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자동차업계가 GM한국사업장(이하 한국GM)의 '한국 철수설'로 설왕설래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산 자동차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GM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한국GM의 행보가 철수설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한국GM은 부평 공장의 유휴 부지와 전국 9개 서비스 직영 센터 매각에 나섰다.  

이러 가운데 GM본사와 현대자동차의 소형차 기술협력 소식도 한국GM의 입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스락>은 한국GM의 '한국 철수설'을 톺아보고 가능성에 대해 조명해본다.

헥터 비자레알 GM한국사업장 사장. [뉴스락 편집]
헥터 비자레알 GM한국사업장 사장. [뉴스락 편집]

국내는 직영 서비스센터·유휴부지 매각 "미국은 공장 설비 대규모 투자"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GM한국사업장 제공 [뉴스락]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GM한국사업장 제공 [뉴스락]

대한민국과 1997년부터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온 한국GM이 최근 국내 직영 서비스 센터 9개와 부평공장 유휴부지를 매각하면서 철수설이 나돌고 있다.

국내 사업장 매각과 더불어 미국 내 공장에 5조 원대 신규 투자 발표를 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GM이 한국이 떠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GM한국사업장은 1997년 외환 위기로 대우그룹의 부도 이후 2002년 제너럴모터스가 대우자동차의 승용차 부문 사업부와 연구개발센터, 공장 등을 인수해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러지'라는 신설법인으로 출범했다.

2011년 GM대우 브랜드 폐지와 함께 쉐보레 브랜드를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하면서 '한국지엠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해 글로벌 기업 GM 산하로의 완전한 편입을 끝마쳤다.

2022년 이후로는 기업 이미지 쇄신과 GM 본사와의 이미지 통일 전략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라인업 변화, 구조 개편을 통해 '미국 기업의 한국 지부'라는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

하지만 한국GM이 지난 5월 28일 전국 9개의 직영 서비스 센터와, 부평공장의 유휴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GM이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철수설이 점화되기 시작했다.

미국 행정부의 수입 자동차 관세 25% 부과 소식이 나오자, 한국GM은 곧바로 서울을 비롯해 ▲동서울 ▲인천 ▲대천 ▲원주 ▲진주 ▲광주 ▲창원 ▲부산 등 전국 9개 GM 직영 서비스 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 센터 운영의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하며 한국 철수설에 대해 서는 일축했다.   

구스카보 콜로시 한국GM 영업서비스 부문 부사장은 "추측성 소문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신차 라인업을 계속 출시하고 기존 수립한 한국 전략을 지속 실행하겠다. 수주 또는 수개월 후 국내 취재진에게 신차와 사업 계획에 대해 공유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한국GM의 신차 출시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에 GM은 미국 내 공장 설비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GM의 마지막 풀 체인지 모델은 2023년 3월 출시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이며, 지난해 부평공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생산 계획도 철회했다. 미래 전동화 전략 부재가 이어지면서 한국GM의 존재감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와 유휴부지를 매각하고 나서는 가운데 GM은 미국 내 설비 투자를 대규모로 진행했다.

지난 6월 GM은 향후 2년간 미시간주, 캔자스주, 테네시주 3개 공장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4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5월 27일 뉴욕주 엔진 공장에도 차세대 엔진 생산을 위해 8억 8800만 달러(약 1조 2200억 원)를 투입한 바 있다.

GM은 이번 투자로 2027년께 미국 내 연간 생산 능력을 200만 대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기준 미국 판매량의 약 74%를 국내에서 생산하게 되는 셈으로, 그간 국외 공장에서 수입해오던 차량의 비중을 크게 줄일 것으로 전망한다.

"한미FTA 끝나 위기 직면한 한국GM"

GM한국사업장 2018~2025년 상반기 판매 추이 그래프. [뉴스락 편집]
GM한국사업장 2018~2025년 상반기 판매 추이 그래프. [뉴스락 편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그간 미국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던 한국GM이 최근 15% 관세를 부담하게 되면서, 수출 비중이 전체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상황에 철수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뉴스락>이 한국GM의 2018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판매 추이를 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코로나19의 영향과 글로벌 침체기를 맞아 차량 반도체 칩 수급 이슈로 생산에 차질을 겪었던 2021년을 제외하고는 판매 실적은 상향 곡선을 타고 있다. 2022년부터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칩 수급이 완화되면서 상승기를 맞이했다.

한국GM의 글로벌 수출시장은 점차 회복세를 보이다 급상승했지만, 내수 시장은 회복하지 못한 채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총 24만 9355대를 판매했지만 내수 8만 121대, 수출 24만 1234대 판매를 기록했다. 전체에서 내수 3.2%, 수출 96.7%를 기록하며 수출에만 강세를 보였다.

지난 6월의 판매 실적도 그렇다. 전체 판매 총 4만 5165대 중 4만 3886대를 수출했고, 1,279대는 내수다. 전체 대수 충 2.8%에 불과한 내수 실적을 기록한 반면 수출은 97.1%가량으로 비중이 컸다.

내수 시장은 약해지고, 글로벌 수출 시장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자유무역협정이 끝난 가운데 한국GM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기준 대미 수출 의존도는 약 90%에 달한다. 이번에 부과키로 한 관세는 15% 임을 감안할 때 한국GM의 부담은 가중된다.

그간 한국이 누려온 한미자유무역협정 무관세 혜택이 백지화된 상황에 자동차 기업들이 그간 내세우던 '가성비' 경쟁 저하가 예상되면서 이 중 내수 시장이 약한 한국GM은 이 중에서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의 사업 구조를 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한 물량 49만 9559대 중 80%가 넘는 약 47만 대를 미국 시장으로 수출했다. 사실상 한국GM이 미국으로의 수출기지 역할을 한다 봐도 무방할 정도다.

미국 GM 본사는 관세 부과 조치로 올해 GM이 부담할 비용을 최대 50억 달러 (6조 8000억 원), GM한국사업장은 20억 달러(2조 8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내수 시장에서 일부 상쇄가 가능하나 한국GM의 경우 미국 수출 물량을 내수시장에서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로써 GM은 사업 계획 조정 차원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철수시켰던 사례가 있듯 한국GM도 떠나갈 것이라는 의견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에서 현지 공장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철수했다.

한국에서도 2018년도 경영 악화를 이유로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매각했다. 130만㎡ 규모의 군산공장은 쉐보레 크루즈와 올란도 등을 생산하는 핵심 생산지 중 하나였다.

군산공장 폐쇄 당시 철수설이 불거지자 한국GM은 2018년 산업은행을 통해 8100억 원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에 GM은 "앞으로 10년간(종료는 2028년) 한국 내 생산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때 약속한 '국내 공장 의무 유지 기간'의 만료는 2028년으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관세 부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라며 "자동차 산업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책적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GM·현대차 공동 개발 발표에 한국GM 철수설 재점화

한국GM과 현대자동차는 5종의 차량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챗지피티 이미지 생성 [뉴스락]
한국GM과 현대자동차는 5종의 차량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챗지피티 이미지 생성 [뉴스락]

현대자동차와 GM의 협업으로 한국GM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차량 출시 목표 시점이 2028년으로 잡히면서 GM의 한국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제너럴 모터스(GM)는 2028년 출시를 목표로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첫 5개 차량에 대한 계획을 지난 7일 발표했다.

양사는 이번 협업으로  ▲중남미 시장용 중형 픽업, 소형 픽업, 소형 승용, 소형 SUV 4종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 총 5종의 차세대 차량을 공동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공동 개발 과정에서 GM은 중형 트럭 플랫폼 개발을, 현대차는 소형 차종 및 전기 상용 밴 플랫폼 개발을 각각 주도하게 된다. 양사는 공통의 차량 플랫폼을 공유하는 동시에, 각 브랜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내외장을 개발한다.

한국GM은 "현대차와 협업 프로그램은 북미와 중남미 시장을 대상으로 하지만 양사 간 협업은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여러 지역에서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양사는 협업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파트너십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정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업으로 한국GM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GM은 소형차 개발과 생산을 전담해 왔지만, 이번 공동 개발로 GM이 현대차에서 동일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서 독점적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2028년에 출시를 목표로 공동 개발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철수설에 대한 우려가 분분해지고 있다.

2018년에 군산공장을 폐쇄하며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던 당시 한국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81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하며 철수를 막았다.

이에 GM은 "향후 10년간 한국 내 생산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 기간이 끝나는 2028년과 현대차와 공동 개발 차량 출시 시점이 서로 맞물리며 철수 가능성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소형차 중심의 생산 구조와 미국의 15% 관세 부과, 여기에 GM과 현대자동차의 협업까지 맞물리면서다.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공학석사 출신으로 현재 에어모빌리티 대표이사와 국회 미래연구원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권용주 교수는 GM의 글로벌 전략 속에서 한국GM의 미래를 진단했다.

GM 철수설, 결국 관세와 수익성 문제…해법은 수출 다변화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 교수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 교수

Q. 현재 GM 한국 철수설이 거론 되는 이유는.

한국GM은 소형차를 주로 생산하는데, 이 차종은 본래 이익률이 낮다. 여기에 미국에서 판매할 때 15% 관세가 붙으면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 이익이 가장 중요한 만큼 '관세 부과=이익 축소'로 연결되고, 이 때문에 철수설이 계속 거론되는 것이다.

Q. GM과 현대자동차의 협업이 왜 철수설을 불러일으키는가.

지금까지 한국GM의 역할은 미국 중심이었다. 하지만 관세 장벽이 커지면서 앞으로는 동남아나 유럽으로 수출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만약 미국에서 소형차 개발을 현대차가 대신 맡는다면 한국GM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이것이 단순한 역할 축소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Q. GM이 한국에는 신차 출시 계획이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 공장내 설비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GM이 한국 철수 준비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한데, 철수할 것으로 보는가.

GM의 글로벌 전략에서 한국GM의 수출 지역이 미국 이외 지역으로 다변화된다면 철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주력 수출이 미국으로 한정되면 철수보다 1차적으로 생산량 축소에 나설 것이고, 점차 줄여서 조그만 공장 규모를 유지할 수도 있다. 유휴 자산을 미리 매각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Q. 한국GM은 현재 내수시장이 약하다. 내수시장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가.

현재 한국GM의 내수 확대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치열한 자동차 내수 시장인데 점유율을 늘리려면 결국 할인 판촉이나 소비자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경쟁사가 같은 방식을 들고나오면 판매는 늘지 않되 이익만 줄어드는 결과를 자초하게 된다. 따라서 내수 확대를 위해선 제품 경험 기회를 늘리는 등의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워낙 수출에 집중돼 있어 내수 확대 의지가 별로 없는 게 문제다.

Q.  GM이 한국에서 떠나려 한다면 이번에도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는가.

공적자금 투입은 쉽지 않다. GM이 정부에 회사를 인수해 달라고 제안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국영기업이 되고 정부 부담이 커진다.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이는 위기가 반복되는 구조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당장의 정치적 부담이 아니라 산업의 미래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보다는 수출 다변화를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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