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연내 매각 계획이 가시화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선 아시아나항공을 떼어내면 사명을 금호그룹으로 변경해 불러야 한다.  

매각 자금을 통해 계열사 부채를 탕감하고 신규 사업에 나서는 등 그룹 재건 계획을 밝혔으나, 그룹 자산의 64%를 차지하던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서 중견기업으로 전락한 금호그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의 시선은 그룹에 단둘이 남게 된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향하고 있다.

특히 침체 국면인 건설업황 속에서도 공항 건설 기술을 앞세워 수주 호재를 맞았던 금호산업 건설부문(이하 금호건설)은 그룹 사세가 줄어들면서 매각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빚더미’ 아시아나항공 털어낸 금호, 자산규모 줄어 중견기업으로

금호그룹은 지난 12일 M&A(기업인수합병) 시장 초대어인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 주력 계열사로서 국내 1,2위를 다투는 대형 항공기업이었으나,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M&A 행보가 2008년 금융위기와 맞물려 극심한 재무건전성 악화를 불러왔다. 대한통운, 대우건설도 잠깐 품에 앉았지만, 결국 '승자의 저주'에 걸리고 말았다. 

매각 직전인 올해 상반기에는 부채비율이 658.5%(약 7조원)에 이르렀다. 결국 박삼구 전 회장의 퇴진과 함께 금호그룹은 그룹 핵심축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주 인수대금 약 4500억원과 신주 발행액, 이전 투자금액 및 향후 투자금액 등을 고려해 총 인수자금 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향후 부채를 감당해나갈 재무건전성도 요구됐다.

막대한 자금력이 인수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조성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약 2조4000~5000억원대 넉넉한 인수 가격을 제시하면서, 애경그룹과 사모펀드 KCGI를 가볍게 따돌리고 낙찰 받았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연내 매각을 목표로 잡긴 했지만 높은 부채와 인수자금으로 인해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던 금호그룹 입장에선 일시적으로 큰 산을 넘은 셈이었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 이탈로 인한 출혈은 컸다. 그룹 총자산 12조7000억원대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에 속했던 금호그룹은 총자산 중 64%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인해 자산이 4조5000억원대로 줄어들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과거 재계 순위 7위까지 기록했던 회사 규모는 순위 60위권 밖으로 밀려날 만큼 사세는 쪼그라들었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주력 계열사들마저 통매각 된 가운데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이 그룹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 그룹 이끌 금호산업, 실적 상승에도 리스크 산적한 내년 “매각설도”

금호그룹의 모태가 됐던 금호고속의 경우 부채비율을 273% 수준으로 줄였다. 그러나 총차입금 3825억원 중 단기차입금이 2854억원에 달해 당장 채무 압박을 받고 있다.

금호고속은 앞서 지난 4월 단기차입금 만기일 당시 1300억원을 갚을 여력이 없어 산업은행에 또다시 돈을 빌린 바 있다.

금호산업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271%로, 차입금의존도는 16.1%(2094억원), 부채의 60.1%가 매입채무, 단기선수금 등 영업에서 발생했다.

다만 금호산업의 최근 행보는 고무적이다. 금호산업의 3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4261억원, 영업이익 167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각각 17.7%, 13.1% 성장했다. 3분기 누적 매출액도 1조2000억원에 달해 올해 목표인 1조6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택시장의 일시적 호조로 주택부문 매출은 3분기 111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41% 상승했으며, 3분기 누적 주택 신규수주 8428억원(전년동기 대비 50% 증가), 수주잔고 역시 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대비 9.4배 증가했다.

토목사업은 공항공사 관련 패키지 시공기술 8개를 보유한 강점을 토대로 전년동기 대비 46% 상승했다. 내년 상반기도 5조9576억원 규모 김해신공항 프로젝트, 4조8700억원 규모 제주 제2공항 사업 발주가 예정돼 있어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재무건전성 개선과 실적 상승 등 긍정적 흐름을 이어왔음에도, 일부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 매각 완료 시점과 더불어 금호산업이 건설부문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지난해 기준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2.2%의 매출액 밖에 내지 않아 직접적인 연관·영향은 없겠지만, 그룹의 상징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된 만큼 향후 공항공사 관련 사업에 있어 이러한 부분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만으로 부채, 우발채무 등 지출을 감당하기 빠듯한 점도 있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 금호산업의 높은 부채비율 해소뿐만 아니라 박삼구 전 회장 시절 ‘기내식 대란’ 사건의 여파인 우발채무 리스크도 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1일자로 만료되는 기내식 공급업체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코리아)’ 대신 ‘게이트 고메 코리아’로 업체를 변경했는데, 게이트 고메 코리아 신축 공장서 화재가 발생해 결과적으로 기내식 ‘노 밀’ 사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LSG코리아는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연장을 빌미로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 신주인주권부사채 인수를 요구했었고 이를 거부하자 업체를 변경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및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패소할 경우 치러야 하는 우발채무는 최대 282억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새로 계약한 게이트 고메 코리아마저 기내식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국제중재위원회에 137억원 규모의 중재를 신청해 우발채무가 추가로 현실화될 경우 부담이 크다.

줄어들 예정인 브랜드 파워도 주택시장 내 입지 우려를 낳고 있다. 협소해진 주택사업 수주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중요해진 가운데 사세가 줄어든 금호산업이 향후 수주에 있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시점이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예상 수축자산 규모가 업계에 반영되면 금호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 20위에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9.13 부동산대책, 분양가 상한제 등 제도가 도입된 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내년 부동산 경기가 불안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호산업의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는 추세인 점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당장 금호그룹 측은 금호건설 매각설에 대해 부정하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후 금호그룹은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박삼구 전 회장의 아들) 체제로 매각 대금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신사업 투자에 나서는 등 그룹 재건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신규투자와 관련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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