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저금리 시대 ‘안정적 중수익’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가 최근 글로벌 금리 급등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이중 악재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총 56조원으로 금융권 총자산(7,234조원)의 0.8% 수준에 달한다.

이 중 단일 부동산 투자금액 34.1조원 가운데 2조5900억원(7.6%)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손실 발생 비중이 높은 자산 유형은 오피스(3.7%)와 복합시설(38.9%)로, 공실률 20%를 웃도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엔 벨기에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펀드가 전액 손실을 기록하는 등 투자자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상품 설계부터 판매·운용 전반에 걸친 구조적 결함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에 <뉴스락>은 해외 부동산 펀드 실패 사례를 통해 국내 자산운용 시장의 허점을 짚어보고, 반복되는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해법을 모색했다.

AI 생성 이미지. 

 

벨기에 펀드 900억 원 전액 손실…확산되는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도미노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 2호(파생형)’의 전액 손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019년 설정된 이 펀드는 벨기에 정부기관이 2030년까지 장기 임차한 브뤼셀 오피스 빌딩의 임차권에 투자한다는 점을 내세워 ‘안정적 수익’을 약속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유럽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현지 대출 상환이 불가능해졌고, 결국 2024년 6월 선순위 대출 채무불이행(EOD) 발생 후 자산이 강제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투자금 약 900억 원이 회수금 ‘0원’으로 전액 손실 처리됐다.

여기에 만기 도래한 환헤지 계약 미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약 73억6천만 원이 추가 부채로 발생하며 피해 규모는 더 커졌다.

현재 금감원은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 등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여부 및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이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로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하고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제229호’(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의 손실 사태다.

이 펀드는 2018년 투자자 모집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심업무지구의 랜드마크 빌딩 ‘트리아논(Trianon)’에 투자했다.

하지만 공실률 급등과 리파이낸싱 실패가 겹치며 자산가치가 급락해 투자금의 약 70% 손실로 청산이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는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투자신탁 1호’(운용사: 미래에셋자산운용) 사례다.

이 펀드는 2012년 설정된 폐쇄형 상품으로, 브라질 상파울루의 오피스 빌딩 ‘호샤베라타워’에 투자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며 원금의 60% 이상 손실 우려가 제기됐고, 2021년 3월 기준 손실 규모가 약 85%에 달했다.

이 펀드는 대표적인 환율 리스크 기반 손실 사례로 꼽힌다.

감독 부실·불완전판매, 여전한 고질병…"폐쇄형 구조 한계 넘어야"

벨기에·독일·브라질 사례는 시기와 지역은 다르지만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안정적 수익’을 내세운 고(高)레버리지 구조였으며, 금리 상승·환율 변동·자산가치 하락이 겹치자 한순간에 붕괴됐다.

전문가들은 해외 실물자산 펀드가 “본질적으로 부동산이 아닌 부채상품으로 변질된 구조”라고 지적한다.

자산의 대부분을 대출로 조달하면서 금리 인상기에 이자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담보가치 하락 시 손실 폭이 배가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또한 임차인의 계약이 특정 기관이나 단일 기업에 집중된 ‘단일임차 리스크’ 역시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핵심 임차인이 계약을 종료하거나 파산할 경우 현금흐름이 즉시 단절돼 리파이낸싱과 매각 모두 막히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과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관행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일부 상품은 ‘정부기관 임차’, ‘AAA급 빌딩’ 등의 문구로 안정성을 부각했지만, 정작 후순위 구조·환헤지 손실 위험·대출 만기 리스크 등 핵심 위험요소는 투자설명서에 형식적으로만 기재됐다.

‘라임 사태’와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이후에도 금융당국의 사전 심사와 판매 규제가 실질적으로 강화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시장 안팎에서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 구조가 갈수록 복잡해지는데 감독·내부통제 체계는 여전히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벨기에 사태를 계기로 해외 부동산 펀드 제도의 근본적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폐쇄형 부동산펀드는 일반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며 “개방형 플랫폼 확대, 외부평가기관의 독립적 수익등급 도입, 보수·수수료체계의 투명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처럼 환매 중단 시 최대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청산을 허용하는 유동성 관리 장치를 법제화해야 한다”며 “이런 장치가 있어야 펀드런(대규모 환매 사태)을 예방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이찬진 금감원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상품 설계단부터 엉터리 같은 상품을 걸러내겠다”고 언급하며 소비자 보호 중심의 감독 강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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