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한때 정치 테마주의 대표 주자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았던 중견건설사 일성건설이 지금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일성건설은 설립 45년 넘는 기간 동안 꾸준한 성장 기반을 다져 왔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와 PF 의존 구조가 결합하며 위기 국면에 빠졌다.

최근 흑자 전환과 경영진 교체는 반전의 향방을 예고하는 신호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성과로 전환하려면 구조 개편과 재무 건전성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이제는 ‘테마주의 수혜’를 넘어서 경쟁력 있는 건설사로의 재도약이 요구된다.

<뉴스락>이 위기의 건설사 '일성건설'을  긴급 진단해봤다. 

일성건설 서울 여의도 사옥과 백종탁 사장. [뉴스락 편집]
일성건설 서울 여의도 사옥과 백종탁 사장. [뉴스락 편집]

 

정치 테마주에서 위기의 건설사로 추락...왜?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더트루엘마곡HQ' 정면 투시도. 일성건설 제공 [뉴스락]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더트루엘마곡HQ' 정면 투시도. 일성건설 제공 [뉴스락]

1978년 설립된 일성건설은 국내외 토목·건축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해온 중견 건설사다.

1989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며 업계 입지를 다졌고, 2006년 론칭한 '트루엘(Truel)' 브랜드로 주택 시장에서 꾸준히 인지도를 쌓았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한 기본주택 정책이 부각되던 시기, 일성건설은 ‘정책 수혜주’로 거론되며 정치 테마주의 반열에 올랐다.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회사 이름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골 화제에 올랐다.

하지만 정책 모멘텀이 사라지자 현실은 냉혹했다. 높은 분양가 전략과 부동산 경기 둔화가 겹치며 ‘테마주’의 후광은 사라지고 구조적 위기가 남았다.

위기의 결정적 계기는 서울 강서구 ‘더트루엘 마곡HQ’였다. 전용 48㎡ 평균 분양가를 7억 원 이상으로 책정했지만, 시장 수요와 괴리된 가격은 실패를 불렀다. 142가구 중 계약된 것은 단 6가구에 불과했고, 상가·오피스 분양은 사실상 전무했다.

경북 포항의 ‘더트루엘 포항’도 상황은 비슷했다. 총 255가구 가운데 2024년 말까지 160가구가 미분양 상태에 머물렀다. 시행사의 자금난은 시공사인 일성건설이 PF 대출 이자까지 떠안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일성건설(2020~2025년 상반기)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뉴스락 편집]
일성건설(2020~2025년 상반기)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뉴스락 편집]

2024년 말 기준 공사미수금은 181억 원으로 도급액의 39.5%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454%까지 치솟았다.

올해 1분기에는 506%를 넘겼다. 같은 기간 국내 건설업 평균 부채비율(118%)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일성건설은 2021년 체결한 580억 원 규모 PF 대출을 만기 연장하며 버텨왔지만, 그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 가중됐다. 2024년 잉여현금흐름은 –268억 원, 순차입금은 1,114억 원으로 불어났다.

신용평가사들은 경고음을 울렸다. 한국기업평가는 일성건설의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B로 낮췄다. 이는 채무불이행 위험이 상존하는 투기등급 단계로, 외부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천안 문화동 주상복합(분양률 46.6%, PF 잔액 421억 원)은 미분양 장기화 시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강서·포항 프로젝트에서 수백억 원 규모 공사미수금을 대손 처리한 전례가 있어, 추가 손실 우려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PF 만기 연장만으로 시간을 버는 방식은 결국 유동성 위기를 반복한다”며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같은 근본적 조치 없이는 회생이 어렵다”고 말했다.

살아난 불씨...'구조 전환’과 ‘재무 건전성 회복' 관건

챗GPT 이미지 생성 [뉴스락]
챗GPT 이미지 생성 [뉴스락]

그러나 올해 들어 작은 변화가 감지됐다. 2025년 1분기 일성건설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3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성장했다.

수익구조 재편에는 백종탁 신임 대표의 역할이 크다. 백 대표는 삼성물산 주택본부장 출신으로, 삼성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규 수주 확보에 나섰다. 실제로 2025년 7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캠퍼스 주차타워 보수공사(57억 원 규모)를 따냈다.

매출 구성을 보면 국내 도급공사가 74.6%, 해외 도급공사가 25%를 차지한다. 관급공사가 50%를 넘어 안정적 매출원으로 자리잡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민간 B2B 비중(17.3%)은 여전히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일성건설이 구조적 전환 없이는 위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용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민간 주택사업 부진이 이어지는 한 단기간 수익성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중기적으로 부채비율 400% 이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결국 해법은 민간 주택사업 축소공공·해외 토목 중심의 재편이다. 여기에 자산 매각, 유상증자, 원가 절감 등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만 PF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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