는 9.9% 감소한 15만8957대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현대차는 현지에서 3만5595대의 승용차를 판매해 전년 동월에 비해 판매량이 45% 급감했다. 베이징현대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평균 3.43%에서 지난달은 2.52%로 1%포인트(p) 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2월 4.48%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미국 역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는 68만4401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9.4% 감소했다. 회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제네시스는 같은 기간 17.6% 판매량이 급감했다. 국내에서 단종된 제네시스 쿠페 판매량을 포함한 수치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한미 FTA 개정협상도 현대차에게 부담요인이다. 미국은 직접적으로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분야에 대해 불공정 무역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목했다. 현재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는 자동차 부문이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한미 FTA 체결 이전 자동차 분야의 양국 관세는 한국 8%, 미국 2.5%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기준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77만5000대로 이 중 현지 생산이 아닌 수입차 비중은 37.7%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64만8000대의 현지 판매 중 36.7%를 수입해 미국에서 판매했다.

◇ ‘PYL’ 실패에 아슬란 단종 잔혹사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는 ‘가성비 좋은 준중형’이란 이미지로 박혀있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스테디셀러 차종은 ‘소나타·아반떼·투싼·스포티지’ 등으로 준중형 세단·SUV 등으로 국한됐다.

현대차는 한정된 타깃층을 확장하기 위해 신차 라인업 확충과 브랜드 통합을 병행했다. 대표적인 것이 ‘PYL’ 프로젝트다. PYL은 ‘Premium Younique(You와 Unique의 합성어) Lifestyle’의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현대차는 2011년 쿠페형 모델인 벨로스터와 함께 해치백 모델인 i30, 왜건형 모델 i40 등으로 젊은 고객층을 중점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 프로젝트 PYL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들 차종은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벨로스터는 출시 첫해 1만946대 판매됐지만 이후 매년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2년 4979대, 2013년 2927대, 2014년 1780대, 2015년 1360대, 2016년 634대에서 지난해는 고작 206대가 팔렸다.

i30와 i40 역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i30는 2012년 1만5393대에서 2013년 1만409대, 2014년 6644대, 2015년 3262대, 2016년 2263대로 매년 판매 감소폭이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했다. i40는 2012년 1만339대에서 다음해 5820대로 반토막 난 뒤 이후 판매가 줄어 지난해는 국내에서 312대만 출고됐다.

이들 제품의 판매 부진 배경으로 업계는 동급 차량과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비쌌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출시 당시 가격이 1810만원에서 2030만원이었던 벨로스터 1.6Gdi는 배기량 1591cc에 최대출력은 140마력, 연비는 리터당 12.4~13.3㎞였다. 배기량과 최대출력이 같은 세단 모델인 아반떼 1.6이 연비는 리터당 14㎞로 벨로스터보다 높았다. 반면 가격은 벨로스터에 비해 최대 400만원 가량 저렴했다.

i30와 i40도 각각 동급 제원으로 평가받던 아반떼와 소나타2.0에 비해 성능은 떨어졌지만 가격은 비쌌다. PYL 프로젝트의 국내 실패는 가성비로 유명한 현대차가 마케팅에 몰입해 실패했다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아슬란도 현대차가 지우고 싶은 실패 사례다. 아슬란은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를 대신해 전륜 대형 세단 포지션으로 나온 차종이다. 프리미엄 세단이란 콘셉트로 제작돼 법인차 시장을 타깃으로 나왔다. 출시 당시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시장뿐 아니라 독일 고급 세단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형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슬란은 2014년 출시 3개월 동안 2551대가 팔려 목표치 6000대를 밑돌았다. 2015년은 연간 8620대가 팔린데 그치더니 2016년은 2246대, 지난해는 438대로 급감했다. 결국 출시 3년 2개월만인 지난해 말 단종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