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갑진년 새해에도 건설업계 드리운 검은그림자가 그치지 않는다.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경기침체 상황이 지속되면서, 돌파구로 부상했던 재개발·재건축 시장마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어렵게 수주에 성공한 건설사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더해 대중소 가릴 것 없이 PF부실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미 살생부가 나돈다. 

중견건설사 남광토건 역시 이름이 오르내린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남광토건은 법정관리 졸업 이후 여러번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사업다각화를 시도해 빛을 보는 듯했지만, 녹록지 않는 시장 상황에서 결국 지난해 적자 전환하고 말았다. 무리한 탓에 부채비율까지 껑충 뛰었다. 

<뉴스락>이 남광토건을 긴급진단해본다.

임민규 남광토건 대표 [뉴스락 편집]
임민규 남광토건 대표 [뉴스락 편집]

 

법정관리 졸업  8년만에  손실전환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 편집]

남광토건의 역사는 굴곡지다. 1947년 남광토건사로 부산에서 설립된 남광토건은 1세대 종합건설사다. 

6.25전쟁 재건사업, 중동 건설 시장 진출 등 굵직한 사업을 통해 창립 30년해인 1977년 도급순위 7위까지 오를 정도로 맹위를 떨쳤다. 

잘나가던 남광토건에게 고비가 찾아오 건 제2차 오일쇼크 때였다. 중동 붐이 서서히 꺼지며 1984년 쌍용건설에 경영권이 넘어갔고, 20년가까이 쌍용 아파트 브랜드로 명성을 이어갔다. 

이후 골든애셋플래닝컨소시엄에서 알덱스컨소시엄으로, 다시 현재의 세운건설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남광토건은 독자 브랜드를 내놓기고 했고, 대북 건설 사업에도 손을 댔다. 

세운건설이 극동건설, 금광기업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그룹으로의 규모를 키우자 남광토건은 토목 중심에서 건축 사업의 비중을 늘리며 변화를 시도했다. 

실제로 남광토건은 건축사업실을 주택건축사업본부로 개편해 건축사업의 확대 의지를 보였다. 

전체 공사비율도 법정관리 졸업 직후 30%에 머물던 건축공사 비율이 2019년 56%를 차지하며 건축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하지만 안정세를 찾던 것으로 보였던 남광토건은 피인수 후 8년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해 위기를 맞고 있다. 현금흐름에도 제동이 걸리며 비상이 걸렸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남광토건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4072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9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분기 -21억원(전년 41억원)으로 적자전환 됐다. 

영업이익 전자 전환의 가장 큰 이유로는 매출대비 원가를 차지하는 원가률이 97%를 달성한 것으로 보고있다. 

원자재 가격은 25%를 차지하는 철근이 전년동기 8.66% 상승했고 다른 원재료인 아스콘 역시 7.91%로 상승돼 적자 전환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팬데믹 리스크 감소에 따른 수요 확대'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에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고있다.  

PF우발채무로 인해 경색된 건설투자 업계는 남광토건 현금흐름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3분기 누적으로 살펴보면 매출채권과 기타채권이 증가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유출이 많아졌다.

투자활동현금흐름과 재무활동현금흐름도 모두 유출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무활동의 경우 단기차입금 상환과 금융리스부채 지급 등으로 유출이 발생했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원자재 급상승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하우스토리 부실공사...꼬리에 꼬리를 무는'악순환'

남광토건에 불어닥친 악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했다. 

쌓여만 가는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남광토건은 독자적인 아파트 브랜드 '하우스토리'를 앞세워 건축사업의 비중을 높여 탈출을 모색했지만, 결과는 대참패.  

특히, 남광토건이 책임준공키로 한 파주 ‘운정HB하우스토리시티’는 지하 6층~지상18층의 오피스텔 420실 규모의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로 2021년 분양이 이뤄졌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침체 등 외풍을 빗겨날 수 없었다.  

남광토건은 '운정HB하우스토리시티'의 준공기일을 두 번이나 맞추지 못해 채무인수 위기에 처했다. 

남광토건은 대주단과 협의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마무리하긴 했지만, 준공기일을 무리하게 맞춘 결과는 부실공사 논란으로 이어져 수분양자들의 계약 해지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준공승인을 받아 입주를 진행 중인 운정HB하우스토리시티 수분양자들은 현재까지도 다수의 하자가 발견돼 계약 해지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운정HB하우스토리시티' 지하 4층 주차장 누수로 인해 생긴 물웅덩이 사진=황민영 기자 [뉴스락]
'운정HB하우스토리시티' 지하 4층 주차장 누수로 인해 생긴 물웅덩이 사진=황민영 기자 [뉴스락]

<뉴스락>은 1월 7일 운정HB하우스토리시티의 현장을 직접 찾았다. 

수분양자들이 주장하는대로 실제 운정HB하우스토리시티 공용부에는 복도 및 옥상의 누수·크랙, 지하 주차장 누수 및 곰팡이 등이 발견됐다. 

각 세대 현관에는 굳지 않은 시멘트가 떨어져 나오는 부분도 발견됐다. 

'운정HB하우스토리'의 부실공사로 인한 수분양자의 계약해지는 3분기 미청구공사에도 상승을 가속화 할것으로 보고있다. 

미청구공사금은 수익으로 이어지는 지표임과 동시에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내포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데, 남광토건의 미청구공사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51억에 달했다.

미청구공사금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매출대비 미청구공사 비율은 보통 25%를 넘어가면 부실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남광토건은 23%로 다시 재무상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계약을 모두 마친 현장으로 부실 논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성실하게 대책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2건이나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도 남광토건을 옥죄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남광토건 실험실 건축공사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 1명이 가드레일에 깔려 사망했다.

이어 11월 GTX 노반신설공사장서 또다시 하청 근로자 1명이 작업대에 맞아 목숨을 잃으며 지난해 2명의 사망자를 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했을 당시 안전조치가 소홀했다면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현재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중이다”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남광토건이 ‘안전보건역량강화’를 실현하고자 안전경영방침을 천명했지만 이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남광토건이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부분이 부실시공 그리고 사망 사고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남광토건의 돌파구는?..."공공부문 토목"

남광토건 브로셔. 남공토건 제공 [뉴스락]
남광토건 브로셔. 남공토건 제공 [뉴스락]

악재 더미에 놓인 남광토건에게도 호재도 있다.  

정부의 올해 전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증가한 부분은 토목분야 강자인 남광토건의 수주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남광토건의 토목이 44건으로 60%를 차지했다. 1건의 해외 토목공사를 제외한 43건은 정부 발주로 매출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올해도 얼어붙은 건설-부동산시장을 녹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어 남광토건으로서는 고무적이다.  

지난 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신년 인사회에서 올해 정부사업 방향에 대해서 발표했다. 

한 총리는 "올해 정부의 SOC  예산은 지난해보다 1조4000억원 늘어난 26조4000억원이다"며 "이를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집행해 우리 건설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며 철도와 항만 건설 등 다양한 토목공사를 통해 빠른 경기회복을 시사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토목사업의 경우 대부분이 공공부문으로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 GTX 철도 등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내놓는 시점에서 토목시장의 전망은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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