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글로벌 혁신지수 세계 5위’, ‘수출 세계 6위‧수입 세계 9위’, ‘2020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1497달러로 경제규모 세계 10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2년 연속 참여’ 등.

100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전쟁과 외환위기를 뚫고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이뤄낸 지표와 순위다.

국가의 명운이 달렸던 위기에도 범국민적 합심으로 이를 극복해왔던 대한민국의 저력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또 한 번 빛났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주력 분야인 IT, 조선, 건설, 자동차뿐만 아니라 웹툰‧영화‧음악‧게임 등 21세기 전 세계 문화콘텐츠 산업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유통(푸드), 제약바이오 등도 세계 속에 깃발을 꽂으며 'K-OO'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뉴스락>은 전(全) 산업에 아우르는 ‘K-산업’의 관점에서, 최초를 넘어 인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우리 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조명해본다.

열 네번째 이야기는 <네이버>다.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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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황무지'에서 'AI 공룡'으로, 네이버 25년 성장사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네이버 제공 [뉴스락]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네이버 제공 [뉴스락]

삼성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네이버가 대한민국 인터넷 시장을 대표하는 사업자로 성장했다.

네이버의 역사는 1997년 삼성SDS의 사내 벤처 ‘웹글라이더’ 팀에서 시작됐다.

닷컴 붐이 일던 시기, 검색 엔진의 잠재력을 본 이들은 1999년 6월 네이버컴으로 독립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당시 인터넷 시장은 ‘한메일’과 ‘카페’를 앞세운 다음(Daum)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출범 초기 사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쟁 구도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2002년 10월 선보인 ‘네이버 지식iN’ 서비스였다. 이는 네이버 성장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기존 검색 엔진이 웹페이지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이었다면, 지식iN은 사용자의 질문에 다른 사용자들이 직접 답변하는 집단지성 모델을 제시했다.

‘지식까지 찾아주는 검색’이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에 사용자들이 호응하면서 네이버의 방문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식iN의 성공은 단순히 트래픽 증가를 넘어, 네이버가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는 기반이 됐다.

확보된 사용자를 바탕으로 2003년 블로그와 카페 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하며 사용자들이 플랫폼 안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후 웹툰, 쇼핑, 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높은 영향력을 가진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네이버는 2013년 게임 사업 부문(현 NHN)을 인적분할하고 기술과 콘텐츠 중심의 포털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전략을 실행했다.

분할 이후 네이버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라인을 필두로, 네이버 웹툰을 북미와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K-콘텐츠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최근 네이버의 성장 동력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2023년 공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 X’를 기반으로 검색, 커머스, 콘텐츠 등 기존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는 한편, 각 국가의 데이터 주권을 존중하는 ‘소버린 AI’ 모델을 통해 글로벌 B2B 및 B2G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사용자가 정보를 찾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생산자로 참여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했다”며, “이는 후발주자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시장의 선도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네이버, 10년간 16조 투자 결실...3분기 매출 첫 3조 돌파

네이버 최근 6개년도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전자공시시스템 제공 [뉴스락 편집]
네이버 최근 6개년도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전자공시시스템 제공 [뉴스락 편집]

네이버가 분기 기준 사상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넘어서며 10년간 누적한 기술력을 실적과 글로벌 사업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뉴스락>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네이버 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네이버는 올해 3분기 매출 3조 1381억 원, 영업이익 5706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5.6%, 전분기 대비 7.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6%, 전분기 대비 9.4% 성장했다.

커머스가 9855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5.9% 급증하며 성장을 견인했고, 서치플랫폼은 1조 602억 원으로 AI 광고 솔루션 'ADVoost' 도입에 힘입어 6.3% 늘었다.​

실적 성장의 배경에는 장기간 축적한 기술 투자가 자리한다.

네이버는 2014년부터 10년간 R&D에 약 16조 원을 투자하며 글로벌 최상위 AI 학회에 4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네이버랩스가 출원한 특허는 올해 950건을 돌파했고, 프랑스 소재 네이버랩스 유럽까지 합하면 1200건에 이른다.​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은 해외 시장에서 구체적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메디나·제다 3개 도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으며, 총 면적 약 6800km²를 3D 모델로 복원했다.

이 플랫폼은 홍수 시뮬레이션을 통한 침수 취약 지역 사전 파악, 건물 배치 전 일조량 등 환경 요인 고려에 활용된다. 일본에서는 최대 통신사 NTT 그룹과 도쿄의 스마트 빌딩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네이버는 기술 사업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접견에 참석해 산업 현장의 AI 전환을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와 MOU를 체결하고 차세대 '피지컬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다.

반도체·조선·에너지 등 국가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해 산업 현장의 AI 활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양사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디지털 트윈·로보틱스 기술과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아이작 심' 등 3D 시뮬레이션·로보틱스 플랫폼을 결합해 현실 산업 환경을 가상 공간에서 재현하는 구조를 구현한다.​

김희철 네이버 CFO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2026년 이후 피지컬 AI 공략 등 신규 사업 확대를 감안했을 때 GPU에만 1조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을 통해 네이버는 6만장 규모의 GPU를 확보하며 국내 단일 기업 기준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를 통해 '소버린 AI 2.0' 비전을 구체화한다. 자국 언어와 문화 중심의 AI 모델 구축에서 나아가 국가 핵심 산업과 일상 전반으로 확장해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온-서비스 AI' 방향성 아래 서비스와 사업 전반의 AI 기반 고도화에 집중한 결과 비즈니스 기회 확대 및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성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AI로 체질 개선, 글로벌로 영토 확장...미래 성장엔진 '쌍끌이'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이사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25(DAN25)’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뉴스락]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이사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25(DAN25)’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뉴스락]

네이버가 AI(인공지능)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기존 서비스의 혁신을 꾀하는 동시에, 공격적인 글로벌 영토 확장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를 검색, 커머스 등 핵심 사업에 밀착 적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웹툰·C2C(개인 간 거래)·기술 수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이 핵심이다.

네이버는 ‘On-Service AI(온서비스 AI)’ 전략을 통해 AI 중심의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2023년 8월 공개한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검색 결과 요약과 콘텐츠 연결을 고도화한 ‘AI 브리핑’, 초개인화 AI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등을 선보이며 AI를 사용자 일상에 녹여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년에는 한층 더 고도화된 AI 에이전트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며 기술 초격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2026년 1분기 AI 쇼핑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쇼핑 에이전트를 출시하고, 2분기에는 통합검색을 AI 에이전트 기반으로 진화시킨 ‘AI탭’을 선보이며 사용자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네이버클라우드(대표 김유원)는 28일 사우디아라비아 주택공사(NHC, National Housing Company)와 전략적 합작법인 설립 절차에 본격 착수하기 위한 계약을 완료했다. 네이버 제공 [뉴스락]
네이버클라우드(대표 김유원)는 28일 사우디아라비아 주택공사(NHC, National Housing Company)와 전략적 합작법인 설립 절차에 본격 착수하기 위한 계약을 완료했다. 네이버 제공 [뉴스락]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4년 6월 웹툰엔터테인먼트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며 글로벌 콘텐츠 사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으며, 2023년 인수한 북미 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2025년 8월 스페인 최대 C2C 업체 왈라팝 인수, 11월 일본 콘텐츠 플랫폼 노트(note) 투자 등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네이버가 축적한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직접 이식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또한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네이버 벤처스’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중동 총괄 법인 ‘네이버아라비아’를 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디지털 트윈 플랫폼과 아랍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는 등 기술 기반의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AI·글로벌, 두 날개로 비상 준비"

최수연 네이버 대표(사진)는 1981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한 융합형 인재다.

2005년 네이버의 전신인 NHN에 공채로 입사해 홍보 및 마케팅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IT 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이후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 2009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1기로 진학, 2012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하버드 로스쿨 LL.M. 과정을 이수하는 등 전문성을 키웠고, 2019년 다시 네이버에 합류해 글로벌 사업 지원을 총괄했다.​

2022년 3월,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네이버의 수장에 오른 그는 '소통형 CEO'를 자처하며 재택과 출근을 선택하는 '커넥티드 워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수평적 리더십을 선보였다.​

내부적으로 유연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숏폼 서비스 '클립'과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고 넷플릭스와의 제휴로 멤버십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2028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최 대표는 2기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온 서비스 AI'와 '글로벌 확장'을 제시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와 기반을 AI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라인과 웹툰에 이어 또 다른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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