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국내 도료업계 1위 KCC가 경쟁사인 업계 2위 노루그룹의 지주사 노루홀딩스 지분을 단기간에 집중 매입하며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C는 지난 8월 13일부터 9월 9일까지 장내 매수로 노루홀딩스 주식 36만2,509주를 추가 확보, 지분율을 기존 7.17%에서 9.90%까지 끌어올렸다.

이로써 KCC는 노루홀딩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취득 금액은 약 114억8,600만원에 달한다.

공시 목적은 ‘일반투자’로 기재됐다. 하지만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 달리 정관 변경, 이사 선임·해임 등 광범위한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 범주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KCC가 ‘재무투자자’가 아닌 ‘전략적 행위자’로 변신할 수 있다는 해석이 잇따른다.

<뉴스락>이 KCC의 숨은 의도를 짚어봤다. 

AI이미지 생성. [뉴스락 편집]
AI이미지 생성. [뉴스락 편집]

일반투자는 경영 참여 의도를 명확히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선택지를 열어두는 ‘전략적 안전망’으로 활용된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으로 3% 이상 지분 보유 주주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10%에 근접한 KCC의 지분율은 단순 투자와 경영권 견제 사이의 미묘한 경계선에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단순투자가 아닌 일반투자를 명시했다는 점은 향후 정관 변경이나 이사 선임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신호”라며 “경쟁사 지배구조를 압박할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도료 시장은 사실상 KCC와 노루홀딩스의 양강 체제다.

KCC는 건축·선박·자동차용 도료 전반에서 강점을, 노루홀딩스는 자동차 OEM 및 보수용(리피니시) 도료에서 경쟁력을 쌓아왔다. 양사 합산 점유율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KCC의 지분 확보가 단순한 견제 차원을 넘어 업계 내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방어적 투자”라는 해석이 우세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는 “친환경 도료·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동 과제를 감안하면 전략적 협력의 출발점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노루홀딩스는 한영재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사·자사주 등을 합쳐 45%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당장 경영권 위협은 크지 않지만, 2대 주주가 KCC라는 사실만으로도 주총 의결 구조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노루 측이 자사주 매입·우호 지분 결집·계열사 지배구조 재정비 등 방어 전략을 고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노루홀딩스는 지난 10일 
노루홀딩스가 지난 10일 공시한 자사 KCC 보유주식 현황. 

앞으로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KCC가 직접적인 경영 개입보다는 주주총회 의결권을 활용해 노루홀딩스 경영진에 간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정관 변경이나 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경쟁사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둘째,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도 전략적 협력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ESG 규제 강화는 양사가 동시에 직면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 도료와 자원순환 소재 개발 등에서는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협력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KCC가 추가 매수나 블록딜을 통해 지분율을 확대하며 노루홀딩스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이다.

다만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자사주 비중이 여전히 높아 현실화에는 제약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분 확대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시장에 압박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쟁사 지분을 확보한 KCC의 행보는 국내 도료업계에서 유례가 드물다.

‘일반투자’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노루홀딩스 지배구조의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향후 KCC가 추가 매수에 나설지, 주주권 행사를 본격화할지, 혹은 새로운 협력의 길을 열지 여부가 도료업계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공시 및 각사 IR자료에 따르면, KCC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약 5조3,940억 원으로 노루홀딩스(약 1조2,479억 원)의 4배가 넘었다.

올해 상반기 역시 KCC는 약 2조7,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으며, 노루홀딩스는 약 6,377억 원으로 1.9% 성장에 그쳤다.

순이익 측면에서도 차이는 뚜렷하다. KCC는 지난해 약 2,072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올해 상반기에도 1,120억 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노루홀딩스는 지난해 821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58억 원으로 22.8% 감소하며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KCC는 규모의 우위를 바탕으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는 반면, 노루홀딩스는 원가 상승과 시장 환경 악화로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KCC의 지분 매입은 단순 투자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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