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며 모든 산업군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식품업계는 꾸준히 호실적을 기록하며 선방 중이다. 

최근 식품업계는 호실적 추세에 더해 이미지 쇄신까지 꾀하려 한다. 국내 정통 식품 기업들인 CJ제일제당, 오리온, 농심,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등은 오너 3세대들을 경영권에 전면 재배치했다.

각 기업의 전면적인 세대교체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회사의 오래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신선함과 새로움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뉴스락>에서는 식품업계에 불고있는 세대교체 바람 속으로 들어가봤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들이 오너 2~3세로의 세대교체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뉴스락 편집]
국내 대표 식품기업들이 오너 2~3세로의 세대교체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뉴스락 편집]

 

신상열 농심 상무, '수익성' 판가름하는 중요한 역할

신상열 상무와 농심캠퍼스 사진. 농심 제공. [뉴스락 편집] 
신상열 상무와 농심캠퍼스 사진. 농심 제공. [뉴스락 편집] 

최근 농심은 메가마트 관련 구직자 채용 취소로 논란을 일으켰다. 

메가마트는 고 신춘호 농심 창업자의 3남인 신동익 농심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농심 계열사다.

회사는 대내외 환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채용을 중단했다. 실제 2017년부터 메가마트는 6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농심 대주주 중 한 명인 신동익 부회장은 올해 농심 주식을 6번이나 장내매도 해 지분을 줄였다.

농심의 지배구조 살펴봤을 때 농심홀딩스 보유 지분은 32.72%, 이어 율촌재단이 4.83%다. 개인 지분으로는 신상열 상무의 지분이 3.29%, 이어 신동익 부회장이 1.98%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상무를 중심으로 한 오너 3세 경영 승계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신동익 부회장의 지분을 축소하고 있는 부분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신 상무는 199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했다. 외국계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뒤 지난 2019년 농심에 입사했다. 이어 2021년에는 29세 나이로 첫 20대 임원으로 등극했다.

현재 농심에서 경영기획팀 대리와 부장 등을 맡은 뒤 구매담당 임원으로 원자재 수급과 협력업체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신 상무가 맡은 구매 담당 업무는 제조기업에서 산업 구조 전반을 이해하는 핵심 업무 중 하나로 소맥분, 팜유 등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농심 관계자는 <뉴스락>에게 "구매관리 업무의 경우 원자재 수급을 관리하다보니 식품 제조사에서는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부분이다"며 "지난 몇 년간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등 불안한 공급 환경이었던 만큼 구매관리 업무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동안 농심의 영업이익률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태에서 실적 개선을 이루는 것은 신 상무에게 주요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농심은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며 24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85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해 한숨 돌리게 됐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 기업 철학과 새로운 비전 제시

전병우 상무와 삼양라운드스퀘어 사옥 전경.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뉴스락 편집] 
전병우 상무와 삼양라운드스퀘어 사옥 전경.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뉴스락 편집] 

지난 9월 14일 삼양라운드스퀘어도 사명 변경 후 그룹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서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새 CI 및 비전 선포식'라는 주제의 비전 선포식을 진행했다.

새로운 그룹 기업 이미지로 도약하고자 하는 삼양의 비전은 이번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이번 정기 임원 인사는 예년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그중  오너 3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이 상무로 승진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전 상무는 전인장 전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으로 1994년에 태어난 젊은 임원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2019년 삼양라운드스퀘어 해외전략부문에 입사했다.

콘텐츠업체 삼양애니의 대표이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를 통해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라운드스퀘어 신사업본부장을 겸직하는 상무가 됐다. 

전 상무는 지난 7월 그룹 CI 리뉴얼을 직접 추진하고 기업 철학과 비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그룹 변화에 주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다.

직속조직으로 라면 TFT팀을 신설해 매운 국물 라면인 '맵탱' 브랜드 제품 기획, 네이밍, 디자인, 광고 등 전 과정에 참여해 제품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300만 개를 달성하는 등 좋은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전 상무는 올해 비전선포식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주목을 받았다.

이날 전 상무는 삼양애니를 주축으로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Food Care)'와 문화예술 기반의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를 삼양라운드스퀘어를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전 상무는 "불닭볶음면은 식품을 넘어 정서적 허기를 달래고 '먹방 콘텐츠'를 통해 문화, 역사, 성별, 나이가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만들어 냈다"며 "콘텐츠를 통해 정서적·문화적 차원에서 더 즐거운 식문화를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4.7% 증가한 43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58.5% 증가한 3352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현재 삼양은 '불닭' 브랜드 중심의 해외 매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전 상무 역시 해외 산업에 비중을 크게 둘 것으로 보인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뉴스락>을 통해  "전 상무는 맵탱 브랜드의 제품 기획 등 전 과정에 참여해 새로운 관점의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업무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고 말했다.

담서원 오리온 상무, 그룹 물류 선진화 이끌어

담서원 상무와 오리온 본사 사진. 오리온 제공. [뉴스락 편집]
담서원 상무와 오리온 본사 사진. 오리온 제공. [뉴스락 편집]

오리온 역시 식품업계의 호실적 흐름을 이끌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7663억원, 영업이익 1407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리온의 담서원 상무도 세대교체를 이끌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담서원 상무는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밑에서 1989년에 태어났다. 뉴욕대 커뮤니케이션 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북경대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지난 2020년에 일반사원으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하다 2021년 7월 오리온 경영관리파트의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1년 6개월이 흘러 올해 초 상무로 승진했다.

현재 담 상무는 경영관리담당 인원을 맡고 있다. 전사에 대한 경영전략 및 사업계획 수립하고 매출 및 손익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오리온그룹 합류 후에 담 상무는 물류 선진화 작업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오리온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인공지능 물류 시스템 구축 업무협약 체결에 있어서 담 상무의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해당 협약으로 오리온의 인프라 관리가 체계화됨에 따라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일선 영업점 공급과 물류창고, 영업차량 운용 등이 크게 강화된 바 있다.

오너 3세대 초고속 승진...'신사업 확장' 등 성과 보여야

오리온 견과류 브랜드 ‘쏙포’ 현지 판매 이미지와 식품업계 3사 로고.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오리온 견과류 브랜드 ‘쏙포’ 현지 판매 이미지와 식품업계 3사 로고.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식품업계는 호실적 흐름 속에서도 마냥 웃을 수는 없다.

이번 분기의 호실적이 식품 산업군의 호황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에 따른 결과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꾸준한 실적 상승을 이끌기 위해서는 오너 3세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각 기업의 오너 3세대들도 이러한 흐름을 타고 기업의 수익을 확장시키기 위해 모두 '신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농심의 신상열 상무는 취임 이후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으로 독자 개발한 HMMA 공법의 식물성 고기를 선보이거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라이필'을 론칭해 사업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에 신 상무가 연말 인사에서 해외사업 등의 보직을 맡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전병우 상무는 앞서 비전 선포식에서 문화예술 기반의 콘텐츠에 대해 강조했던 '이터테인먼트'를 신사업으로 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 상무가 대표로 있는 삼양애니는 '워크맨', '와썹맨'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룰루랄라 출신 김학준 CP 등 유명 PD들을 영입했다. 내년부터는 K-푸드와 연계된 예능 프로를 선보이며 콘텐츠 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이번 비전 선포식에서 전 상무는 전 세계인이 먹고 즐기는 문화적 매개체로 확장된 점을 고려해 문화와 커뮤니티를 결합한 이터테인먼트를 신사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해당 신사업 등을 통해 그룹 내 존재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또한 전 상무는 뉴트리션사업부를 통해 유기농 아이슬란딕 요거트를 판매하는 프리미엄 유가공 브랜드 '오르닉'과 비건 단백질 음료 '프로틴드롭'을 판매하는 식물성 건강 브랜드 '잭앤펄스 등 신규 브랜드 론칭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 상무의 행보는 기능성 식품 분야로도 신사업을 꾀하려는 것으로 추측된다.

오리온의 담서원 상무는 그룹의 전면적인 사업을 배운 뒤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간편식·음료·바이오 등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리온그룹이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에 많은 힘을 쏟으며 글로벌 식품 및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오리온은 그룹 계열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한 뒤 자본금을 34억원 늘렸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의약품과 소비재, 식품 원료 등을 개발해 해외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주요 식품 기업의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경영 전반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있다.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경영 승계의 모습에도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에 오너 3세대의 사업 성과와 기존 사업의 수익성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추후 경영 승계에 대한 확실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락>에게 "오너 경영은 식품업계를 떠나서 대한민국 모든 산업군에서 이뤄지는 부분"이라며 "오너 3·4세대들이 결과와 역량으로 보여줘야 한다. 오너 경영시 성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부정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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