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금융권의 인사 태풍이 이제 은행권을 넘어 증권가로 확산되고 있다.
연말과 내년 초를 기점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연임’과 ‘교체’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동안 이익 반등과 증시 회복세에 힘입어 실적면에서는 대부분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내부통제 부실과 영업 리스크 관리 같은 ‘신뢰’의 영역에서는 아직 완전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CEO 연임 심사 시 ‘내부통제 시스템’과 ‘조직 문화 건전성’을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서, 단순히 실적이 좋다고 해서 연임이 보장되는 구조는 아니다.
결국 각 CEO들은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라는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복합적 시험대 위에 올랐다.
한편에서는 올해 새로 취임한 신임 CEO들이 체질 개선과 내부 개혁이라는 장기 과제를 안고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연임을 노리는 현직 CEO들이 ‘성과의 지속 가능성’과 ‘신뢰 회복’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뉴스락>은 지금 이 시점, 엇갈린 입장에 놓인 주요 증권사 CEO들의 현재 좌표와 연임 가능성,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변수들을 집중 분석했다.
![(왼쪽부터)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8863_107916_4123.png)
'반기 1조'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생존' 걸린 IMA 숙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8863_107905_4711.png)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의 연임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조 원을 달성하는 '반기 1조 클럽'을 이끈 압도적인 실적이 뒷받침된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역대급 실적' 이면에 숨겨진 'IMA 인가' 문제로 쏠린다.
김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배경에도 이 숙제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깔려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본 조달의 핵심 창구로 발행어음을 활용해왔다.
상반기 기준 발행어음 잔액은 17조 2290억 원으로 전체 부채 조달 자금 중 20%를 차지한다.
문제는 기존 자기자본 200% 한도를 거의 소진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높은 수익성이 이 발행어음 레버리지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 투자에서 나온다고 분석한다.
결국 IMA 인가를 통해 한도를 300%까지 늘리는 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인 셈이다.
다만 IMA 인가는 '양날의 검'이다.
부동산 PF를 국내 처음 도입한 김 대표에게 아이러니하게도 IMA 인가 기준이 도전 과제를 안겼다.
IMA는 조달 자금의 10%만 부동산 PF에 투입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내 부동산 금융 비중은 13.9%로 이미 이 한도를 넘어섰다.
조달 자금이 늘어나도 핵심 수익원인 부동산 금융에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투가 압도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부동산 금융이지만, IMA 인가 이후 이 부분이 막히게 되어 수익성 확대는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조기 연임 확정’…남은 과제는?
![왼쪽부터 김미섭,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각자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8863_107908_020.png)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0월 인사 발표로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다.
압도적인 실적 성과가 조기 연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세전이익 1조 3135억 원, 당기순이익 1조 79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산 규모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연금과 해외주식 잔고 모두 50조 원을 넘어서며 업계 내 독보적인 위상을 공고히 했다.
상반기 기준 고객자산은 약 533조 원, 연금자산은 47.3조 원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김미섭 부회장이 담당하는 글로벌 부문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3분기 누적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2990억 원으로 전체 세전이익의 약 23%를 차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선진 시장의 ETF 중심 비즈니스 와 이머징 마켓의 WM 비즈니스 확장이 주효한 결과다.
다만 가파른 해외 성장세만큼이나 신뢰 확보가 다음 과제로 떠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실적 발표를 통해 "향후 해외법인의 독립적인 거버넌스 강화,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 등 내부통제 수준 제고를 통해 체계적인 비즈니스 기반을 다질 방침"이라고 밝히며 내부 다지기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실적 우등생’… 내부통제 리스크 연임 변수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8863_107909_1519.png)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내우외환' 속에서 연임 시험대에 올랐다.
표면적인 성과만 보면 연임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이나, '내부통제'라는 치명적인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취임 후 'IB 최상위권' 지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WM 레벨업'을 목표로 했다.
성과는 뚜렷하다.
IB 부문은 ECM 1위, DCM 2위를 달리며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윤 대표가 직접 전국 지점을 순회하며 공을 들인 WM 부문 역시 10억 원 이상 고액자산가 고객 수가 31% 증가하고, 총 고객자산이 411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IMA 사업 진출을 위해 농협금융지주로부터 6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이끌어낸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신뢰'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 IB부문 고위 임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0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외풍'도 거세다. 인사 결정권을 쥔 농협중앙회의 강호동 회장이 뇌물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며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어 계열사 인사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윤 대표는 압수수색 즉시 해당 임원을 직무 배제하고 '내부통제 강화 TF'를 발동하는 등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지가 윤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리테일 성공'…내부통제·비용 리스크 연임 걸림돌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8863_107912_2536.png)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리테일 강화'라는 숙제를 안고 1년여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IB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리테일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연임에 힘이 실린다는 관측이다.
장 대표는 자사 앱 '슈퍼 365'의 '수수료 0원' 정책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고객예탁자산과 주식위탁매매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실제로 2분기 리테일 고객예탁자산은 35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고, 외화증권 위탁매매 실적은 1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다만, '출혈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과제다.
광고비 등 비용 부담이 늘면서 2분기 위탁매매 순영업수익은 123억 원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 182억 원 대비 감소했다.
더 큰 변수는 당국의 경고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몇 년간 리테일 사업 강화로 급성장했지만, 그만큼 부정적 이슈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메리츠증권 전 임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적발하고 제재를 내렸다.
일각에서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영업 관행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은 메리츠증권이 시행 중인 고금리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기업에 대한 연대보증 요구 관행을 문제 삼으며 “약탈적 금융, 전당포식 영업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리테일 확대를 위한 ‘수수료 0원’ 정책은 고객 유입 효과를 거뒀으나, 수익성 악화라는 역풍을 낳았다.
광고비와 유관기관 수수료 부담이 급증하며 순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고, 금융감독원이 “불건전 영업행위”로 지적하면서 정책 유지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장 대표가 추진한 리테일 중심 전략은 ‘고객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내부통제·비용관리라는 숙제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출범 원년 흑자’… 빠른 성장 속 남은 과제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8863_107914_3522.png)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초대 대표'의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출범 원년에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달성하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신뢰에 화답했다.
우리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82억 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74억 원) 대비 886% 폭증하며 성공적인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12억 원으로 123% 증가했다.
이는 올해 3월 투자매매업 본인가 이후 본격적인 증권 영업을 개시한 지 두 개 분기 만에 이룬 성과다.
특히 수수료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4% 급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동시에 선제적인 자산 건전성 강화를 통해 대손비용은 69% 감소시키며 내실을 다졌다.
물론 인력 충원, MTS 출시, 해외주식 서비스 개시 등 IT 투자로 인해 판매관리비가 103%(1009억 원) 증가했지만 이는 '종합증권사 기반 마련'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풀이된다.
최근 우리금융그룹이 발표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에서 남 대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외형 성장 이면에는 비용 부담과 구조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본인가 이후 인력 충원과 시스템 구축에 나서면서 판매관리비가 1000억 원 이상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IT 투자와 신규 서비스 확대는 필요하지만, 초기 고정비 부담이 커져 수익구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퇴직연금(IRP) 등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아 투자자 신뢰 측면에서 관리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평가다.
내부에서는 ‘급성장 속 내부통제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 확장기에 내부감사나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으면, 소규모 사고가 대형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남기천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향후 과제는 분명하다.
외형 성장만큼이나 내부통제·비용 효율화라는 ‘내실’이 동반되지 않으면, 빠른 성장의 그늘이 신뢰 리스크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