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아파트브랜드 '데시앙'으로 유명한 태영건설(회장 윤석민)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공능력평가순위 14위 자리를 지켜내며 침체된 국내 주택시장 속에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지난 3월 창업주 윤세영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아들 윤석민 회장이 새로 취임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태영건설 역시 규모가 있는 오너형 건설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인 높은 내부거래율과 정체된 실적 개선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동시에 외부에선 2대주주 머스트자산운용이 경영 압박을 해오고 있고, 태영건설이 대주주로 있는 방송사 SBS와도 연일 갈등을 빚고 있다.

취임 당시 환경사업 확장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윤 회장이지만, 당장 내·외부에 산적한 악재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윤세영 태영건설 명예회장(좌),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우)
윤세영 태영건설 명예회장(좌),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우)

◆ ‘오너 2세’ 윤석민 체제 돌입, 시장 장기침체에 영업익 주춤

지난해 태영건설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3조7893억원, 영업이익 46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2017년) 대비 각각 16.0%(3조2664억원), 49.2%(3111억원) 증가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1232억원에서 2460억원으로 99.6%나 상승했다.

수주 등 축적해왔던 주택사업 부문이 열매를 맺으면서 이뤄낸 성과였다. 지난 3월에는 창업주 윤세영 명예회장이 장남 윤석민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주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이 시작됐다.

취임 직후 윤 회장은 기존 영위해오던 환경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때문에 2017년 매출액 중 13.03%(4254억원)에 불과했던 환경사업 비중은 2018년 13.16%(5066억원), 올해 상반기만 16.23%(3177억원)의 비중을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력 사업으로 전체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사업이 올해 주춤해 비상등이 켜졌다.

태영건설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95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12%다.

분양주택의 원재료비가 상승하는 등 매출원가가 지난해 상반기 1조4163억원에서 1조5941억원으로 11.8%(1778억원 증가) 상승한 점이 여러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여기에 판매관리비 역시 전년 상반기 대비 약 288억원 상승한 1212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이다.

태영건설은 20위권 중견건설사 중에서도 주택 및 건축사업 비중이 70%를 넘겨 상위권에 속하는데,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 자체사업 등 비중을 늘려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현 정권처럼 부동산 규제 정책이 유지될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돼 관련 사업에서 매출 증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가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격을 산정해 그 가격 이하로 분양가를 정하도록 하는 ‘분양가 상한제’ 실시 계획을 밝히면서, 건설사 입장에선 매출원가에 따른 분양가 산정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 건설사 내부거래 비중 1위 ‘불명예’, 사정당국 주목…관련 재판도

주춤한 영업이익 외에도 태영건설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는 높은 내부거래율이다.

지난해 기준 태영건설은 국내 20대 건설사 중 가장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보여 불명예를 안았다. 태영건설은 단독 재무제표 기준 총 매출액 1조9960억원 중 9034억원, 45.3%에 달하는 금액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태영그룹이 현재 상장사 4개, 비상장사 54개, 총 58개의 크고 작은 계열사를 두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으로 집계했을 때 내부거래액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6월 공시 기준 태영건설은 윤석민 회장이 지분 27.1%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에 자리해 있다. 서암학술장학재단 지분 7.5%를 빼더라도 윤세영 명예회장 지분 등 오너 일가 지분만 30.83%에 달한다.

태영건설은 계열사 대부분의 지분을 오너 일가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복잡한 구조다. 대표적으로 태영건설이 최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본격 추진하고 있는 환경사업 중 하수처리시설 운영사업은 계열사 TSK워터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데, TSK워터는 태영건설이 75%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TSK코퍼레이션의 100% 자회사다.

현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 중 내부거래액이 연간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액의 12%를 넘는 경우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 속한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사익편취 금지 대상 상장·비상장사 지분 기준을 20%로 일원화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현 오너 일가 지분이 향후 공정위 규제 안에 포함될 위험성을 안게 됐다.

한편, 내부거래와 관련된 악재는 재판으로까지 뻗어있다. 윤 회장 취임 한 달 후인 지난 4월, 태영건설이 대주주로 있는 SBS의 노조는 윤 회장과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 유종연 SBS콘텐츠허브 실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는 이재규 부회장이 SBS 자회사 SBS콘텐츠허브를 통해 자신의 부인 회사인 ‘뮤진트리’에 12년간 200억원 가량의 일감을 몰아줬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등에관한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처벌을 요구했다.

이어 노조는 지난 5월에도 급식업체 ‘후니드’가 SBS 및 SBS 계열사들로부터 유리한 조건에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며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적용, 추가로 윤 회장을 고발한 상태다.

후니드는 윤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태영매니지먼트와 SK 오너 3세(최영근, 최은진, 최현진) 삼남매가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던 구(舊) 후니드가 합병한 회사로, 지난해 후니드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윤 회장의 지분이 ‘위장 분산’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지분 늘린 2대주주 경영 압박, 지배구조 개편 어쩌나…‘진퇴양난’

이처럼 내부거래와 연관된 악재와 장기적인 경영의 방향으로 봤을 때 근본적으로 지분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태영건설이지만 2대주주의 압박으로 인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 8월 2일 가치투자펀드이자 태영건설의 2대주주인 머스트자산운용은 장내매수를 통해 태영건설 지분을 기존 12.12%에서 15.22%로 늘렸다. 이로써 최대주주 윤석민 회장(27.1%)과의 지분 차이를 약 12%로 좁혔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분 취득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바꾸면서 “태영건설의 지배구조를 최선의 선택으로 이끄는 협조자이자 비판자 역할을 수행하려 한다”고 말해 본격적인 경영 개입을 선언했다.

이는 윤 회장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현재 윤 회장과 특수관계인 그리고 서암학술장학재단 지분을 합하면 38.33%인데, 이들을 제외한 지분 즉, 머스트자산운용(15.22%), 국민연금공단(11.2%), 한국투자신탁운용(6.4%)의 지분이 총 32.82%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 제도 도입 이후, 기업에 대한 압박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어 2~3대주주 등이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울러 기업의 공익재단이 오너 일가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2021년부터 공익재단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을 예고함에 따라,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서암학술장학재단 지분이 제외돼 윤 회장 측 우호지분이 더 적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늘리자니 내부거래 및 사익편취 규제가 우려되고, 내부거래 해소를 위해 지분을 낮추자니 경영권이 위협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태영건설에 지주회사 전환, 자회사 계열분리 등을 권장하고 있다. 윤 회장 역시 지난 3월 취임 이후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다.

태영건설이 지주사 전환을 할 경우 태영건설의 자회사(지분 61.2%) SBS미디어홀딩스는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된다.

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그 아래의 자회사 즉,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데, SBS미디어홀딩스는 자회사 SBS 지분을 현재 37%밖에 갖고 있지 않아 100% 지분 보유를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아울러 태영건설과 SBS 노조가 여러 사안을 두고 극단적인 대립을 하고 있는 만큼 윤 회장으로서는 지배구조 개편 카드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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