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호주에 본사를 둔 투자 및 자산운용사 맥쿼리(Macquarie)가 한국 고속도로휴게소 사업에 진출한 지 10년이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 최대 규모 덕평휴게소를 비롯해 행담도휴게소‧마장휴게소‧평창휴게소 등을 차례차례 손아귀에 넣기 시작했다.

문제는 휴게소사업이 국민을 대상으로 공익을 우선하는 인프라 사업이라는 점이다.

당시 국내 공공인프라가 외국자본에 운영될 경우, 공공서비스의 질과 요금 등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우려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맥쿼리의 행태들에 업계가 울부짖고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사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익은 고사하고 상생조차 하지 않아 협력사들까지 피 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락>은 ‘독불장군’으로 전락한 맥쿼리의 휴게소사업 10년을 조명한다.

맥쿼리 소유 대형휴게소 현황. [뉴스락편집]

맥쿼리 '최소임대료'에 병든 휴게소업계... 상생보다 '이익'

맥쿼리가 휴게소사업에 발을 들인지 10년, 휴게소업계가 아우성이다.

업계가 코로나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불황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맥쿼리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악착같은 모습들 때문이다.

특히 ‘최소임대료’라는 임대차계약조항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통상적으로 휴게소 임대차계약에서 매출의 일정부분(%)을 임대수수료로 책정한다. 공공서비스 품질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운영업체와의 '상생'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돈을 잘 벌든 못 벌든 고정된 맥쿼리의 '최소임대료'가 휴게소 운영업체와 입점업체들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맥쿼리는 2014년부터 행담도휴게소(서해안고속도로)의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행담도개발(대표 금무섭)의 지분을 전량 확보하고 CJ에 운영을 위탁해오고 있다. 같은 해 코오롱글로벌로부터 덕평휴게소(영동고속도로) 덕평랜드(대표 금무섭)의 지분 49%를 사들이면서 휴게소경영권 전반도 같이 가져왔다.

이후 2017년 마장프리미엄휴게소(중부고속도로)의 운영권을 소유한 하이플렉스(대표 금무섭)의 지분을 KH에너지로부터 49%, 외 기타 51%까지 100% 확보하고, 대보유통에 휴게소를 재임대하고 있다.

맥쿼리 대형휴게소 운영권 소유 3사 임대수익 추이 및 휴게소 매출 추이. 행담도개발은 모다아울렛, SK시그넷, 테슬라코리아 등과도 유통시설·전기차충전소 임대차계약을 맺고 있어 합산한 임대수익이다. 하이플렉스의 경우 휴게소는 대보유통에, 주유소는 KH에너지에 임대하고 있어 주유소를 제외한 휴게소 임대수익 수치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업계 자료 취합 [뉴스락편집] 
맥쿼리 대형휴게소 운영권 소유 3사 임대수익 추이 및 휴게소 매출 추이. 행담도개발은 모다아울렛, SK시그넷, 테슬라코리아 등과도 유통시설·전기차충전소 임대차계약을 맺고 있어 합산한 임대수익이다. 하이플렉스의 경우 휴게소는 대보유통에, 주유소는 KH에너지에 임대하고 있어 주유소를 제외한 휴게소 임대수익 수치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업계 자료 취합 [뉴스락편집] 

<뉴스락>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덕평랜드‧행담도개발‧하이플렉스의 외부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보니, 코로나 기간 휴게소 매출은 떨어졌지만 맥쿼리는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이같은 배경에는 ‘최소임대료’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맥쿼리의 임대차계약은 '최소임대료'와 매출과 연동되는 '성과연동임대료' 중 더 높은 가격을 적용한다.

마장휴게소를 계약을 살펴보면 최소임대료는 매년 3%와 물가상승률 중 높은 수치만큼 상승한다. 매출이 지속해서 떨어져도 임대료는 매년 최소 3%씩 상승한다는 말이다.

행담도휴게소와 마장휴게소의 경우 외부감사보고서에서 '최소임대료' 계약내용이 확인됐으나 덕평휴게소의 경우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휴게소 전체 매출이 급감하는 와중에도 임대수익이 떨어지기는 커녕 계속해서 상승하는 모습을 본다면 '최소수수료'가 적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부터 2024년 휴게소들의 매출을 살펴보면, 덕평휴게소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매출 488억원에서 팬데믹에 돌입한 2020년 354억원, 2021년 333억원으로 약 32% 떨어졌다.

다른 휴게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행담도휴게소는 2019년 매출 369억원에서 2021년 291억원으로 21% 감소, 마장휴게소도 2019년 185억원에서 129억원으로 30% 급감했다.

하이플렉스의 경우 2021년부터 운영업체 대보유통과 협의를 통해 임대료를 재조정해 준 바 있다.

대보유통이 고액의 고정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임대료를 조정해달라는 요청을 하이플렉스가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2021년 자진 휴업에 들어가면서다. 당시 대보유통이 마장휴게소를 운영하면서 난 적자는 121억원에 달한다.

특히 하이플렉스의 외부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9월 대보유통과의 임대보증금등의 반환소송 1심 판결에서 “임대료는 시설물(편의점, 식당 등)들의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임대료로 책정하는 ‘성과연동임대료’의 8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하이플렉스는 소송손실충당부태로 약 10억원을 계상했다.

코오롱은 ‘청산’‧CJ는 협력사에 ‘고통분담’... 맥쿼리는 2000여억 챙겨가

민자휴게소는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국가관리 고속도로' 에 위치한 민간 자본으로  개발한 민자휴게소와 민간 자본으로 건설한 민간고속도로 위 민자휴게소가 있다. 대개 국가관리 고속도로에 위치한 휴게소는 도로공사의 관리감독을 받는 '임대휴게소'다.  민자휴게소의 경우 매년 실시하는 운영평가에서 하위점을 받아도 운영기간에는 변동이 없지만, 임대휴게소의 경우 기본 5년이라는 임대기간에서 변동을 받는다. 운영평가등급이 낮을 경우 회수 조치, 높을 경우 임대기간을 3년까지 연장해준다.
민자휴게소는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국가관리 고속도로' 에 위치한 민간 자본으로  개발한 민자휴게소와 민간 자본으로 건설한 민간고속도로 위 민자휴게소가 있다. 대개 국가관리 고속도로에 위치한 휴게소는 도로공사의 관리감독을 받는 '임대휴게소'다.  민자휴게소의 경우 매년 실시하는 운영평가에서 하위점을 받아도 운영기간에는 변동이 없지만, 임대휴게소의 경우 기본 5년이라는 임대기간에서 변동을 받는다. 운영평가등급이 낮을 경우 회수 조치, 높을 경우 임대기간을 3년까지 연장해준다.

운영업체들의 안타까운 모습도 눈에 띈다.

덕평휴게소의 전 운영업체인 코오롱글로벌 자회사 네이처브리지는 지속적인 적자와 자본잠식을 견디지 못하고 올해 초부터 ‘법인 청산’에 들어갔다.

당초 코오롱글로벌이 지분 100%를 소유한 덕평랜드였지만, 맥쿼리에 2014년 지분(49%)과 경영권을 넘기면서 단물만 빨린 모습이다.

보증금 일부는 반환받지 못하고, 고액의 배당금은 전부 맥쿼리 손에 떨어졌다. 

네이처브리지와 덕평랜드의 임대차계약을 살펴보면, 임대기간은 2014년부터 10년으로 계약기간 만료 때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 다만 연장하지 않을 시 임대보증금 200억원 중 70억원 가량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독소 조항도 뒤따랐다.

익명을 요청한 변호사 A씨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임대차 계약에서 임대보증금 일부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조항은 임차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조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계약 연장을 강요하는 조항은 임차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독소 조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덕평랜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687억원을 배당했지만, 지분 51%를 가지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코오롱글로벌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니 덕평랜드로부터의 배당금 수취 내역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전부 맥쿼리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배당금 지급에 2022년에는 덕평랜드의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9억원으로 떨어지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고 2023년에는 부채비율이 1362%까지 치솟았다.

행담도휴게소를 운영하는 CJ프레시웨이는 최소임대료를 견디기위해 같은 방법을 선택했다. 식당, 매장 등 휴게소에 입점한 점주들에게 고통을 분담했다.

<뉴스락>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행담도휴게소에서 입점업체들이 대거 퇴점했다. 코로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채 CJ프레시웨이와 계약한 최소수수료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이 있은 이후 현재까지도 몇몇 매장들은 '최소임대료' 계약을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운영업체에서 최소수수료로 계약했어도 입점업체까지 적용하는 건 흔하지 않다"면서 "최근들어 사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SG경영 시대에서 대기업이 협력사와의 '상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기존 계약 시점이 종료되어 공정한 입찰 경쟁 과정을 통해 일부 점포가 교체된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같이 운영업체와 입점업체들은 살길을 찾기위해 신음할 때 맥쿼리는 배당과 이자로 잇속을 챙기며 웃고 있었다.

덕평랜드의 687억원 배당금을 비롯해 행담도개발에서는 맥쿼리가 1000억원 가량을 장기대여해주고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16억원의 이자를 챙겼다.

행담도개발은 2014년부터 완전자본잠식상태로,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전부 순적자를 유지해왔다. 맥쿼리가 행담도개발에 장기대여해준 79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유상감자(790억원)를 실시해 주식자본금이 줄어들고,  해마다 100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에 적자가 날 수 밖에없는 실정이다.

마장휴게소 하이플렉스 역시 519억규모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맥쿼리에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배당금, 이자 등으로  약 230억원 이상 지급해 온 것으로 추산된다.

3사를 통해 맥쿼리가 그동안 회수한 투자금만 2000여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을 생각하는 공익성은 커녕 맥쿼리가 구축한 최소수수료 시스템에 운영업체는 물론 입점업체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관리감독 기관인 도로공사가 상생을 위한 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맥쿼리에도 ‘도피아’... 덕평랜드에 한국도로공사 임원출신 영입

덕평랜드 공정위 공시. 2022년부터 한국도로공사 임원 출신을 감사로 영입하고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뉴스락]
덕평랜드 공정위 공시. 2022년부터 한국도로공사 임원 출신을 감사로 영입하고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뉴스락]

휴게소 관리감독기관인 도로공사가 나서야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맥쿼리도 이미 '도피아' 천지다.

도피아는 도로공사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고속도로 관련사업에서 특혜를 받으며 형성된 폐쇄적 이권 구조를 말한다.

덕평랜드의 공정위 공시를 보면, 지난 2022년 3월에 이광호 전 한국도로공사 영업본부장이 감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3월 감사 자리는 김명호 전 한국도로공사 영업본부장에게 넘어갔다. 

이밖에도 최근들어 행담도개발에 도로공사 경영본부장 출신을 대표로 영입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민자휴게소 특성상 민간 투자를 받아 설립하면서 장기간 운영권(15~30년↑)을 보장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도 도로공사의 입김이 약할 수 밖에 없다.

도로공사는 매년 휴게소운영평가를 실시해 하위등급을 받은 휴게소의 운영권을 회수조치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민자휴게소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도로공사 임원 출신까지 영입했으니, 무소불위다.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로공사의 재취업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소 귀에 경 읽기인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감독하는 도로공사 조차 국회의 지적사항들을 개선하고 있지 않다"며 "맥쿼리의 최소임대료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이미 도로공사도 인지하고 있지만 손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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