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건설업계의 상생평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초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중대재해·사망사고 논란이 많던 건설사들은 올해 잔인한 평가서를 받아들었다.

산업안전 강화 기조 속에서 일부 대형 건설사는 평가 명단에서 빠지거나 하락한 지표를, 반대로 협력사 공정거래와 안전관리 수준을 강화한 기업은 연속 '최우수' 등급을 이어갔다.

이번 평가 공표 기업은 대·중견기업 230개사로, '동반성장 종합평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결과를 합산해 총 5개 등급(최우수·우수·양호·보통·미흡)으로 발표했다.

평가 점수는 사회적 물의, 중대재해, 기술 탈취 등 동반성장 취지에 어긋나는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감점된다.

정부의 산업안전 강화 기조 속에서, 평가 등급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뉴스락>은 '2024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중심으로, 건설업계의 성적 변화와 그 배경을 짚어봤다.

삼성물산·GS건설·DL이앤씨, "따라올 테면 따라와봐"

(왼쪽부터) 박상신 DL이앤씨 대표, 오세철 현대물산 건설부문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 [뉴스락 편집]
(왼쪽부터) 박상신 DL이앤씨 대표, 오세철 현대물산 건설부문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 [뉴스락 편집]

올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도 동반성장지수에서 GS건설·삼성물산(건설)·DL이앤씨가 나란히 '최우수' 등급을 유지했다.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협력사와의 공정거래와 상생 협력을 이어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DL이앤씨는 6년 연속, GS건설은 5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유지했고, 삼성물산(건설)은 '최우수 명예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DL이앤씨는 단순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협력사에 대한 안전·재무·기술 등 다방면의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법적 기준을 초과해 안전관리자를 추가 선임한 협력사에는 인건비를 직접 보조하고 있다.

또 협력사 대표 800여 명과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는 등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는 원칙 아래 현장 중심 안전경영 체계를 강화했다. 무이자 자금대여, 상생펀드 등 재무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GS건설은 공정거래와 협력사 지원을 목표로 'Great Partnership Package'를 운영한다. 이 패키지는 공정거래 질서 확립, 금융 지원, 경쟁력 강화, 소통 강화 등 네 축으로 구성됐다.

GS건설은 협력사 안전담당자 인건비를 지원하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선지급하는 등 실질적 안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또 150억 원 규모의 경영지원금과 3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했으며, 명절 전 4000억 원 규모 공사대금 조기 지급으로 협력사의 유동성을 높였다.

삼성물산(건설)은 3년 이상 최고 등급을 유지하며 '최우수 명예기업'으로 선정됐다. 삼성물산(건설)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를 지향하며, 파트너사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안전관리 역량 강화, 무이자 경영자금 지원, 상생펀드 운영, 무보증 선급금 지원 등을 통해 파트너사의 경영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돕고 있다.

또한 기술개발 자금, 인력채용, 교육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며 ESG 기반의 상생 생태계를 강화 중이다.

한편, 한화건설은 9년 연속 '우수' 이상 등급을 유지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양호'에서 '우수'로 한 단계 상승하며 업계 전반의 상생 문화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산재 잦은 건설사, 줄줄이 등급 하락"… 7년 '최우수' 현대엔지니어링도 '양호'

(왼쪽부터)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뉴스락 편집]
(왼쪽부터)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뉴스락 편집]

정부가 올해 초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뒤,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잦았던 건설사들이 대거 평가 대상에서 유예되거나 등급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평가에서는 현대건설은 '최우수' 등급을 5년 이상 유지했지만 '양호' 등급으로 두 단계 하락했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2단계 하락한 ‘양호’ 등급을 부여받았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사망사고 산업재해로 인해 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며 "대우건설은 공정위 조사가 끝나지 않아 유예 평가로 분류됐고, 조사가 끝나는 올해 말에 등급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산업재해와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건설사로 꼽힌다.

실제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이 제출받은 '10대 건설사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고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건설사는 대우건설로 집계됐다.

반면 현대건설은 같은 기간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현대건설은 ▲2020년 3명 ▲2021년 5명 ▲2022년 5명 ▲2023년 2명 ▲2024년 2명 등 총 17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5년간 사고재해자는 1239명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서울 은평 대조 1구역 재개발 사업지 내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공사 현장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소속 60대 근로자 A씨가 굴착기에서 떨어진 토사에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7월 현대건설이 시공한 오산옹벽이 붕괴해 운전중이던 40대 A씨가 사망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산업재해도 심각했다. 2020년 64건에서 2024년 198건으로 209% 증가했다. 

7년간 '최우수' 등급을 유지해오던 현대엔지니어링도 올해는 왕관을 내려놨다. 2020년 49건이던 사고재해는 지난해 236건으로 급증했고, 올해 3~4월에만 고속도로 교량 상판 붕괴 사고 등으로 사망자 4명이 발생했다. 산업재해 건수 급증과 반복된 사망사고가 등급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사망사고뿐 아니라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도 평가에 반영됐다. '벌떼입찰' 논란이 불거진 대방건설과,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은 제일건설은 모두 최하위 등급인 '미흡'을 부여받았다.

대방건설은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벌떼입찰로 확보한 6개 공공택지를 구교윤 회장의 딸 구수진, 며느리 김보희가 소유하고 지분(각각 50.1%, 49.99%)을 대거 소유한 대방산업개발과 5개 자회사에 전매해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고있다. 전매 규모는 2069억원이다.

제일건설은 작년 10월 공정위로부터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 대규모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97억원을 부과받았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이력이 있던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정부 제재 전력이 있어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GS건설·DL이앤씨 등은 사고가 있었지만 개선계획을 조기에 이행해 명단에 남았다.

이 밖에도 롯데건설은 '최우수'에서 '우수'로, 계룡건설산업은 ‘우수’에서 ‘양호’로, 금호건설은 ‘양호’에서 ‘보통’으로 각각 한 단계 하락했다.

'최우수' 등급을 유지한 건설사도 적지 않았지만, 올해 평가에서는 단순 사망사고 숫자보다 정부 제재 이력과 사후관리 체계가 등급을 좌우한 것으로 보인다.

즉, 사고 발생 이후 얼마나 신속하게 개선 조치를 이행했는지가 동반성장 평가의 새로운 핵심 기준으로 자리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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