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 건축물은 구조상 화재에 취약하다. [챗GPT 이미지 생성]
필로티 건축물은 구조상 화재에 취약하다. [챗GPT 이미지 생성]

[뉴스락]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50명이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번 사고는 구조 특성상 화재 확산 위험이 높은 '필로티 구조' 주차장에서 발생해, 건축법·소방 기준이 현장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21일 오전 5시 23분께 9층 규모 아파트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불이 나 약 2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주민 27명은 스스로 대피했으며, 10명은 소방대원의 안내로 이동했고, 22명은 구조됐다. 경찰과 소방은 주차장 차량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신고를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필로티 구조는 1층을 기둥만으로 지지하는 개방형 형태로, 화재 시 외부 바람을 타 불길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차량이 밀집된 공간에서는 1차 화염이 커지면 위층으로 열과 연기가 곧바로 전달될 위험도 크다.

이번 신월동 사고는 단발 사건이 아니다. 지난 7월 경기 광명시 소하동에서도 10층 필로티 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상을 입는 등 다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 역시 개방형 구조의 특성 때문에 연기와 불길이 위층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 이후 국토부는 필로티 공동주택 3만 동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 설비 보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행 건축법은 개방형 구조의 필로티 주차장에 일정 기준 이상의 방화설비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완전 밀폐형 주차장에 비해 규제가 느슨해 화재 안전 기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필로티 구조 아파트 상당수가 지어진 지 20년 이상 지나 화재 대응 설비가 현재 기준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필로티 구조는 외관상 통풍이 잘 되고 공간 활용 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며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이 기둥을 타고 위층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연기도 그대로 세대로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지어진 아파트를 재건축하기에는 비용이 크므로, 화재 차단벽이나 스프링클러 등 추가적인 방지 설비를 설치해 초기 화재 확산을 억제하고 주민 대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필로티 구조는 도시 주거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반복되는 화재 사고를 계기로 구조적 위험성과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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