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근 지어진 아파트에서 다수의 하자와 부실시공이 발견되면서 후분양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사의 브랜드만 보고 입주했다가 실망한 소비자들의 건설사에 대한 신뢰 하락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은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 처럼 주택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사야된다며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분양제는 하자·부실시공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정치권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꺼냈던 후분양제가 정권을 잡은 지금 다시 시행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다.

<뉴스락>은 후분양제를 분석하고, 한계와 보완 방안을 조명한다.

대한민국 주택공급의 뿌리 '선분양제'... "이젠 못 믿겠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 수분양자들이 "현대건설은 반성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뉴스락]
'힐스테이트 더 운정' 수분양자들이 "현대건설은 반성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뉴스락]

분양받은 아파트에서 하자와 부실시공 논란이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건설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차라리 다 지어진 뒤 집을 직접 보고 사겠다"며 후분양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선분양 제도는 1970년대 후반 주택 공급 부족과 건설사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등장했다. 당시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자체 조달하기 어려웠고, 정부는 소비자들의 자금을 미리 받아 공사비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선분양 방식의 시초는 1969년 서울 이촌동 '한강멘션'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착공 단계에서 분양 대금을 선납받는 관행이 시작됐다. 이후 1976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공사진행률 20% 이상에서 분양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어 1977년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며 선분양제가 국민주택을 중심으로 본격화됐다.

이후 1984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주택공급 단축 및 건설 비용 조달의 필요성 때문에 선분양제를 본격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까지 선분양제는 40년 가까이 유지되며, 주택 공급 확대와 건설사 자금 유동성 확보에 기여했다.

주택 공급의 뿌리였던 선분양제는 지난 수십 년간 주택 공급 확대에 기여했지만, 하자와 부실시공 문제로 소비자의 불신을 키웠다.

2025년 상반기 공동주택 하자 판정 추이 그래프. [뉴스락 편집]
2025년 상반기 공동주택 하자 판정 추이 그래프. [뉴스락 편집]

최근 아파트를 구매한 입주예정자들은 실망감이 가득하다. 

사전점검을 나섰다가 다수의 하자와 부실시공을 마주했고, 모델하우스에서 본 모습과는 생판 다른 집이 눈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의 하자비율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4년 하자심사 건수는 총 1774건으로 이중 1399건이 하자로 판정돼 하자판정 비율은 78.9%로 나타났다. 하자판정 비율은 2020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접수된 하자는 주로 기능 불량 15.2%, 들뜸 및 탈락 13.8%, 균열 10.3%, 결로 10.1%, 누수 7.1%, 오염 및 변색 6.6%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하자판정이 늘어나는 점에 대해 "하자에 대한 인식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근 부실 논란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파주 힐스테이트 더 운정의 수분양자 A씨는 <뉴스락>고의 인터뷰에서 "주택 구매라는게 사실 적은 돈으로 구매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실망감을 안겨주니 앞으로는 직접 보고 집을 구매할 수 있는 '후분양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현 건설업계를 비판했다.

후분양제는 '양날의 검'... "소비자·건설사 모두 부담 가중"

대규모 하자를 호소하는 제보자 A씨 게시글 일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쳐 [뉴스락]
대규모 하자를 호소하는 제보자 A씨 게시글 일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쳐 [뉴스락]

"모델하우스도 직접 보고, 건설사도 유명한 곳이라 믿었는데 하자가 너무 많습니다.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 정도로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전점검을 위해  분양받은 아파트에 들어선 수분양자 A씨는 장판 들뜸, 문 경첩 파손, 타일 시공 이탈 등 각종 하자를 마주했다. 지하주차장에서 누수까지 발생하며 부실시공도 문제도 드러났다.

이처럼 하자와 부실시공이 잇따르자 소비자들 사이에선는 '후분양제'도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뒤에는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우려되는 이면이 존재했다.

후분양제는 공정률 80% 이상에서 분양이 이뤄져 소비자가 직접 주택 상태를 확인한 뒤 계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계약 후 단기간 내 입주가 가능해 안정적인 사업 진행과 미분양 최소화에도 효과적이다. 분양자 입장에서는 실물을 확인하기 어려운 선분양제 보다 안전한 제도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

보통 후분양을 하게 되면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토지 매입, 공사비 조달을 하게 되는데, 이는 브릿지론과, 본 PF를 통해  이뤄진다. 브릿지론을 통해 토지매입 자금을 조달하고, 본 PF로 공사비, 운영비로 사용되며 일부는 브릿지론 상환에 사용한다.

하지만 후분양은 선분양과 달리 계약금, 중도금, 잔금이란 개념이 없으니 대출 이자 지불을 공사중에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공사 기간중 발생하는 금융비용과 공사비는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된다. 

또 건설사에게도 손실이 발생한다.

2000세대를 짓는데 사업비용을 1조원으로 추산할 경우, 건설사는 PF대출을 통해 총 금액의 70~80%인 7000~8000억원을 조달한다. 여기에 연 8% 금리를 적용하면 공사기간 3년간 1680억원~1920억원, 4년간 2240억원~2560억원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이자비용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건설사와 소비자 모두 부담이 가중되는 양날의 검 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후분양은 준공 단계에서 분양이 이뤄지는 만큼 품질 신뢰도가 높아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면서도 "지방처럼 수요가 적거나 중소 건설사들이 시행할 경우 자금 회수와 금융 부담이 커 재무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사가 고분양가를 책정해 분양하게 되면 고분양 논란으로 미분양 발생시 다시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양날의 검 형태를 띠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후분양제 같은 경우 도입되면 소비자에게 신뢰감 증진 효과를 발휘해 좋은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후분양제를 할 수 있는 건설사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후분양을 하게 되면 고분양가로 책정 됐을 때 이걸 다들 사려고 하겠느냐. 결국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이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주택시장에서 후분양제 도입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시절 추진하려 했던 후분양제가 정권을 잡게된 지금 다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무게가 한층 실린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뉴스락>과 인터뷰에서 후분양제의 한계를 짚어봤다.

후분양제 글쎄... 보완 절실 "아직은 시기상조"

후분양제, 하자 방지 한계 여전

김 연구원은 후분양제의 장점으로 완공된 주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꼽으면서 "현재 말하는 후분양은 100% 완공이 아니라 공정률 60~80%에서 이뤄진다"며 "완공된 주택이 아닌 점을 감안할 때 하자와 부실시공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은 오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구조다

분양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선분양은 2~3년 뒤 완공될 주택을 현재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계약금·중도금·잔금을 나눠 납부하면서 자금 기회비용을 부담하고, 공급자는 이를 공사비에 활용하거나 PF 이자를 납부해 금융비용을 절감한다.

반면 후분양은 건설사의 자체 자본으로 이자 납부와 공사비를 조달하게 되면서 금융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결국 분양가에 반영된다.

김 연구원은 "건설사가 PF 대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금융비용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이는 최종 분양가에 반영된다"며 "결국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20년째 제자리를 걷고 있는 후분양제

후분양제 도입 논의는 오래됐지만 현실적 한계에 가로막혀 제자리걸음을 반복해왔다.

김 연구원은 "진보 정부가 들어올 때마다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제도적 보완이 따라주지 못했다"며 "소비자 권리를 위해 후분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크지만, 제도적·금융직 뒷받침이 없으면 구호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다소 비싸더라도 완공된 주택을 보고 구매하겠다는 수요가 뚜렷해져야 공급자도 후분양을 선택할 것"이라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 금융 시스템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PF는 서구식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달리 시공사의 신용도에 의존하는 형태다.

김 연구원은 "대한민국 건설사 특성상 대규모 단지를 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대규모 단지 조성에 대한 공사비를 조달할 수 있는 독립적 금융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후분양제는 공급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자 위한 제도인지 따져야한다

김 연구원은 끝으로 "후분양제가 소비자 권리 보장 차원에서 분명 필요성이 있지만, 가격 상승과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후분양제가 관연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공급 구조와 금융 환경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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