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증권가를 휩쓴 인사 태풍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2편은 '그룹의 청사진'이 CEO의 운명을 좌우하는 지주사 및 그룹 계열 증권사들을 조명한다.
이들의 연임은 단순한 실적 수치를 넘어 모그룹 회장의 '신임도'와 그룹 전체의 '인사 구도'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다.
KB증권·하나증권처럼 '그룹 핵심 미션'을 부여받아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CEO, IBK·교보증권처럼 '모그룹 인사 재편'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운 CEO, 그리고 대신증권처럼 '장기 집권'을 마치고 '세대교체'의 수순을 밟는 CEO까지 이들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결국 이들은 '그룹 전략'이라는 더 큰 파도 위에서 '실적'과 '신뢰'를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뉴스락>은 그룹의 큰 그림 속에서 각자의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인 이들 CEO의 현주소와 변수를 분석했다.
![왼쪽부터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대신증권 오익근 대표,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9297_108119_5441.png)
'6년 장수' 김성현 '실적' 이홍구, '양종희 안정론'에 연임 무게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9297_108113_2929.png)
올해 연말 KB증권은 IB와 WM을 이끄는 김성현, 이홍구 각자대표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된다.
실적은 두 대표 모두 합격점이나 특히 '장수 CEO'인 김성현 대표의 6연임 여부가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홍구 대표가 이끄는 WM부문은 상반기 영업이익 4589억 원을 기록, KB증권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총자산도 70조 원을 넘기는 등 경쟁력 강화를 입증해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관건은 2019년부터 7년간 대표직을 수행한 김성현 대표의 거취다.
김 대표가 이끈 IB 부문은 상반기 영업이익 25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했다.
특히 올해 IPO 주관 실적은 2조 245억 원으로 2위 NH투자증권(8187억 원)을 일찌감치 따돌리며 1위가 유력하다.
부동산 PF 역시 중후순위 비중이 낮아 리스크 관리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압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장기 집권에 따른 세대교체 요구 와 KB금융 출신이 아니라는 '외부 출신' 꼬리표 는 연임의 불안 요소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 모든 변수를 뛰어넘는 핵심 요인은 그룹의 전략이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내년이면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임기 3년 차에 접어든다.
그룹 실적 안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은행을 제외한 계열사 중 실적 기여도 2위를 기록 중인 KB증권 수장을 교체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오히려 그룹 내 신뢰는 더 두터워진 모습이다.
김 대표는 최근 그룹의 핵심 아젠다인 '생산적금융 협의회' 의장직을 맡았다.
이는 그룹 내 IB 전문가로서 김 대표의 전문성을 인정한 것으로 '외부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상쇄하고 '그룹 안정론'에 힘을 싣는다는 분석이다.
'경영능력 입증' 강성묵, 초대형 IB로 연임 쐐기 박나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9297_108114_313.png)
올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경영 능력을 입증한 CEO로 평가받는다.
2023년 취임 당시 부동산 PF 손실로 3187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나 강 대표는 체질 개선에 착수해 1년 만에 2251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실적은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 등으로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강 대표가 임기를 이어갈 '황금열쇠'로 초대형 IB 인가를 꼽는다.
초대형 IB 인가는 단순한 신사업 진출을 넘어 부동산 PF에 치우쳤던 하나증권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제로 평가된다.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해지면 그룹의 숙원인 비은행 부문 강화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증권은 자기자본 6조 원을 달성해 인가 기준을 충족했으며 금융감독원의 실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인가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번 초대형 IB 인가에 성공할 경우 강 대표는 연임은 물론 그룹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종투사 일군 오익근 용퇴...정통 대신맨 진승욱, 세대교체 바통
![대신증권 오익근 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9297_108115_3734.png)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대신증권은 세대교체를 택했다.
2020년부터 3연임에 성공한 오익근 대표가 물러나고 그 자리를 진승욱 부사장이 이을 것으로 내정됐다.
오익근 대표의 성과는 작지 않았다.
재임 기간 중 자기자본 3조 원을 달성해 지난해 말 숙원이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받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신증권의 목표인 IB 사업 확대에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종투사 전환에 힘입어 올 상반기 실적도 고공행진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 증가한 1745억 원을 기록했으며, IB와 WM 부문 모두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대신증권이 대표 교체에 나선 것은 '세대교체'의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익근 대표는 1963년생으로 다른 증권사 대표들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라며 "이미 3연임을 지속해 내부적으로는 교체 시기가 됐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차기 대표로 내정된 진승욱 부사장은 대신증권에 입사해 경력을 쌓은 정통 '대신맨'이다.
대신자산운용 대표이사를 거쳐 최근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 선임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진 부사장의 가장 큰 과제는 종투사가 된 대신증권을 '초대형 IB'로 체급을 높이는 일이 될 전망이다.
실적 반등에도 교체 '관례'... 은행장 영전설 '솔솔'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9297_108116_4236.png)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2년 임기 후 1년 연장'이라는 관례를 깨고 3년 임기를 모두 채웠으나 IBK투자증권 설립 이후 대표가 두 번 연임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2023년 3월 취임 당시 금리 인상 여파로 반 토막 난 실적을 회복해야 하는 중책을 안았다.
취임 후 부동산 PF 투자가 막힌 상황에서 정통 '은행맨' 출신답게 모회사인 IBK기업은행과의 시너지 확대에 주력했다.
실적은 반등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681억 원에서 2024년 956억 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부동산 PF 충당금과 랩·신탁 손실보상금 여파로 순이익은 횡보세를 보였다.
'중소기업 특화'라는 강점을 살리려 했으나 중소기업 IPO 실적이 저조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서 대표의 연임보다는 교체에 무게를 두면서 오히려 그의 다음 행선지로 IBK기업은행장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서 대표는 기업은행뿐 아니라 여러 자회사 경험이 있어 행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IBK투자증권의 인사는 모회사인 IBK기업은행장 선임이 이뤄진 뒤 후속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4연임' 박봉권, 실적은 '합격'... '모그룹 인사태풍'이 변수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9297_108117_4643.png)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는 '4연임'이라는 고지를 앞두고 있다.
2020년 3월 선임된 이후 6년째 교보증권을 이끌고 있는 장수 CEO다.
박 대표는 교보생명에서 자산운용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증권 대표로 부임한 '그룹맨'으로 신창재 회장을 비롯한 그룹 차원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증권이 통상 대표를 오랜 기간 중용하는 기조가 강하다는 점도 연임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성과는 압도적이다.
박 대표가 총괄하는 IB 부문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 폭증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WM 부문 역시 거래 대금 확대로 전년 대비 52% 증가한 24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9년까지 종투사 지정'이라는 그룹의 핵심 과제도 순항 중이다.
교보생명은 박 대표 취임 이후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지원했으며 이에 힘입어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은 2019년 9600억 원 수준에서 올 상반기 2조 1000억 원까지 늘어났다.
다만 '변수'는 외부에 있다.
1963년생인 박 대표는 증권업계 수장 중 연령대가 높아 세대교체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올해 연말 모회사인 교보생명의 부사장급 3명(지속경영지원실장, 자산운용담당, 채널담당)이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핵심 변수다.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인사 재편이 이뤄질 경우 교보증권 CEO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