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CEO 평균 연령이 사상 처음 60세 아래로 내려갔다.
올해 500대 기업 중 369개사의 평균 CEO 나이는 59.8세. 2023년 61.1세에서 2년 사이 1.3세 떨어진 것이다.
1970년대생 임원 비중도 국내 100대 기업 기준 2023년 52.8%에서 올해 66.8%로 치솟았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디지털 전환 속에서 기업들이 젊은 리더십에 베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경험 부족과 위기 극복 능력 검증 미흡, 그리고 혁신과 안정 사이의 줄타기라는 과제도 남았다.
<뉴스락>은 재계 세대교체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새로운 리더들이 마주한 기회와 난제를 조명한다.

'50대·내부출신' 전면으로...위기 속 '안정 속 혁신' 택했다
![500개 기업 2023~2025년 CEO 현황 비교. 리더스인덱스 제공 [뉴스락]](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1/118399_107447_4324.png)
불황의 칼바람 속에서 재계의 세대교체 속도가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해 임원 수를 줄이는 ‘긴축 경영’에 돌입한 기업들이 위기 돌파의 첨병으로 1970년대생 젊은 리더를 택하는 ‘안정 속 혁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재계 리더십의 무게중심이 1960년대생에서 1970년대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기업분석전문기관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500대 기업 중 369개사를 분석한 결과, 올해 CEO 평균 연령은 59.8세로 사상 처음 60세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2023년 61.1세, 2024년 60.3세에 이어 꾸준한 하락세다.
이 흐름은 주요 기업들의 인사에서도 확인됐는데, 한솔제지는 60대 대표에서 40대인 한경록 대표로 교체됐고 GS리테일과 메리츠화재 역시 40대 CEO를 맞이하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1970년대생은 이제 재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1970년대생 임원 비중은 2023년 52.8%에서 올해 66.8%까지 치솟았다.
1970년대 초반생(1970~1974년)이 45.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1971년생(808명)은 단일 출생 연도 중 가장 많은 임원 수를 기록했다. 미래 리더 후보군인 1980년대생 임원 비중 역시 3.5%까지 늘어나며 젊은 리더십의 부상을 예고했다.
세대교체라는 혁신의 이면에는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올해 임명된 신임 CEO 중 자사 출신 비중은 81.8%로, 최근 3년 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3년 80.0%, 2024년 80.3%에 이어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업종별 ‘순혈주의’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는데, 은행(13명)과 상사(8명) 업종은 CEO 전원이 내부 출신이었으며 생활용품(99.5%), 지주(88.6%), 보험(88.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말 대기업 인사를 기점으로 이러한 세대교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올 연말부터 본격화될 대기업 인사에서는 1975~1977년생과 1980년대생 임원 발탁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분야 인재를 전진 배치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7080 리더십' 부상...세대교체로 위기 넘는 재계
![재계 세대교체 현황.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0/118399_107296_4247.png)
세대교체 흐름은 오너 3·4세의 경영 전면 등판과 40대 전문경영인 발탁이라는 두 갈래로 뚜렷해졌다.
정기선(43) HD현대 부회장은 최근 회장으로 승진해 책임경영을 강화했고, 김동관(42) 한화그룹 부회장은 항공우주·그린에너지 등 핵심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규호(41) 코오롱그룹 부회장 역시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총괄하며 경영 보폭을 넓혔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39)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수업에 속도를 냈다.
허서홍(47) GS리테일 대표, 한경록(46) 한솔제지 대표 등 40대 오너가 출신들도 계열사 대표로 선임돼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긴 호흡으로 미래 사업을 추진하기에 오너 경영인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다른 한편에서는 비오너 출신이지만 전문성과 성과를 입증한 40대 '젊은 피'를 수혈하는 파격 인사도 잇따른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생명인 IT·플랫폼 업계에서 흐름이 두드러졌다.
최수연(44) 네이버 대표, 정신아(50) 카카오 대표, 이재상(43) 하이브 대표 등 70·80년대생 리더들은 경직된 조직 문화에 수평적 소통을 이식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며 혁신을 주도한다는 평을 받는다.
이러한 리더십 변화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려는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CES 2025의 핵심 화두가 'AI Everywhere(어디에나 있는 AI)'였듯, AI 중심의 디지털 전환은 이제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필수가 됐다.
과거 성공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AI를 비즈니스 핵심에 접목할 수 있는 리더십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원 소장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는 AI 산업이 첨단 기술과 빠른 트렌드에 능통해야 하고 사업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젊은 인재들이 전면에 배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젊은 오너가들도 기존 전통 산업을 견고히 하면서 AI 등 테크 산업과 결합하는 융합 경영이 보편화 되면서 AI와 테크 산업에 이해력이 빠른 젊은 오너가들의 승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 칼 빼든 젊은 CEO...'경험 부족' 우려 속 리더십 증명할까
![(왼쪽부터) 정기선 HD현대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10/118399_107374_4916.png)
기대와 우려 속에서 전면에 나선 '젊은 CEO'들은 이제 리더십을 증명해야 할 시험대에 섰다.
주요 기업들이 70년대생을 포함한 젊은 리더를 경영 전면에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혁신'과 '속도'다.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AI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핵심 임무다.
또한 조직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경직된 조직 문화를 수평적이고 창의적으로 바꾸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다만 '경험 부족'은 젊은 리더들이 공통으로 마주한 약점이다.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경영 DNA'를 쌓아온 선대 리더들과 달리,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예측 불가능한 복합 위기를 헤쳐나갈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오너 일가인 3·4세 경영인의 경우, 혁신보다는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와 기존 사업 구조 유지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AI 시대를 얘기하는 건 3-4세의 승계 명분 만들기 차원이라고 생각한다"며 "경험이 없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3-4세가 첨단 AI 사업을 전면에서 이끄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계열사 이사회 중심, 전문경영인 중심의 선진 지배 구조 경영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리더들이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원 소장은 "젊은 리더들은 기존 경영 경험은 부족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신만의 창의적인 경영 감각이 뛰어날 수 있다"며 "누가 새로운 것을 차별화되고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지가 경영의 특징이 된 지금,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선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오 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어느 정도 용인해 줄 수 있는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실패를 용인하지 않으면 누구도 성공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CEO가 취임하고 적어도 1년 정도는 그의 경영 방식을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이사회의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