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 6월 조기 대선으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숨 가쁘게 달려온 새 정부가 국정감사를 마무리 짓고 미뤄왔던 금융공기업 수장 교체 작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금융권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과 새 정부 사이의 불편한 동거, 혹은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리더십 공백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등 핵심 정책금융 기관장들은 '실적'보다는 '국정 철학 공유'라는 새로운 시험대 위에 섰다.
특히 이번 인사는 단순한 수장 교체를 넘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금융 기조인 '생산적 금융'과 '부채 탕감' 등을 수행할 '코드 맞추기'와 기존 관료 중심의 인사 관행을 깨는 새판 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락>이 멈춰있던 인사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지금, 운명의 갈림길에 선 금융공기업 CEO들의 현주소와 교체 기류를 진단했다.
![왼쪽부터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황기연 수출입은행 은행장.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9843_108646_3111.png)
'관료 불패' 이번엔 깨지나...공모 돌입에 '관가 술렁'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9843_108641_209.png)
지난 11월 10일 임기가 만료된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후임 인선 절차가 본격화됐다.
예보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가동하고 오는 24일까지 사장 후보 지원서를 접수한다.
유 사장은 현재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임기 만료 후에도 직무를 수행 중이지만 금융권에서는 그의 교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역대 예보 사장은 기획재정부 차관이나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 고위 관료 출신들이 독식해 온 자리다.
유 사장 역시 행시 26회 출신으로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친 전형적인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인사였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 현 정부가 관료 중심의 엘리트 카르텔 타파를 강조해 온 만큼 이번 예보 사장 인선에서 관료 불패 공식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마평은 엇갈린다. 금융위 1급 인사 마무리와 함께 물러난 관료 출신들이 여전히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철학을 뒷받침할 학계 출신이나 캠프 출신 인사가 파격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부 출신 발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 내부 출신 수장들이 성과를 내온 흐름에 맞춰 조직 안정을 위해 내부 승진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보 관계자는 "사장 선임은 서류 심사와 다음 달 초 면접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라며 "이번 인사는 새 정부의 금융공기업 인사 기준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식물 CEO 끝낸다...사상 첫 내부 승진 기대감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9843_108640_1713.png)
신용보증기금은 최원목 이사장의 임기가 이미 지난 8월 끝났음에도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3개월 넘게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최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전 정권의 경제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해 온 대표적인 관료 인사다.
이 때문에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교체 1순위로 거론됐으나 정부 조직 개편설과 맞물리며 인선이 하염없이 미뤄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구성만 해놓고 개점휴업 상태였던 신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조만간 공모 절차를 재개할 전망이다.
이번 인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신보 역사상 첫 내부 출신 이사장의 탄생 여부이다.
그동안 신보 이사장 자리는 기재부나 금융위 출신 고위 관료들의 퇴직 후 지정석으로 여겨졌다.
현재 신보 내부는 준비된 인재들로 채워져 있다는 분석이다.
신보 2인자 이주영 전무이사를 필두로 염정원(경영지원)·채병호(신용사업)·김승관(경영기획) 상임이사 등 쟁쟁한 내부 출신 임원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특히 이주영 전무는 비서실장과 경영기획부 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정무 감각과 실무 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염정원 이사는 신보 첫 여성 상임이사라는 상징성을, 채병호 이사는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조직 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 내부 승진 기류가 감지되는 것은 신보에도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다만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나 싱크탱크 출신 인사들이 보은 인사 차원에서 내려올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300조' 국민연금, '재정 안정' 김태현 지우기...'개혁 파트너' 낙점 초읽기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9843_108642_253.png)
금융공기업 인사의 '태풍의 눈'은 단연 국민연금공단이다.
1300조 원에 달하는 기금을 굴리는 자본시장의 큰손이자 이재명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연금개혁을 최전선에서 지휘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임기가 만료된 김태현 전 이사장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대표적인 '모피아(기재부 출신)' 인사로 재임 기간 내내 재정 안정을 우선시하며 야당(현 여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새 정부는 김 이사장 퇴임 직후 임원추천위원회를 가동해 지난 5일까지 차기 이사장 공모를 마쳤다.
현재 서류 심사와 면접이 진행 중인 가운데 관가에서는 이번 인선이 '기재부(재정 논리) 대 복지부(보장성 강화)'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 후보군은 크게 '복지·학계 전문가'와 '자본시장 전문가'로 나뉜다.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수석을 지낸 그는 이재명 정부의 복지 철학인 '소득 보장 강화'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온 인물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정책 이해도가 높아 준비된 이사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본시장 전문성을 갖춘 홍성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하마평도 무성하다.
대우증권 사장 출신인 홍 전 의원은 실물 경제와 정치 감각을 두루 갖췄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강조했던 만큼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한 구원투수로 낙점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임 김태현 이사장이 기재부 출신으로 '수익성'과 '재정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면 차기 이사장은 '사회적 합의'와 '공공성'을 중시하는 인물이 될 공산이 크다"며 "특히 국회와의 소통 능력이 연금개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개월 공백 깬 수은, 선택은 '내부 승진'...황기연 체제 출범
![황기연 수출입은행 은행장.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9843_108643_2718.png)
인사 태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한국수출입은행은 가장 먼저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7월 윤희성 전 행장 퇴임 후 3개월간 이어진 수장 공백이 황기연 신임 행장의 선임으로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관가의 예상을 깬 깜짝 발탁으로 평가받는다.
당초 기획재정부 등 관료 출신이 내려올 것이란 관측과 달리 수은은 전임 윤 행장에 이어 '2연속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하며 전문성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황 행장은 1990년 입행해 35년간 수은에 몸담은 정통 수은맨이다.
기획부장, 인사부장, 남북협력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직전까지 상임이사로서 리스크 관리와 디지털 금융을 총괄해왔다.
금융권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국책은행 인선에서 '낙하산' 논란을 피하고 '실무형 리더'를 중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앞서 산업은행 회장에 내부 출신인 박상진 회장이 취임한 데 이어 수은까지 내부 승진이 이어지면서 정책금융기관에 전문가 우대 기류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황 행장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행장 공석 기간 동안 비어있던 4석의 부행장급 임원 인사를 통해 어수선한 조직을 빠르게 재정비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갈등 심화와 고환율 등 불확실한 무역 환경 속에서 수출 기업을 지원하고 첨단 전략산업 금융을 확대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수은 관계자는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황 행장의 취임으로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게 됐다"며 "곧바로 조직 쇄신과 글로벌 리스크 대응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