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창립 70주년을 맞은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오너 3세 정경선 전무를 전면에 내세우며 파격행보를 보이고 있다.
1986년생 정 전무는 지난해 1월 업계 최초로 신설된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승진, 입사하자마자 임원직을 맡았고 불과 1년 만에 부문·본부장급 12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임원 평균 연령은 58세에서 55세로 낮아졌고, 1960년대생 비중은 59%에서 42%로 확 줄었다.
정 전무는 ESG와 임팩트 투자 전문가로서 지속가능경영, 디지털 전환, 브랜드 가치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해율 관리, 자본건전성 회복, 영업채널 강화 등 보험업 본질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젊은 경영’이 단기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세대교체와 사건·사고의 부정적 영향, 그리고 본업 성과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 전무의 리더십을 입증할 최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뉴스락>이 정 전무의 1년 성적표를 진단해봤다.
![정경선 전무. 현대해상광화문사옥 전경. 현대해상 제공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508/113890_102681_4547.png)
'70주년' 현대해상, 오너 3세 중심 파격 세대교체...'기대와 우려' 공존
정 전무를 중심으로 한 현대해상의 세대교체 드라이브는 대표이사 선임부터 시작됐다.
1969년생 이석현 CPC전략부문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현대해상 역사상 최연소 CEO 시대를 열었다. 이 대표는 1993년 입사 후 경영기획, 개인영업, 자동차보험 등 전방위 경험을 쌓았고, 장기보험·마케팅을 총괄하며 업계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자산운용부문장 황인관, 금융감독원 출신 도효정 변호사(사외이사·감사위원)를 기용했고, 카카오·SK하이닉스·외국계 컨설팅사 출신을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했다.
윤리경영실장 박계현 부사장(前 차장검사), 기술지원부문장 김택수 전무(前 카카오 CPO), 디지털전략본부장 김성재 상무(前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본부장 주준형 상무, 정보보안 책임 서홍원 수석전문위원(前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해상의 세대교체는 ‘혁신’보다는 오너 3세 중심의 권력 재편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젊은 인재 전면 배치가 조직 활력을 높이기보다 경험 단절과 내부 혼란을 키우고, 성과보다 인사 드라이브에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 전무 직속의 ‘지속가능실’이 ‘지속가능본부’로 격상된 것을 두고서도 같은 맥락에서 뒷말이 인다.
ESG·디지털 전환 전략이 강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과 동시에 내부 불안도 감지된다.
그도 그럴 것이 ESG·디지털 전환 전략은 곧 구조조정과 연결된다. 실제 현대해상은 이 전략을 앞세워 몇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으며, 올해도 200명 규모 감원설이 돌았다.
현대해상은 이를 부인했지만, 정 전무가 주도하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내부 불안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2분기까지 이어진 실적 부진…세대교체 효과 아직은 '글쎄'
변화의 바람은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직은 역부족이다. 올 상반기 현대해상은 업황 악화와 잇단 대형 사고에 직면했다.
일반보험 부문에서는 금호타이어와 흥덕IT밸리에서 잇따라 대형 화재가 발생해 수백억 원대 보험금 지급이 이뤄졌다.
장기보험 부문은 호흡기 질환 확산과 비급여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로 손해율이 악화됐다.
자동차보험 부문은 물가와 정비비 상승에 더해 과거 보험료 인하의 누적 영향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 2분기 당기순이익은 2,47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4%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4,5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9%나 줄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장기보험 손익은 1분기 2,984억 원에서 2분기 1,841억 원으로 줄며 각각 전년 대비 59.3%, 36.6%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손익은 1분기 157억 원에서 2분기 9억 원으로 급감해 감소율이 무려 97.7%에 달했다. 일반보험 손익 역시 1분기 735억 원에서 2분기 276억 원으로 줄며 전년 대비 각각 20.5%, 39.5%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 7월 한국신용평가가 현대해상의 보험금 지급능력 및 후순위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금융시장과 투자자 신뢰에도 부담이 더해졌다.
또, 자본 건전성 지표는 일부 개선됐지만 여전히 업계 평균에는 못 미쳤다.
2분기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은 170%로 전분기보다 높아졌지만, 대형 손해보험사 평균인 약 200%와는 격차가 남아 있다.
특히 기본자본 기준 킥스 비율은 46.7%로, 대형사 중 유일하게 50% 미만에 머물렀다.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9조 3,764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13.7% 증가했다. 투자손익도 개선돼 2분기 1,2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고,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도 2,364억 원으로 15.8%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성과는 본업 부문의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하반기 자산·부채 관리를 통해 외부 리스크를 완화하고, 신뢰 회복을 기반으로 안정을 도모하는 노력이 중요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실적 회복을 위한 수익성 중심 전략, 자본 건전성 유지 및 강화 그리고 디지털 기반 경영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