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금융권 인사 태풍이 은행과 증권가를 지나 보험업계에 상륙했다.

IFRS 17 도입 2년 차, 주요 보험사 CEO들은 역대급 실적이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이 '장부상 이익'이 곧 CEO의 '경영 능력'과 동일시 될 수 있는 지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CSM 확보를 위한 '단기 실적주의'와 출혈 경쟁에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숫자 뒤에 숨은 질의 문제가 연임의 핵심 잣대로 떠오른 것이다.

<뉴스락>이 연임 시험대에 오른 주요 보험사 CEO들의 '진짜 성적표'를 짚어봤다.

왼쪽부터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황문규 미래에셋생명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뉴스락 편집]
왼쪽부터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황문규 미래에셋생명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뉴스락 편집]

'비은행 1위' 이영종, 'CSM 정체'라는 치명적 그림자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뉴스락 편집]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뉴스락 편집]

올해 12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가 연임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통합 신한라이프의 영업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며 그룹 내 '비은행 1등 공신'으로 등극한 인물이다.

실제로 신한라이프의 3분기 누적 순익은 5145억 원으로 신한카드(3804억 원)를 1300억 원 이상 제치며 그룹 비은행 1위 계열사로 올라섰다.

이 대표는 통합 직후 어수선했던 영업조직을 '단기납 종신보험' 드라이브로 안정시켰고 GA채널 매출을 업계 5위권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실적 뒤에는 무리한 영업과 '저수익성'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업계에서는 매출 증대를 이끈 단기납 종신보험이 환급률이 높아 실제 수익성은 낮은,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품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주력으로 판매한 건강보험 역시 손해보험사와의 과열 경쟁으로 '무리하게 특약을 탑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저수익성' 영업의 결과는 IFRS 17의 핵심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성장세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신한라이프의 CSM은 2023년 말 7조 1687억 원에서 2024년 7조 2241억 원, 2025년 3분기 7조 2621억 원으로 성장세가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낮아 CSM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매출효율성이 떨어져 실적에 대해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룹 비은행 1위'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작년 진옥동 회장이 자회사 CEO를 대거 교체한 '세대교체' 기조가 변수로 남아있다.

'흑자전환' 남궁원, '연임 0회' 흑역사 깰까… '0.4%' 존재감이 발목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뉴스락 편집]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뉴스락 편집]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가 '연임 0회'라는 흑역사를 끊어낼지 주목된다.

남 대표는 지난해 말 8개 계열사 중 유일하게 신규 추천된 인사로 하나금융의 '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하는 특명을 받고 투입됐다.

성과는 뚜렷하다. 2023년 55억 원의 순손실을 냈던 하나생명을 1년 만인 2024년, 124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시켰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6%나 급증했다.

이는 수익성 높은 보장성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부동산 PF 등 위험자산을 축소한 체질 개선의 결과다.

하지만 이 '흑자 전환'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 대표의 연임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너무나 미약한 몸집이 치명적인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올해 3분기 기준 하나생명이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4% 수준에 불과하다.

총자산 기준 생명보험사 22개 중 19위로 최하위권이며 시장점유율은 0.7%에 그친다.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신한라이프(4위), KB라이프(7위)는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후발주자인 우리금융조차 동양생명 등을 인수하며 단숨에 6위 규모로 올라섰다.

결국 '안정'이냐 '또 다른 도전'이냐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선택에 달렸다.

2013년 하나생명 재출범 이후 단 한 명의 CEO도 연임에 성공하지 못한 '연임 0회'의 흑역사 가 이번에도 이어질지 흑자 전환의 성과가 이 징크스를 깨뜨릴지 주목된다.

'초고속 승진' 황문규, '영업통' 실적으로 연임 '청신호'

황문규 미래에셋생명 대표. [뉴스락 편집]
황문규 미래에셋생명 대표. [뉴스락 편집]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황문규 미래에셋생명 각자대표가 최근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사실상 연임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 11월 전무로 승진한 지 불과 1년 만의 파격 승진으로 임기 만료 5개월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룹의 강력한 신임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황 대표의 경영 성과에 대한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인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업통'으로 꼽히는 황 대표는 2023년 3월 각자대표 선임 후 영업 부문을 총괄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미래에셋생명은 2024년 당기순이익 136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4.2% 증가했고 영업 실적의 핵심 지표인 연납화보험료는 86.9%라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 상반기 역시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6% 증가한 755억 원, APE는 14.3% 성장한 2963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성장세는 변액보험과 보장성보험 중심의 '투트랙'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부사장 승진이 미래에셋생명의 영업 전략과 성장 비전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담긴 인사로 풀이하고 있다.

'역대급 실적' 구본욱, '본업 약화'가 연임 변수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뉴스락 편집]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뉴스락 편집]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는 '역대급 실적'과 '본업 수익성 약화'라는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B금융 편입 이후 첫 내부 출신 대표라는 상징성 과 2+1년 연임 관례 에 힘입어 연임이 긍정적으로 점쳐지지만 최근 하락하는 보험손익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구 대표는 취임 이후 고객 중심과 성과 중심을 기치로 조직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장기보장성 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 과 AI 시스템 도입 등 CX 혁신을 이끌었다.

그 결과 KB손보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순익 8359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중 실적 1위를 차지하는 등 '혁신의 2년'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 이면에는 '본업 경쟁력 약화'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76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지만 이는 '본업'인 보험손익이 아닌 '투자손익'으로 거둔 성과다.

같은 기간 투자손익은 미국 국채금리 하락 등으로 173.4% 폭증했지만 정작 핵심인 보험손익은 65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나 급감했다.

이는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동시에 상승한 탓이다.

특히 3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1.5%까지 치솟으며 3분기 전체 순이익(2088억 원)이 전분기 대비 14.7% 감소하는 데 직격탄이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는 내부 출신 리더로 조직 안정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면서도 "최근 손해율 부담이 확대되고 있어 4분기 실적 흐름이 연임 판단의 사실상 마지막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적 적자 1900억' 배성완, 체질개선 성과 관건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 [뉴스락 편집]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 [뉴스락 편집]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의 연임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장기보험 중심의 체질 개선 성과에도 불구하고 5년간 1900억 원대에 달하는 누적 적자와 더딘 실적 회복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하나손보의 적자 규모는 심각하다. 2022년 506억 원, 2023년 879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배 대표는 지난해 1월, 삼성화재 출신의 영업 전문가로 파격 영입돼 손실 폭을 2024년 280억 원, 올해 상반기 162억 원으로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그는 디지털과 자동차보험에 집중됐던 포트폴리오를 장기보험 중심으로 재편하는 체질 개선에는 성과를 냈다.

실제 장기보험 원수보험료 비중은 47.2%까지 확대돼 처음으로 자동차보험 비중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 체질 개선이 '실적 턴어라운드'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그룹의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기 체제'의 핵심 방향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내세웠지만 하나손보는 그룹의 최대 약점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손보에 누적 57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으나 하나손보는 여전히 미미한 그룹 내 기여도로 실적 반등의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나금융이 공식적으로 밝힌 하나손보의 흑자전환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계속되는 만큼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체질 개선 성과를 어떻게 평가받느냐가 배 대표 연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메리츠화재 1위 실적에도…김중현 대표 연임, 악성 이슈가 변수로 부상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뉴스락 편집]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뉴스락 편집]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가 상반기 업계 1위 실적에도 불구하고 연임 장담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내부 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수사 등 악성 이슈가 이어지며 조직 신뢰도에 타격을 준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 누적 순이익 9873억 원을 기록해 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화재(9539억 원)를 334억 원 앞지르며 깜짝 1위를 달성했다.

자산 규모가 삼성화재의 절반 수준(메리츠 44조 원, 삼성 86조 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수익성 지표에서도 메리츠화재는 상반기 말 기준 ROA 4.50%, ROE 34.48%를 기록해 삼성화재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익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거진 각종 부정적 이슈가 연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 계열에서 잇따라 제기된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과 내부통제 미비 논란은 그룹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와 제재 가능성이 커지며 ‘성과주의 인사’라는 그룹의 기조에도 변수가 생겼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그동안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을 앞세워 적자 상품 축소, 장기보장성 포트폴리오 강화, 비용 효율화 등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은 인정한다.

IFRS17 도입 환경에서 메리츠화재가 높은 수익성으로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도 김 대표의 전략적 방향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적이 전부가 아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악성 이슈는 단순한 사고성 사건이 아니라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조직 관리 체계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문제”라며 “그룹 이미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연임 여부가 이전처럼 단순히 실적만으로 결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중현 대표의 연임은 성과와 리스크가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악재가 길게 이어질 경우, ‘1등 보험사 도약’이라는 성취가 오히려 인사 리스크와 함께 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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